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내 뇌를 조종하는 것 같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1일 03시 00분


영화 ‘라스트 스탠드’ 홍보 위해 내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홍보하기 위해 방한한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왼쪽)가 20일 기자회견장에서 김지운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슈워제네거는 “김 감독의 뛰어난 재능과 열정, 비전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앤드크레딧 제공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홍보하기 위해 방한한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왼쪽)가 20일 기자회견장에서 김지운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슈워제네거는 “김 감독의 뛰어난 재능과 열정, 비전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앤드크레딧 제공
비장한 음악이 깔리고 무대 스크린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66)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회색 정장 차림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기자회견장에 그가 영화처럼 등장했다.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격으로 방한한 뒤 3년 만이다. 이번엔 21일 개봉하는 영화 ‘라스트 스탠드’(감독 김지운) 홍보를 위한 방문이다.

“제가 말한 ‘아일 비 백(I'll be back·영화 ‘터미네이터’의 명대사)’, 이 말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보디빌더로 방문한 적도 있었고 책을 홍보하러 오기도 했어요. 88 서울올림픽 관련 일을 했던 아내와 함께 오기도 했을 만큼 한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2003년 ‘터미네이터 3’ 이후 10년 만에 할리우드에 돌아온 그는 ‘라스트…’에서 마약왕을 체포하는 작은 마을의 보안관 오언스를 연기했다. “전직 경찰 출신으로 고향에 돌아와 보안관으로 살다 악당을 물리치며 영웅이 되는 이야기예요. 영웅의 귀환 스토리에 매료됐습니다.”

자글자글한 눈가 주름이나 깊이 파인 팔자 주름은 세월의 흔적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영화에서 여전히 액션 연기를 선보이지만 쓰러져도 벌떡 일어섰던 ‘터미네이터’와는 다르다. 영화 속에서 몸을 겨우 일으키며 “아임 올드(I'm old·나 늙었어)”라고 말할 땐 찡하기도 하다.

“영화 속에선 노쇠한 영웅으로 나오지만 전 제가 늙었다고 느끼지 않아요. 운동은 제 삶의 일부죠. 그러니까 영화에서 문을 부수고 지붕에서 굴러떨어지고 총을 쏠 때도 힘들지 않죠.”

그는 김지운 감독에 대한 애정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김 감독은 열정적이어서 스턴트 액션도 말보다는 직접 몸으로 보여주면서 지시를 내리죠. 감정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때로 저의 뇌를 조종하는 것 같았어요.”

그는 19일 입국하자마자 김 감독의 단편영화 ‘하이드 앤드 시크(Hide & Seek)’ 촬영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보지 못한, 카메라 3대가 움직이는 새로운 촬영 기술이었습니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하는 노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는 주지사 출신다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번 대선에서 한국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당선됐죠.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맞은 한국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한국 팬이에요. 비즈니스건 영화 작업이건 한국과 관련된 일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제가 항상 말했듯, 아일 비 백!”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라스트 스탠드#아널드 슈워제네거#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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