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로 본 드라마 tvN ‘미생’의 매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6시 55분


‘미생’은 시청자의 눈과 귀만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주옥같은 대사로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인생을 느끼게 해주는 ‘미생’의 대사들은 누군가의 휴대전화나 수첩에 적혀있지 않을까. 사진제공|CJ E&M
‘미생’은 시청자의 눈과 귀만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주옥같은 대사로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인생을 느끼게 해주는 ‘미생’의 대사들은 누군가의 휴대전화나 수첩에 적혀있지 않을까. 사진제공|CJ E&M
■ ‘우린 다 미생’ ‘밖은 지옥이다’…공감백배

현재 안방극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 10월17일 방송을 시작한 후 매회 화제를 남기며 15일 10회 방송에서는 5.9%(닐슨코리아)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흔한 로맨스 하나 없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공감이다. 이성민(오과장), 임시완(장그래), 오민석(강대리), 최귀화(박대리) 등 출연자들의 열연과 PPL(간접광고)이라 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소품 등이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극중 캐릭터들의 주옥같은 명대사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기요인이다. 온라인에서는 “힘들 때마다 꺼내보면 힘이 날 것 같다”며 명대사를 정리해 모아둔 게시물을 흔히 볼 수 있고, 제작진에게 ‘명대사 모음집’을 만들어달라는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시청자 공감사는 대사들 인기 한 몫
취준생 지침서·인생교과서로 주목
마니아들 대사 모음집 제작까지 나서

천근만근 같은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아침이나,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힘든 퇴근 길.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놓고 한번쯤 꺼내보면 좋을 것 같은 ‘명대사 5가지’를 정리해봤다.

기획을 담당한 이재문 PD는 “드라마 속 대부분의 대사는 원작인 동명의 웹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원작 팬의 감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수정을 하지만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려 했다”며 “이 중에서 장그래와 엄마(성병숙)의 에피소드는 새롭게 구성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10월31일 5회·오과장이 장그래에게 회사에서 하나를 배워도 제대로 배우라 충고하며)


업무량이 많다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직장 상사나 동료 간 불화가 있다고 해서 사표를 내던진다? 배부른 소리다. 오과장의 짧지만 임팩트 강한 이 한 마디는 머리와 마음이 복잡한 직장인들에게 따끔한 인생의 충고가 되었다. 회사일이 힘들다고 투덜대봐야 소용없다. 회사 밖에는 생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 “최선은 학교 다닐 때나 대우 받는 거고, 직장은 결과만 대접받는 데고.” (10월17일 1회·오과장이 장그래에게 업무를 가르치며)

학교에서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고 교육 받는다. 직장생활도 과정이 중요하면 누군가 알아봐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하되 “잘 해야” 한다. 극중 오과장은 앞으로 닥칠 치열한 사회생활을 장그래에게 한 마디로 설명해줬다.


● “무책임해지세요.” (11월1일 6회·박대리가 거래처의 책임까지 질 위기에 처해있자, 신입사원 장그래가 선배에게 ‘힘내라’며)

자칫 책임감을 버리고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는 자신만 생각하라는 이야기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고민만 하다가 둘 다 망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저마다 인생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 “내일 봅시다.” (11월14일 9회·신입사원 장백기가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대리가 건넨 인사)

무심한 한마디다. 선배가 후배에게 퇴근하면서 “내일 보자”고 던진 말 한마디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신입사원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던 선배가 “잘 가라”는 말 대신 “내일 또 보자”고 했다. 시청자들은 그 말 속에 숨겨진 선배의 정을 느꼈다.

● “우린 아직 다 미생이다.” (10월25일 4회·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턴사원을 거쳐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한 장그래에게 상사가 건넨 말)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간다는 거니까.” 한없이 어려운 직장 상사의 한마디에 전국의 계약직 사원은 물론 신입사원들은 작은 희망을 맛보았다. 지금은 비록 ‘미생’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완생’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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