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배우가 ‘미드’ 주연부터 제작까지? ‘닥터 켄’ 히트할까

이새샘기자 입력 2015-10-13 14:31수정 2015-10-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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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닥터 켄’에서 제작자이자 작가, 주인공까지 1인 3역 중인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 켄 정. 미국 ABC TV 화면 촬영
미국 ABC의 시트콤 ‘닥터 켄’이 또 다른 아시아 산(産)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을까.

3일(현지시각) 방송을 시작해 2회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첫회부터 꽤 높은 시청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 켄 정(46)이 주인공 켄 역을 맡고 제작 및 대본 작업에도 참여한 작품이다. 의사 출신 코미디언이라는 자신의 이력을 십분 살린 자전적 이야기다.

한국계 배우가 실제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그린다는 이유로 주목했지만 웬걸, 기대와는 좀 다르다. 켄은 뛰어난 외과의사지만 시도 때도 없이 엉뚱한 농담과 때론 폭언을 수시로 내뱉는 인물이다. 가정에서는 10대인 딸을 지나치게 걱정하고 아마도 이민 1세대일 부모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정신과 의사인 부인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리는, 다소 모자란 가장이자 아빠다.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눈치 챘을 테다. 어디선가 봤던 미국의 전형적인 가족 시트콤에서 내용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아시아계, 혹은 한국계이기 때문에 겪는 일도 있지만 지금까지 방영된 두 에피소드는 대부분 켄의 귀엽지만 때론 짜증나는 코미디 연기로 채워졌다. 켄과 딸, 혹은 켄의 가족과 부모가 겪는 갈등도 어느 가정에나 있을 법한 세대 차, 입장 차로 인한 것들이다.

켄 정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경험을 일반화(normalizing)하려고 노력했다. 다문화 시트콤이지만 다문화라는 점을 크게 강조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런 의도였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하다. 하지만 과연 켄 정의 ‘원맨쇼’ 만으로 여러 시즌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직 방영 초반이긴 하지만 시청자 댓글 반응이나 각종 리뷰 사이트의 평점을 봤을 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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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닥터 켄’은 올해 시즌2를 내보내고 있는 ‘프레시 오프 더 보트’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제목 그대로 배에서 갓 내린, 미국에 정착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대만인 가정을 내세운 시트콤이다. 아시아계라곤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설정된 1990년대 미국 올랜도로 이사한 10대 소년 에디와 가족은 갖가지 문화충격을 겪는다. 에디는 중국음식을 점심으로 싸갔다 냄새난다며 따돌림 당하고, 엄마는 이웃 백인 아줌마들과 어울리기 위해 팔자에도 없는 롤러 블레이드를 타야 한다.

이런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굳이 ‘일반화’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닥터 켄’이 1990년대가 아닌 201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전형적인 아시아계 이민자 코미디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뜻도 있을 거라고 짐작해본다. 그래도 왠지 ‘닥터 켄’의 세계가 ‘프레시 오프 더 보트’의 그것보다 더 얕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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