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투빅 “홀쭉한 가요계, 평균 만들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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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8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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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년 만에 첫 번째 정규 앨범 발매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흑인 음악으로 승부

“열심히 먹고 조금 운동했어요.”

언뜻 들으면 굉장히 마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풍채만큼이나 호탕한 웃음소리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내는 음료 흡입 스피드, 외모와는 다른 섬세한 감성을 가진 두 남자와 만났다.

‘2Bi Continue’라는 의미의 남성 듀오 투빅(2BiC, 지환 준형)이다. 지난해 3월 싱글 앨범 ‘또 한 여잘 울렸어’로 데뷔한 투빅은 오는 15일 데뷔 1년 만에 정규 앨범 ‘백 투 블랙’(Back to Black) 발표했다.

음악의 소비가 빠른 요즘, 속도 전쟁이 붙은 가요계에 신인은 물론 인기를 얻고 있는 기존 가수들도 싱글 앨범으로 쉼 없이 활동하곤 한다. 큰 부담 없이 조금이라도 오래 대중과 마주하기 위해서다. 이와 달리 투빅은 신인으로서는 ‘모험’과도 같은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백 투 블랙’은 흑인 음악에 대한 투빅의 애정과 열정이 녹아있는 앨범이다. 그동안 발라드곡을 주로 부르던 투빅은 그들이 잘하고 좋아하는 알앤비(R&B) 장르로 앨범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흑인 음악에 한국적인 감성을 잘 담아내려 노력했다”며 정규 앨범 준비는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성의 합의점을 찾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백 투 블랙’에는 인트로를 포함한 5개의 신곡과 ‘다 잊었니’, ‘나이기를’ 등의 기존 곡들이 수록되어 총 13트랙으로 이뤄져 있다.

타이틀곡 ‘바이 바이 러브’(Bye Bye Love)는 거칠고 끈적끈적한 느낌의 알앤비 곡이다. 떠나려는 연인을 붙잡으려는 남자의 절실함을 담은 곡으로 감성적인 멜로디와 후렴구의 애드리브, 곡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카펠라가 특징이다. 투빅은 ‘바이 바이 러브’를 5가지 버전으로 3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녹음한 끝에 완성했다. 두 사람의 노력을 대중들이 알아준 것일까. ‘바이 바이 러브’는 공개 후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무래도 정규 앨범이다 보니 더 잘하려고 하는 욕심이 컸어요. ‘뚱뚱한 애들 둘이 나와서 노래하네’가 아니라 ‘투빅이 이런 노래를 하는구나’라고 대중에게 인식시키고 싶어요.” (준형)

투빅은 둘이 합쳐 200kg이 넘는 넉넉한 몸집과 2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로 데뷔했다. 빼어난 비주얼과 어린 나이를 특징으로 하는 아이돌이 대세인 가요계에 투빅은 등장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가요계의 다양성과 (여러 의미의) 평균을 만들려 나왔어요. 다행히 개그맨 (김)준현이 형의 활약으로 뚱뚱한 우리를 비호감이 아닌 귀여운 이미지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덕분에 다이어트가 아닌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웃음)” (지환)


조영수, 안영민, 김이나 등 히트 작사 작곡가들의 든든한 지원사격 역시 투빅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데뷔전부터 두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긴 조영수 작곡가는 자신이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알앤비 음악에 대한 애정을 투빅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다. 그는 투빅이 KBS ‘불후의 명곡2’에 처음 출연할 당시 독감에 응급실에 실려 가면서도 직접 코러스에 참여하는 열의를 드러냈다.

투빅은 조영수와 함께 제작한 새 앨범의 완성도를 위해 미국도 다녀왔다. 두 사람은 흑인 음악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미국 문화 접하고 자그마한 공연도 열였다. 지환은 “느긋한 도시의 분위기와 여유가 음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각종 특제 햄버거였다. 두 사람은 “큰 몸으로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간 보람이 있었다”며 크고 맛있는 미국 햄버거를 극찬에 입을 모았다.

유독 큰 덩치 때문에 가수 생활도 순탄치 않다는 투빅. 두 사람은 모든 의상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두 사람의 몸에 맞는 옷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협찬은 멀고도 먼 이야기일 뿐이다. 협찬은커녕 오히려 미용실에서 얼굴이 커서 화장품이 남들보다 많이 들어가 눈치 보기 바쁘다고.

때문에 투빅의 단기적 라이벌은 형돈이와 대준이다. 비주얼 이미지가 겹치기 때문이다. 신인인 이들에게 이미 알려진 선배 가수와 이미지가 겹친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자신들을 알리는 데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록 지난해엔 졌지만, 머지않아 꼭 이겨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투빅은 덩치만 큰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큰 감성과 포부가 있다. 준형은 아직도 길에서 처음 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투빅의 노래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그는 “머리가 하얘졌다.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지환 역시 데뷔 첫 무대인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며 긴장을 많이 해 “손이 떨려서 나머지 한 손으로 잡았더니 나중엔 쥐가 오더라”라는 일화를 공개했다.

최근엔 지환이 녹음 중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며 눈길을 끌었다. 이에 지환은 “‘다잊었니’를 녹음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연락하던 여자가 떠나갔다. 그 후론 이성에게 연락도 오지 않는다”며 “당시의 추억과는 ‘바이 바이 러브’했다. 다음 사랑을 위한 좋은 양분으로 남겨두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꼭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투빅은 푸근한 이미지만큼이나 대중에게 ‘따뜻한 추억’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한 장르의 음악으로 얽매이는 것 또한 지양한다. 감정을 전달하는 음악을, 투빅만의 느낌으로 담백하게 전하고자 한다.

“정규 활동과 방송 활동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규 앨범이 잘되면 6월에 단독 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에요. 비주얼(?)이 아닌 공연에서 돋보일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제공|넥스타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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