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아이들 vs 회색빛 세계의 강렬한 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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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적인 작품 ‘소년 파르티잔’…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30일 오후 열린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 기자회견에서 고석만 집행위원장, 아리엘 클레이먼 감독, 주인공 알렉산더 역을 맡은 제러미 샤브리엘(왼쪽부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30일 오후 열린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 기자회견에서 고석만 집행위원장, 아리엘 클레이먼 감독, 주인공 알렉산더 역을 맡은 제러미 샤브리엘(왼쪽부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열한 살 알렉산더(제러미 샤브리엘)는 버림받은 여인들과 아이들이 모인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소년이다. 공동체의 창시자이자 지도자, 유일한 성인 남자인 그레고리(뱅상 카셀)는 언뜻 자비로운 아버지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이들에게 암살 기술을 가르쳐 돈을 버는 인물이다. 외부와 단절된 채 그레고리의 말을 곧 진리로 알며 살던 공동체에 새로운 소년 리오가 들어오며 균열이 생긴다. 알렉산더는 그레고리와 리오의 갈등을 보며 서서히 숨겨진 진실에 눈뜨고, 그동안 품어왔던 의문들을 억누를 수 없게 된다.

30일 개막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은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들과 회색빛 세계가 강렬히 대비되는 영화다. 미국 선댄스영화제 장편 시나리오 워크숍을 거쳐 완성됐고 올해 1월 같은 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촬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0년 암살자로 길러지는 콜롬비아 소년·소녀들에 대한 기사를 읽고 영화를 구상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쉽게 통제하고 착취할 수 있으며, 그럴 때 어떤 비극이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죠.”

아리엘 클레이먼 감독은 30일 오후 전주 고사동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년 파르티잔’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녹아 있기도 하고, 동시에 한 세대가 다른 세대로 계승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더 높은 차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사회정치적 맥락을 제거하고 신화적 배경을 이야기에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만 13세인 제러미 샤브리엘은 뱅상 카셀에 뒤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촬영 중 힘들었던 장면을 묻자 “그레고리가 내게 억지로 닭고기를 먹이는 장면을 찍고선 사흘 정도 닭고기를 못 먹었다”면서도 “뱅상이 옆에서 연기를 많이 도와줬다. 좋은 멘토였다”고 답했다. 클레이먼 감독은 “뱅상은 사악하고 공포감을 주는 악당을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 연약함이 느껴지는 드문 연기자”라고 했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처음 개막식을 전주종합경기장에서 하는데 관객 4000명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화를 선정하기 위해 고심했다”며 “IS(이슬람국가)의 테러 등 국제적 이슈 뒤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으면서, 특정 장르의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하고 성찰적인 영화여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막식은 가수 겸 배우 김동완과 아나운서 출신 임성민의 사회로 진행됐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배우 문소리를 비롯해 배우 김우빈, 김새론 등과 고석만 집행위원장, 조직위원장인 김승수 전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영화제는 9일까지 열린다. www.jiff.or.kr

전주=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소년 파르티잔#전주국제영화제#알렉산더#그레고리#리오#아리엘 클레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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