파격 연기로 데뷔했던 김고은, ‘홍설’은 심심한 역이 아니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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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설’이 카페에 있다. 화면 속 모습 그대로…. 아르바이트와 수업 준비에 치여 꾸밀 시간조차 없다는 듯 질끈 맨 머리에 야구 모자를 푹 눌러써 홍설 특유의 곱슬머리가 안 보일 뿐. 7일 서울 강남구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고은(25) 이야기다. 그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주인공 ‘홍설’로 나와 88만 세대 대학생의 현실을 ‘찰떡’같이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이와 환경이 비슷하다보니 마음이 편했어요.” 그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이라 홍설에 공감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연기 데뷔작인 영화 ‘은교’에서 파격 연기를 했다. 그 뒤 영화 ‘몬스터’에서는 ‘미친년’ 연기를, 영화 ‘협녀’와 ‘차이나타운’에서는 극중 어머니(전도연, 김혜수)마를 죽이는 ‘센’ 연기를 한 그에게 ‘홍설’은 심심한 역이 아니었을까?

“평범한 역이 더 어려울 수 있어요. 홍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인물이잖아요. 연기가 조금만 과해도 대중이 공감하지 않아요. 원작(웹툰)의 캐릭터를 어떻게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할지를 고민 했습니다.”

그는 홍설 캐릭터와 헤어지는 게 아쉬운 듯 “그는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다. “저도 대학 때 홍설처럼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서빙 알바하며 생활비 벌고…. 차이가 있다면 제 목표(연기자)에 가족이 무한신뢰를 보냈어요. 힘들어도 힘낼 수 있었죠. 홍설은 그런 부분이 결핍됐잖아요. 연민이 느껴졌어요.”

학창시절 ‘독서왕’으로 통했다는 그에게 ‘홍설이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성을 다룬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꼽았다. “읽으면 현실에 감사하게 된다”고 한다.

극중 홍설은 유정 선배(박해진)와 인호(서강준), 두 훈남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살이 떨리고 풋풋한 감정도 좋지만 언제까지 뜨거움이 계속될까란 생각을 해요. 제 사랑은 서로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팔다리 같은 존재일 거에요.”

극 후반부 어설픈 극 전개와 급변한 인물 비중 등으로 용두사미가 됐다는 비판도 있다. “홍설이 떠난 유정(박해진)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여주는 결말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홍설과 유정이 결혼하면서 끝나는 해피앤딩도 이상하잖아요.(웃음)”

그의 얼굴에서는 배우 박소담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쌍커플 없는 눈을 가진, 동양적 외모의 두 배우를 “꼭 닮았다”고 말하곤 한다. 박소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한예종 동기이긴 하지만 반이 달라 겹치지 않았다”고만 했다. 여배우 인터뷰에 타 여배우 이름을 꺼낸 기자의 실수?

다음 작품은 5월 개봉하는 영화 ‘계춘 할망’. 그는 할머니(윤여정)를 12년 만에 다시 만난 사연 많은 손녀 역할을 맡았다. “영화 ‘은교’로 데뷔해 호평을 받다보니 스스로를 발전시킬 작품을 해야겠다는 부담이 컸어요. (‘협녀’ ‘차이나타운’처럼) 한계를 보일 것 같은 배역을 일부러 맡기도 했고요. 앞으로 책임감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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