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별짓 다 하고나니 내겐 연기가 가장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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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7시 00분


“나이가 든다고 호기심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는 배우 김갑수. 언제나 새로운 걸 찾아나서는 그는 영화 ‘공범’으로 관객과 새롭게 만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나이가 든다고 호기심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는 배우 김갑수. 언제나 새로운 걸 찾아나서는 그는 영화 ‘공범’으로 관객과 새롭게 만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공범’으로 스크린 복귀 김갑수

대학로 극단 운영하기 위한 예능 등 외도
어렵더라…유재석·강호동은 참 대단해
‘공범’은 아버지 모습 떠오르게 하는 영화
나이 많아도 그런 모습들엔 왠지 호기심


뒷모습만 보면 마치 20대 청년 같다.

몸에 붙는 스키니 팬츠와 색을 맞춘 스웨터, 헤어스타일마저도 20∼30대가 선호하는 유행을 따랐다. 올해 56세인 배우 김갑수가 선택한 스타일이다.

“길에서 담배 피우면 어른들에게 뒤통수 맞을 것 같지 않으냐”고 김갑수가 먼저 농을 던졌다. 그래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건,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해 보이는 그의 감각 덕분이다.

요즘 김갑수가 즐겨듣는 음악은 힙합이다. “에미넴 같은 해외 스타를 좋아하다가 어느 날 우리나라 힙합 가수의 음악이 궁금해 듣기 시작”한 게 벌써 몇 년째.

“가사는 잘 알아들을 수 없는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까 고심하고 있다.”

호기심은 사람을 나이 들지 않게 한다. 김갑수가 그 증거다. 그가 교류하는 친구들은 나이 불문. 20∼30대 지인들과 바이크도 즐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인기가 치솟았고, 최근 3∼4년 동안 그를 찾는 곳도 많았다. 드라마, 시트콤, 예능프로그램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다. 그의 표현으로 “별짓 다하던 시간”이다.

“어느 날 드라마 대본을 보는데 감정 표현하기가 힘에 부쳤다. 지쳤다. 큰일 나겠다 싶어서 일을 줄이려고도 했지만…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감독들의 말에 넘어가서, 또 출연하고.(웃음)”

그러다 예능까지 넘봤다. “참 어렵다”고 김갑수는 말했다. “유재석, 강호동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며 “연기가 내겐 가장 쉬운 걸 알게 됐다”고도 했다.

활동을 줄였고, 남는 시간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아내와 아침 산책하고 커피 마시는 여유를 즐기고 있다. 매일 얼굴 보고 사는 사람인데 참…, 대화가 부족했다. 연기에 빠져, 내 연기를 완성하려고 시간 쏟아붓는 동안 가족은 내 주위를 서성거린 거다.”

김갑수가 취미생활을 바꾼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혼자 즐기던 바이크, 자동차와 거리를 뒀다. 대신 부부의 공동취미로 사진을 택했다. 요즘은 영어 공부도 함께한다. 아내가 학원에서 영어를 배워오면 집에서 함께 복습하는 식이다.

사실 김갑수가 몇 년 동안 일에 몰두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대학로 극단 배우세상을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극단 대표인 그는 지난해 대학로에 있던 배우세상의 소극장 문을 닫았다. “벅찼다”고 그는 말했다.

“세 가지를 생각했다. 극장에 좋은 작품을 올렸나, 정말 좋은 배우들을 배출했나, 운영에 필요한 돈을 벌었나. 부족한 것 같았다. 극장을 유지하려고 난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 물론 여전히 연극을 사랑하고 극단은 지켜나갈 거다.”

그런 김갑수가 요즘 자주 생각하는 건 ‘아버지’의 모습이다. 주연을 맡은 영화 ‘공범’의 영향이다. 2년 만에 스크린에 나선 그는 외동딸에게 극진한 사랑을 쏟는 아버지를 연기했다. 한편으론 딸로부터 유괴살인범이란 오해를 받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영화를 본 젊은 관객들이 내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내 아버지는 밖에서 어떤 모습인지 한 번쯤 살펴보면 어떨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일 거다. 나 역시 그런 모습들에 호기심이 있다. 나이가 많다고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니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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