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왕조현’ 이세영 “남친? 시간이 없어 못 사귀고 있어요”

‘응답하라 1988’ 출연중인 이세영. 스포츠동아DB

■ ‘응팔’ 덕선이 여고생 친구들｜이민지·이세영

1980년대 남성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던 홍콩스타 장만옥과 왕조현. 그러나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는 그 환상이 깨지고 있다. 연기자 이민지(27)와 개그우먼 이세영(26)이 맡은 두 여고생의 극 중 이름 역시 각각 장만옥과 왕조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혜리(덕선)와 더불어 ‘여고생 삼총사’로 나선 이들은, 호기심 많은 10대 소녀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며 드라마에 인기를 더하고 있다. 기본기가 탄탄한 연기력 역시 공통점이다.

제작진이 치마만 입히는 이유가 있을 것
개그도 연기도 잘한다기보다 늘었으면
항상 풀 메이크업에 향수까지 ‘천상여자’

“확실히 요즘 반응 장난 아니네요.”

이세영은 왕조현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응팔’에서 덕선(혜리)의 단짝친구인 왕조현을 연기하는 그는 요즘 기분 좋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호칭은 “류승범 닮은 애”에서 “왕조현”으로 바뀌었다.

그는 “제가 언제 왕조현이란 이름을 가져보겠느냐”며 웃으면서도 최근 방송에서 또 다른 단짝 장만옥이 정봉(안재홍)과 로맨스가 생기려는 것에 속상함을 내비쳤다. “저도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소원이다”며 두 손을 모았다. 이런 기대는 나름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드라마 방영 내내 왕조현은 바지를 입지 않았다. 제작진이 치마만 입히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천상여자” 왕조현이기에 운명의 상대가 등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세영은 연예계 데뷔하는 과정부터 지금까지 3번의 운명을 만났다. 학창시절 “수학만 빼고” 제법 공부를 잘 했다는 이세영은 애초 모 여대 경영학과가 목표였지만, “미적분 때문에” 덕성여대 일어일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만화가를 꿈꿨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고 3때, 여동생의 신청으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류승범 닮은 출연자로 1등을 한 차지한 것을 지켜본 엠넷 ‘와이드 연예뉴스’ 제작진의 전화였다. 이 전화로 이세영은 ‘와이드 연예뉴스’ VJ로 1년 반 이상 활동했다. 대학은 바로 휴학했다.

그리고 2012년 종합편성채널 MBN 개그맨 1기 공채에 응시해 합격했다. 그러나 “기구하게도” 1년 만에 개그프로그램이 모두 폐지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실의에 빠져있을 때 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tvN ‘코미디 빅리그’ 김석현 PD의 출연 제의였다. 이 덕에 tvN ‘SNL 코리아’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세영은 “돌이켜보니 다 내 팔자였고 운명인 것 같은데, 결론은 제가 잘 했고 멋있는 여자네요”라며 개그우먼 특유의 넉살을 보인다.

세번째 운명은 ‘응팔’ 오디션 제안이다. 5월 ‘힐링’을 위해 떠난 일본 오사카에서 “소고기 맛에 심취해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뭔가 촉이 왔다”는 이세영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다음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를 끌고” 서울 상암동 방송사로 향했다. 단번에 합격. ‘응팔’을 통해 첫 정극 연기를 하는 이세영은 연기를 잘 하는 게 꿈이다.

“개그도 연기의 일부다. 이제 시작이지만 연기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잘 한다’보다 ‘늘었다’라는 말이 더 좋다.”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이세영이지만 스무 살 초반 때는 성형수술을 고려하기도 했다. 데뷔 전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우승 기념으로 무료 전신성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거절했다.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저에게 ‘못 생겼다’고 하지만 누구는 ‘매력 있다’고 한다. 어느 한 사람의 기준에 맞출 수 없지 않나. 저는 평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향수도 항상 뿌린다. 여자라면 늘 꾸며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애의 마지막 경험은 4년 전. “저한테만 집중하려다보니 시간 없어서 못 사귀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면서도 이내 멋쩍은지 “이런 말 하는 제 모습이 참…”이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