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고아성 “설국열차 찍고 내 이름에 책임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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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2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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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21)을 만나자마자 그의 팔에 새겨진 ‘안경’ 모양의 문신이 눈에 띈다. 그는 체코 프라하에서 설국열차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문신을 새겼다. 안경 무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그냥 흔한 것을 안 하려고요”라며 빙긋 웃었다.

영화 ‘괴물’에서 한강에 나타난 괴물의 뱃속에서 빠져나온 소녀 고아성은 폭풍성장해서 관객들 앞에 나타났다. 무려 7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설국열차’로 나타난 그는 어느덧 여인의 향기를 내뿜는 연기자가 되었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설국열차에서 남궁민수(송강호)의 딸로 열차에서 태어난 ‘트레인 베이비’(Train Baby) 요나를 분한 고아성은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인화성 물질인 크로놀에 중독된 17세의 요나는 소녀의 모습부터 여성의 모습까지 다양한 변신을 한다.

“요나는 특이한 아이예요. 열차에서 태어났고 크로놀 중독자라는 명확한 캐릭터고요. 그 콘셉트가 재미있었어요. 또 열차에서 태어났기에 청각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요나를 연기할 때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고아성이 요나로 분하게 된 것은 4~5년 전 봉준호 감독의 전화 때문이었다. 봉준호의 전화 한 통에 선배 송강호와 저녁식사를 했다. 봉 감독은 무작정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고아성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설국열차에 탑승했다.

“사실은 선택할 순간이 없었어요.(웃음)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송 선배와 함께 출연을 하겠다고 했죠. 봉 감독님을 믿고 있어서 가능했어요. ‘괴물’로 처음 영화를 접했잖아요. 봉 감독님의 연출이 그립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감독님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때마침 설국열차가 저에게 온 거죠. 감사했어요.”

설국열차를 촬영하며 함께 했던 배우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고아성은 “그 곳에서는 선배와 후배가 없었고 똑같은 배우였다. 손자뻘인 제이미 벨이 존 허트에게 ‘존, 연기 좋았다’라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이를 초월한 동료애를 보게 됐다.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방한한 틸다 스윈턴과의 에피소드도 밝혔다. 그는 스윈턴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늘 함께 했다. 관광을 하며 많은 이야기도 나눴다. 스윈턴과 나누던 대화 중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며 나눈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틸다가 봉 감독님에게 저와 다시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귓속말로 ‘그러니까 너도 봉 감독한테 빨리 졸라서 나랑 작품 하자’고 하더군요. 재밌는 동시에 감동이었죠.”

그동안 고아성은 ‘괴물’과 ‘공부의 신’ 외에 대중에게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아역배우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이름을 알리는 사이 그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다. 연기자로서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함이었다.

“제가 끌리는 대로 작품을 선택했어요. 어렸을 때 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다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실수를 하나씩 줄여가며 좋은 배우가 되고자 했어요.”

이제 고아성은 관객들에게 자주 모습을 보일 것 같다. 그는 차기작 ‘우아한 거짓말’ 촬영에 돌입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여동생(김향기)의 자살 원인을 파헤치는 언니 ‘만지’ 역을 맡는다.

“제 이름에 대해 책임감이 생겼어요. 더 이상 괴물에 나온 소녀가 아니잖아요. 나이도 더 먹었고요. 이번 설국열차를 찍으며 생각이 더 명확해졌어요. 이제 배우의 의무감을 제대로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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