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할머니 분장은 마지막! 마음 속으론 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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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23일 07시 00분


진한 호남사투리로 다시 한 번 관객을 웃음바다로 몰아 넣는 심은경. 어엿한 숙녀가 되어 나타난 그의 변신이 ‘수상’하다. 김종원 기자 won@dong.com 트위터@beanjjun
진한 호남사투리로 다시 한 번 관객을 웃음바다로 몰아 넣는 심은경. 어엿한 숙녀가 되어 나타난 그의 변신이 ‘수상’하다. 김종원 기자 won@dong.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수상한 그녀’ 심은경

그녀만을 위한 캐릭터 ‘스무 살 할머니’
진짜 배우는 모든 장르에 능해야겠죠

얼마 전엔 이병헌 소속사 ‘품’에 안겨
‘광해’ 왕을 대하는 사월이 마음이랄까


코미디 영화 한 편을 거뜬히 이끌어나갈 스무 살의 배우는 몇이나 될까.

게다가 70대, 30대, 20대의 남자 배우 셋을 상대하며 멜로 연기까지 곁들여야 한다. 주인공 맡았다고 마냥 즐길 수도 없는 상황. 녹록지 않은 영화를 내놓은 심은경(20)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스스로 이뤄낸 것들이 아니고 아직은 보여준 것도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22일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영화다. 스무 살로 돌아간 70대 할머니, 게다가 사투리를 기본으로 온갖 엉뚱한 상황에 말려들며 빚어지는 황당한 사건들의 연속해 펼쳐진다. 세상을 달관한 노인의 모습이다가도 사랑의 기운에 취하는 소녀의 향기까지. 심은경은 혼자 이야기를 이끌며 다채로운 매력을 빚어낸다.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그는, 예뻤다. 최근 출연한 ‘써니’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수상한 그녀’까지 외모를 드러낸 역할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 ‘실물이 더 예쁘다’는 말을 건넸다.

“저도 비주얼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세요. 하하! 연기도, 외모도 중요하다. 이제부터 나는 날뛸 거다. 아주 열심히.”

‘일’ 욕심을 부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얼마 전 서울에 ‘정착’했다.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닌 탓에 5년 가까이 두 나라를 오가야 했다. 처음 간 도시는 피츠버그. 산 가운데 있는 현지인 집에서 지냈던 그는 “아침이나 밤이나 깜깜해서 아무 것도 못하던 그 때 우울한 기운이 올라와서 살짝 우울증을 겪었다”고도 했다.

“영어 실력이 다른 유학생보다 부족하게 시작해서였다. 서툰 영어로 사전 찾아가며 내 뜻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꿈꾼 유학은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었는데. 버거웠다. 그래서 뉴욕으로 갔다.”

중학교 때 한창 록 음악에 빠져 지낼 당시 “록 스프릿이 충만했다”는 그는 “록이 세계 최고인줄 알다가 뉴욕에서 클래식과 재즈 문화에 빠져들고 세상이 넓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크고 작은 공연이 연중 내내 열리는 뉴욕에서 그는 소극장을 오가며 연극과 팝을 즐겼다. “뉴욕 아이들은 깍쟁이 같아서 동양 애들과 잘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보낸 시간도 많았다. 그럴 때 심은경이 찾은 건 음악과 영화 그리고 책이었다.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란 생각을 그 때 했다. 외로움 달래려다 보니까 스스로 내려놓는 법도 알았고.”

열 살 도 되지 않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 겪은 사회 경험 탓일까. 아니면 미국에서 보낸 유학생활의 영향일까. 심은경은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진솔하게 꺼내는 법을 아는 듯 했다. 이번엔 ‘외모와 달리 성숙하다’는 말을 건넸다. “사실 또래가 뭘 좋아하는지 또래 사이에선 뭐가 유행인지 사실 잘 모른다. 살짝 아쉽지만… 미련은 없다.”

심은경은 얼마 전 소속사도 만났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함께 했던 이병헌의 ‘품’에서 매니지먼트 관리를 처음 받기 시작했다. “(이병헌은)너무 큰 선배님이라 영화에서처럼 실제 생활에서도 왕을 대하는 사월(극 중 심은경 역 이름)의 마음과 같다”는 그는 “고개를 들지도 눈을 잘 쳐다보지도 못하겠다”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심은경은 “요즘은 더 신중해진다”고 했다. “하나가 아니라 모든 장르에 능해야 그게 진짜 배우이지 않으냐”고 되묻기도 했다. 다재다능한 배우가 되겠다는 선언. “그래도 할머니 분장? 사투리? 그런 건 이제 그만 하기로, 내 맘 속에선 정했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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