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지친 외국인 “옹알스, 혹시 약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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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5일 07시 00분


옹알스는 세계를 돌며 ‘몸의 언어’로 개그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내년 3월 열리는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초청받은 옹알스는 ‘웃음 앞에 언어의 장벽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예정이다. 사진은 11월30일 호주 퍼스에서 열린 ‘2K13 필 코리아 인 퍼스’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 옹알스. 사진제공|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옹알스는 세계를 돌며 ‘몸의 언어’로 개그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내년 3월 열리는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초청받은 옹알스는 ‘웃음 앞에 언어의 장벽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예정이다. 사진은 11월30일 호주 퍼스에서 열린 ‘2K13 필 코리아 인 퍼스’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 옹알스. 사진제공|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4년간 퍼포먼스 코미디로 해외 시장 녹인 그룹 옹알스

아기 분장 멤버들의 배꼽잡는 상황극
저글링·비트박스가 개그 주요 소재
한 외국인 우리 무대보고 “혹시 약?”

에든버러 페스티벌 2연속 최고평점
국제코미디축제 한국개그맨 첫 초청
개그한류 우리몫…끊임없이 변할것


“지구본에서 보는 한국은 작지만 문화의 크기로는 가장 큰 나라다.”

개그로 한류를 개척해 온 그룹 옹알스(조수원·조준우·채경선·최기섭)의 생각이다. 2009년 세계적 규모의 공연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처음 참가한 이후 4년 동안 꾸준히 해외시장을 공략한 이들은 이젠 유럽과 캐나다, 중국 등 각 대륙을 넘나들며 ‘개그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케이팝과 드라마 등 한류 장르는 많지만 개그만큼은 옹알스가 유일하다.

이들은 스스로를 ‘퍼포디언’이라 칭한다. 퍼포먼스와 코미디언의 합성어. ‘웃음’ 앞에 ‘언어’의 장벽은 중요치 않다는 걸 증명해낸 실제 사례인 옹알스가 세계로 눈을 돌린 건 ‘갈증’ 때문이다.

멤버들은 KBS와 SBS 공채 개그맨 출신. 데뷔하자마자 ‘개그콘서트’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에서 경험을 쌓는 동안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목마름도 커졌다. 케이팝이란 단어조차 생경하던 2009년, 이들이 에든버러행 비행기에 오른 이유다.

옹알스의 조수원(34)은 “절실하면 통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무작정 에든버러에서 공연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요즘은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제 한국에 머물 때보다 이국의 무대에 오르는 시간이 더 많은 옹알스를 11월30일 호주 서부의 도시 퍼스에서 만났다. 이날 퍼스 챌린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케이팝 공연 ‘2K13 필 코리아 인 퍼스’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를 찾은 이들은 20여분 동안 무대에 올라 영어 대사 한 마디 없이 5000여 관객을 웃음으로 몰아넣었다. 하루 앞서서는 현지 한류 팬 30여명을 초대해 한글교실을 열고 일일교사까지 맡았다.

어른 4명이 아기 분장을 하고 만드는 상황극은 세계에 옹알스를 알린 무기다. 퍼스 공연에서도 이 사실은 증명됐다. 저글링과 비트박스도 이들 개그의 주요 소재. 조준우(35)는 “어설프게 (영어를)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며 “몸짓으로 만드는 상황이 언어보다 더 큰 웃음을 준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자랑이 아니다. 실제로 옹알스는 세계 공연팀에겐 꿈의 무대로 통하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2년 연속 최고 평점을 받아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거저 얻은 결과는 아니다. 2010년 한 달 동안 에든버러에 머물면서 7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30일 내내 무대에 섰다. 옹알스에 대한 입소문이 세계 각지로 퍼지기 시작한 건 바로 이때다.

“늘 매진된 건 아니어도 전체로 보면 점유율 80%는 유지했다.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고 할까. 돈 많이 벌었을 것 같지만(웃음), 사실 우리 돈 1억원을 쏟아 부었다.”(조준우)

“두 달 동안 유럽 투어를 할 때였다. 네덜란드 친구들이 장난삼아 ‘너희 혹시 약한 거 아니냐’고 묻더라. 하하! 한국엔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드는 개그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에 특히 놀라더라. 한국 개그맨들은 강하다.”(조수원)

옹알스는 퍼스로 출국하던 11월28일 서울에서 열린 제21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에서 문화부문 한류개그공로상을 받았다. 퍼스에 머물던 중에도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내년 3월 호주 맬버른에서 열리는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정식 초청받아 항공권까지 받았다.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캐나다 몬트리올과 더불어 세계 2대 코미디 축제로 손꼽힌다. 한국 개그맨이 초청받은 건 옹알스가 처음이다.

“초청받지 못하면 우리 돈으로 가려고 했는데 천만다행”이라고 웃는 이들은 “한류를 만드는 여러 콘텐츠 가운데 개그는 우리의 몫”이라고 자신했다. 끊임없는 변화도 모색 중이다. 옹알스는 앞으로 개그에 태권도를 접목할 계획. 이미 전문 실력을 갖춘 멤버들도 합류해 내년부터는 두 개 팀으로 나눠 활동에 나선다.

퍼스(호주)|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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