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지 않은 추억 ‘종이 접는 아저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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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리텔’서 방송 컴백… ‘색종이 아저씨’ 김영만 씨

20일 만난 김영만 씨가 12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인터넷 방송 때 공개한 종이접기 아이디어를 기록한 도면 종이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그는 “종이접기 아이디어를 모두 공유하고 싶다”며 “색종이를 들 힘이 없을 때까지 종이접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천안=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20일 만난 김영만 씨가 12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인터넷 방송 때 공개한 종이접기 아이디어를 기록한 도면 종이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그는 “종이접기 아이디어를 모두 공유하고 싶다”며 “색종이를 들 힘이 없을 때까지 종이접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천안=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저를 잊지 않고 반겨준 우리 ‘코딱지’(김영만 씨가 어린 친구들을 부르는 말)들에게 정말 감사하죠.”

18일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 출연한 ‘색종이 아저씨’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65)은 20, 30대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방송에 앞서 진행된 인터넷 생방송 때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배우 신세경은 인스타그램에 김 씨와 함께 방송했던 사진을 올렸다.

18일 ‘마리텔’ 방송의 평균 시청률은 12.9%(TNMS 수도권 시청률 기준). 색종이 아저씨가 왕관비행기를 접는 장면은 14.7%로 5회 연속 부동의 1위인 ‘백주부’ 백종원의 최고 시청률 14.9%와 비슷했다.

18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김영만 씨가 새 모양의 목걸이 지갑을 만들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18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김영만 씨가 새 모양의 목걸이 지갑을 만들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색종이 아저씨를 20일 충남 천안시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그의 종이접기 체험관 ‘아트 오뜨’에서 만났다. 정원 딸린 마당에 뾰족 솟은 지붕이 있는 2층 건물은 동화 속 ‘마법의 성’ 같았다. 건물 1층에는 커다란 로봇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었고 종이접기로 만든 모빌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었다. 2층은 생활 공간.

“이곳에서 2009년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단체 신청을 받아서 종이접기와 그리기 프로그램을 해 왔어요. 많게는 하루 150명까지 찾아오는 ‘코딱지’들과 함께 호흡해 왔습니다.”

김 씨는 1988년 KBS1 ‘TV유치원’을 통해 방송에 데뷔했다. 아침이면 ‘아이가 자는 엄마를 깨워 TV를 보며 종이접기를 했다’는 일화가 나올 만큼 뽀로로보다 앞선 ‘유통령’(유아들의 대통령)이었다. 그 후 KBS2 ‘혼자서도 잘해요’를 거쳐 케이블 채널로 옮겨 2012년 대교방송을 끝으로 방송을 떠났다.

‘마리텔’을 몰랐던 그는 MBC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고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누리꾼들이 ‘마리텔’ 출연을 원하는 인물 중 자신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어린 시절 ‘코딱지’들이 20, 30대 어른이 돼서도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 감동받아 출연을 결심했다.

“방송 녹화 도중 ‘코딱지’에 대한 고마움에 눈물이 왈칵 났어요. 끝난 뒤 제작진에게 ‘눈물 장면만은 제발 편집해 달라’고 했는데, 제작진이 ‘이것만은 꼭 나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시청자들은 “코딱지들도 이제 어른이 돼 다 잘 만들 수 있을 거예요”라는 김 씨에 말에 눈물이 났다는 글을 많이 올렸다.

방송 초반 ‘실검’(실시간 검색어)의 뜻도 모르고 ‘아날로그’를 ‘아나로그’로 발음할 정도로 구식(?)이었으나 누구 못지않게 소통에 노력했다.

“방송 중에 누가 ‘스냅백’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누군가가 ‘챙이 일자인 모자’라고 해서 즉석에서 스냅백을 만들었죠. 지금까지 1만5000개의 종이접기 아이템을 창작해 왔기 때문에 그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어요.”

마리텔에서 ‘백주부’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는 말에 “살 만큼 산 사람이 1등 욕심은 무슨”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번 출연이 아이들을 위한 방송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할 뿐입니다. 특히 돈만 주면 뭐든지 살 수 있는 시대에 아이들이 아침에 부모를 깨워 함께 뭔가를 만들며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어요. 제 꿈은 산간도서를 돌며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는 영원한 ‘색종이 아저씨’로 남는 겁니다.”

천안=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김영만#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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