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미드 ‘엠파이어’서 드러낸 힙합제국의 어두운 속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드라마 ‘엠파이어’에 출연한 유명 래퍼 스눕 독(오른쪽). 테런스 하워드가 연기하는 주인공 루시어스(왼쪽)는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를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사진 출처 폭스TV 홈페이지
드라마 ‘엠파이어’에 출연한 유명 래퍼 스눕 독(오른쪽). 테런스 하워드가 연기하는 주인공 루시어스(왼쪽)는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를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사진 출처 폭스TV 홈페이지
21세기에 자수성가가 가능한 분야가 얼마나 있을까. 극빈층에 범죄자였던 사람이 상장 기업의 오너가 될 수 있을까? 미국에는 방법이 최소한 하나 있다. 바로 힙합 래퍼가 돼서 히트곡을 발표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 폭스채널에서 시즌1이 방영된 미드 ‘엠파이어’는 자수성가 신화를 일궈낸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의 오너 루시어스 라이언(테런스 하워드)이 주인공이다. 드라마는 정상을 목전에 둔 그가 루게릭병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3년 시한부 판정을 받은 루시어스는 자신의 병을 숨긴 채 아들 3명을 자극해 후계자 경쟁을 붙인다.

첫째 아들 안드레는 명석하고 경영 감각이 좋지만 아티스트로서의 재능이 없다. 둘째 자말은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게이라는 사실 때문에 아버지의 미움을 받는다. 셋째 하킴은 루시어스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지만 철없는 사고뭉치다. 여기에 삼형제의 엄마이자 마약 거래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출소한 전처 쿠키가 끼어든다.

드라마는 어딘가 30년 전통 설렁탕집이나 한복집을 배경으로 한 한국 주말극을 연상시킨다. 후계 경쟁 때문에 잡아먹을 듯 서로 싸우고 집안은 콩가루가 되지만, 어찌어찌 ‘가족애’를 명목으로 갈등을 봉합한다는 점이 닮았다. 목표를 달성하고 과오를 덮기 위해 범죄를 포함한 무슨 짓이라도 벌인다는 점도 닮았다. 물론 살벌하기로 치면 마약에 권총이 등장하는 이쪽이 백배 더 식은땀 나지만.

드라마는 미국 힙합음악계에서 스타 뮤지션이 어떻게 탄생하고 거물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거리의 거친 삶은 그들에게 곧 영감의 원천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갱단에 마약상이었으니 성공한 뮤지션이 된다고 달라지긴 힘들다. 당장 드라마 속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만 해도 마약 판 돈을 종잣돈 삼아 설립된 회사. 마약과 총, 갱단은 늘 그들 가까이에 있다.

만약 힙합 뮤지션들은 왜 그렇게 다들 거들먹거리고, 입만 열었다 하면 욕을 하는지 의아한 사람들, 그래서 힙합에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볼만하다.(물론 그 ‘막장력’ 때문에 미국에서도 입방아에 오르곤 하는 작품이니 모든 래퍼가 드라마처럼 걸핏하면 총 쏘고 잡아먹을 듯 달려든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심심해질라 치면 귀를 잡아채는 음악은 덤이다. 드라마 전체의 음악 감독을 미시 엘리엇,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과 작업한 프로듀서 팀벌랜드가 맡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엠파이어#힙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