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형제간, 부자간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가운데 2013년 방영된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이 이번 사태와 유사한 설정과 인물 간 대립 구조로 재조명받고 있다.
‘추적자’ ‘펀치’ 등 화제작을 써온 박경수 작가가 쓴 이 드라마는 성진그룹 창업주인 최동성 회장(박근형)의 일가를 배경으로 재벌가 비리와 경영권을 뺏기 위한 가족 간 권력 다툼을 치밀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9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긴급 이사회를 열며 시작된 롯데 경영권 분쟁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 드라마와 롯데그룹 사태의 유사점을 비교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역시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은 현실에 있었다” “작가의 예지 능력이 대단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포털 사이트에선 ‘롯데’를 치면 ‘황금의 제국’이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다.
올레TV에 따르면 롯데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간 이 드라마의 다시보기(VOD) 재생 건수는 전주(7월 22∼28일)보다 15% 상승했다. 올레TV 관계자는 “종영한 지 2년이 지난 드라마의 재생 건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황금의 제국’은 절대적인 카리스마의 최 회장이 치매가 진행되자 최 회장의 조카 최민재(손현주)가 경영권을 갖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며 시작된다. 최민재는 최 회장과 함께 기업을 일군 동생 최동진 부회장의 아들. 여기에 최 회장의 무능력한 장남 최원재도 등장한다. 최민재는 장남 최원재와 손을 잡고 이사회를 열어 경영권 탈취를 꿈꾸지만 최 회장이 이사회장을 급습하면서 위기에 몰린다.
최 회장의 신임을 얻은 둘째 딸 최서윤(이요원)은 사실상 후계자로 부각되고, 장남인 오빠 및 사촌 오빠와 경영권을 두고 싸움을 벌인다. 여기에 차명계좌의 실소유주인 최 회장의 두 번째 부인 한정희(김미숙)도 경영권 다툼에 뛰어든다. ‘치매에 걸린 그룹 회장’ ‘권력에서 밀려난 장남+사촌과 둘째의 대결구도’ ‘실세로 떠오른 회장의 두 번째 부인’ 등의 설정이 현실 상황과 묘하게 겹친다. 특히 누리꾼들은 매일 아침 식탁에서 나누는 가족 간 말 한마디에 계열사 주인이 바뀌고 지분이 오가는 드라마 속 장면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말 한마디로 임원을 해고한 것과 닮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드라마는 경영권을 좇던 사람들이 자살하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파국을 맞는 것으로 끝난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박경수 작가가 국내 재벌의 가족 간 갈등을 다룬 기사 등을 참고했지만 특정 기업을 겨냥해 쓴 것은 아니다. 대부분 작가의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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