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바른 청년’ 이승기 “내가 촬영 현장에서 절대 불평을 하지 않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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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1시 58분


코멘트

●매일 포옹으로 인사하던 ‘더킹투하츠’ 현장
●전국 로케이션에 밤샘 작업에도 “이렇게 안 힘든 적 처음”
●윤제문 연기에 안밀렸다고? 알고보면…
●“‘더킹’ 시청률 안나왔지만 향후에 기억될 드라마”


‘이승기 선생’

인터뷰 후 나는 그를 이렇게 부른다. 가수, 배우, 예능인으로서 곧고 바르게 걷고 있는 이승기(25) 선생을 만났다.

이른 아침 강남의 한 카페에서 눈을 비비며 나타난 그는 잔뜩 내려앉은 목소리로 “아우, 정신없네요”라며 ‘씩’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바른 청년’ 이미지답게(?) 커피도 아니고 레모네이드도 아닌, 흰 우유 한잔을 주문해 꿀꺽꿀꺽 마시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마냥 귀엽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뼈가 있고, 지혜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감마저 넘쳤다. 6월 1일 일본 콘서트를 하고 왔다는 그는 “와, 저 박수 받을 만큼 잘했어요”라며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자화자찬했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 피아노 하나로만 연주하며 선보인 무대가 있었어요. 정말 제가 생각해도 잘했죠. 악기 수가 적으면 그만큼 실수도 쉽게 들려 노래하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정말 8천 명과 교감한다고 느낄 만큼 필이 왔었죠.”

그의 말에 살짝 웃어보였지만,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연기는? 연기도 자신 있단다.

“연기를 잘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못한다고는 절대 생각 안 해요. 부족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돌파구가 생겨요. 이번에 MBC ‘더킹투하츠’를 찍으며 벽이 하나 무너진 것을 느꼈죠. 이렇게 연기가 안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에요.”

그의 자신감이 밉지 않다. 그 자신감만큼 열심히 사는 이승기 선생,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매일 포옹으로 인사하던 ‘더킹’ 현장

“지금까지 촬영한 드라마 현장 중 분위기는 정말 최고로 좋았어요.”

얼마나 현장 분위기가 좋았으면, 매일 촬영이 끝날 때마다 배우, 스태프들과 포옹으로 인사를 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매번 포옹으로 인사를 하며 끝낸 적은 처음이에요. 물론 남자들과요. 아, 사실 여자 분들과도 포옹한 적 많아요. 그 포옹이 어찌 보면 쉬워 보이지만 그 정도로 교감하지 못하거나, 친하지 않으면 굉장히 뻘쭘한 거거든요.”

그리고 그는 현장 분위기가 특별히 더 좋았던 이유가 있다고 설명해나갔다.
①현장에서 모두를 존대한 감독님

“이재규 감독님, B팀 감독님 두분 다 정말 좋아요. 전형적인 감독의 권위적인 모습이 없고, 모든 배우, 스태프들을 존중하죠. 어느 정도냐 하면 저는 물론, 모든 현장 스태프들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쓰세요. ‘승기씨, -하셨어요?’라고요. 늘 존중받고 대접받는 느낌이랄까.”

②모든 촬영에 에너지 100%를 쏟는 하지원 선배

“정말 하지원 선배는 누구와 연기를 해도 잘 맞을 배우예요. 보통 다른 배우들은 에너지 안배를 하거든요. 풀샷, 투샷, 클로즈업샷 등 특히 자신의 클로즈업샷에서 가장 최선을 다하죠. 그런데 하지원 선배는 나중에 지칠까 봐 덜 열심히 하는 게 없어요. 풀샷, 투샷뿐만 아니라, 상대가 연기할 때도 본인이 연기할 때처럼 다 똑같이 연기해줘요. 그러니 상대배우도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지요.”

③똑같은 말 3번씩 해도 늘 따뜻한 이순재-윤여정 선생님

“정말 체력이 좋으신, 대단한 선생님들이세요. 이순재 선생님은 하루에 잠을 차에서 이동할 때 두 시간 주무신대요. 그런데도 현장에 오면 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세요. 그런데 처음 듣는 이야기는 없고 적어도 3번씩은 들었던 얘기죠. 하하. 제가 예쁘니까 붙잡고 하시겠죠. 다음에 연극 작품도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윤여정 선생님도 연기 잘하고 싶다니까 연기 잘하는 배우들 추천해주시면서 많이 알려주셨고요.”

④어른들에게 잘하는 이승기

기자가 “어른들이 유독 이승기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칭찬하니 그 이유를 조곤조곤 설명한다.

“일단 제가 어른들에게 잘해요. 드라마 시작할 때 이순재, 윤여정 선생님께 약 지어드렸어요. 체력이 걱정돼서요. 윤여정 선생님은 특히나 여배우이신데 KBS2‘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랑 두 작품을 같이 하시고요. 걱정돼서 많이 챙겨드리려고 했죠. 마지막에는 연기 호흡도 좋아서 정말 예뻐해주셨어요. ‘다음에 무조건 열 작품 이상 같이 하자’고 말씀해주셨죠.(웃음)”

▶ 한눈에 보이는 그의 ‘연기 성장 그래프’

“타이틀롤로서의 부담, 당연히 있었죠.”

‘더킹투하츠’의 킹. 이승기는 자신이 짊어진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제가 무너져버리면 아무리 옆에 있는 기라성 같은 하지원 선배, 윤제문 선배 등도 절대 잘될 수 없거든요. 처음 촬영을 시작한 2월 한 달간은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연기파 선배들 사이에서 창피하지 않으려고 준비 정말 많이 했는데 윤제문 선배의 첫 대사를 듣는 순간, 얼어버렸죠. 너무 리얼해서요.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지?’ 너무 황당해서 입이 안 떨어졌어요.”

“그런데 친구도 좋은 친구를 만나야한다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니까 나중에는 정말 못할 수가 없더라고요. 하지원 선배, 윤제문 선배, 이순재 선생님 등 연기하는 것을 보면 각각의 스타일과 노하우가 보여요. 기본적인 머리만 있으면 그걸 보면서 연기하는데 못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10회 넘어가면서부터 극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 전까지는 스스로도 한 신, 한 신에 긴장을 정말 많이 했고, 감독님도 매주 모니터링하며 컨트롤 해줬어요. 판문점 신, 윤제문 선배와 독대신 찍고부터 연기가 막 풀리기 시작했죠. 스스로도 무언가 벽이 하나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가 언급한 윤제문과의 독대신은 왕 이재하(이승기)가 클럽M의 수장 김봉구(윤제문)와 단둘이 그간의 사건들을 되짚으며, 두 사람의 인격이 결국 같다, 다르다를 논하는 등 심리전을 펼치는 내용이다. 시청자들은 이 신에 대해 ‘이승기가 윤제문의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았던 신’이라고 평가하다. 하지만 그는 그 평가는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밀리고 안밀리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저는 정말 윤제문 선배의 호흡에 따라갔거든요. 이재하(이승기)가 밀어붙일 때는 김봉구(윤제문)가 밀리고, 김봉구가 다시 공격할 때는 이재하가 수그러들고요. ‘왔다갔다’하는 호흡이 중요한 신인데 윤제문 선배가 제 연기를 잘 받아주며 이끌어줬죠. 나중에는 둘 다 너무 몰입해서 분노의 눈물까지 흘렸어요. 제가 촬영을 마치고 선배에게 ‘멜로신 찍은 기분’이라고 말했어요.”

연기 에피소드만 들어도 그의 연기 성장이 느껴졌다. 덕분에 영화 쪽 관계자들도 이승기를 눈여겨 볼 정도라고.

“이번에 함께 드라마 촬영한 스태프 중 영화 촬영하던 스태프들이 많았거든요. 그분들이 영화 쪽 관계자들이 저에 대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물어본다고,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연예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더 많이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웃음)”

▶이승기의 ‘이유있는 긍정 마인드’

“저는 촬영 현장에서 절대 불평, 불만 하지 않아요.”

극 중 이재하와 다른 점을 꼽으라니 자신은 불평, 불만을 안 한다고 답한다. 기자가 “왜요? 예의 바른 청년이라서?”라고 되물으니 곧바로 “아니요, 이미지나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요”라고 의외의 답을 한다.

“불평, 불만을 하기 시작하잖아요? 그러면 제가 힘들어지거든요. 스스로 짜증이 나니까요. 불평하면 연기고, 예능이고, 가수고 다 못해요. 좋은 마음으로 해야 연기도 잘 되고, 다 잘되죠. 현장에서 ‘저건 저래서 안돼’ 지적할 수 있지만, 지적하기 시작하면 결국 제가 힘들어지죠.”

똑 부러지는 그의 대답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똑똑함을 넘어선 지혜가 느껴졌다.

이승기 선생의 긍정 마인드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보여졌다. 기대치보다는 높지 않았던 시청률에 대해 묻자 그는 “정말 서운하지 않다”며 논리적인 근거들을 나열한다.

“우선 주제의식이 시청자들에게 어렵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던 거죠. 남북통일, WOC라는 생소한 소재가 ‘참신하다’거나 ‘이게 뭐야?’ 할 수 있는 ‘모아니면도’의 소재였죠.”

“하지만 그렇기에 득이 된 것도 있어요. 뻔하지 않은 소재로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들었죠. 또 나중에 돼서도 여운이 남을 드라마, 기억될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또 그에게 있어서는 연기력, 좋은 선배들 등 많은 것을 얻은 드라마여서 아쉬움이 더욱 없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의 차기작은 아직 미정.

“최근 예능 러브콜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묻자 “정말 그래요. 팬카페에도 이렇게 썼다니까요. ‘아, 나만한 인재가 없나?’”

그의 이유 있는 자신감에 또 한번 기분 좋은 웃음이 났다.

그래요, 이승기 선생. 가수도, 연기도, 예능도 지혜롭고 똑 부러지게 해내는 당신! 당신만한 인재가 없네요. 앞으로도 더욱 기대할게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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