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형제간 ‘경영권 골육상쟁’ 2년전에 롯데 사태 예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2013년 SBS드라마 ‘황금의 제국’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이후 재조명받고 있는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2013년). SBS TV 화면 캡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이후 재조명받고 있는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2013년). SBS TV 화면 캡처
롯데그룹 사태는 드라마 ‘황금의 제국’의 실사판?

롯데그룹의 형제간, 부자간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가운데 2013년 방영된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이 이번 사태와 유사한 설정과 인물 간 대립 구조로 재조명받고 있다.

‘추적자’ ‘펀치’ 등 화제작을 써온 박경수 작가가 쓴 이 드라마는 성진그룹 창업주인 최동성 회장(박근형)의 일가를 배경으로 재벌가 비리와 경영권을 뺏기 위한 가족 간 권력 다툼을 치밀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9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긴급 이사회를 열며 시작된 롯데 경영권 분쟁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 드라마와 롯데그룹 사태의 유사점을 비교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역시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은 현실에 있었다” “작가의 예지 능력이 대단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포털 사이트에선 ‘롯데’를 치면 ‘황금의 제국’이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다.

올레TV에 따르면 롯데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간 이 드라마의 다시보기(VOD) 재생 건수는 전주(7월 22∼28일)보다 15% 상승했다. 올레TV 관계자는 “종영한 지 2년이 지난 드라마의 재생 건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황금의 제국’은 절대적인 카리스마의 최 회장이 치매가 진행되자 최 회장의 조카 최민재(손현주)가 경영권을 갖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며 시작된다. 최민재는 최 회장과 함께 기업을 일군 동생 최동진 부회장의 아들. 여기에 최 회장의 무능력한 장남 최원재도 등장한다. 최민재는 장남 최원재와 손을 잡고 이사회를 열어 경영권 탈취를 꿈꾸지만 최 회장이 이사회장을 급습하면서 위기에 몰린다.

최 회장의 신임을 얻은 둘째 딸 최서윤(이요원)은 사실상 후계자로 부각되고, 장남인 오빠 및 사촌 오빠와 경영권을 두고 싸움을 벌인다. 여기에 차명계좌의 실소유주인 최 회장의 두 번째 부인 한정희(김미숙)도 경영권 다툼에 뛰어든다. ‘치매에 걸린 그룹 회장’ ‘권력에서 밀려난 장남+사촌과 둘째의 대결구도’ ‘실세로 떠오른 회장의 두 번째 부인’ 등의 설정이 현실 상황과 묘하게 겹친다. 특히 누리꾼들은 매일 아침 식탁에서 나누는 가족 간 말 한마디에 계열사 주인이 바뀌고 지분이 오가는 드라마 속 장면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말 한마디로 임원을 해고한 것과 닮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드라마는 경영권을 좇던 사람들이 자살하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파국을 맞는 것으로 끝난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박경수 작가가 국내 재벌의 가족 간 갈등을 다룬 기사 등을 참고했지만 특정 기업을 겨냥해 쓴 것은 아니다. 대부분 작가의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황금의 제국#롯데 사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