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MBC 드라마 ‘종합병원2’에서 차태현을 졸졸 따라 다니던 푼수 간호사로 나올 때부터 심상치 않다 싶었다. 이후 한동안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다 했는데 지난해 임성한 작가가 대본을 쓴 SBS 드라마 ‘신기생뎐’에서 금라라역으로 ‘짜∼잔’하고 나타났다. 그리고 드라마 세 편 만에 마침내 여주인공을 맡았다.
KBS 1TV 일일드라마 ‘당신뿐이야’에서 엉뚱하지만 사랑스럽고 생기발랄한 성격의 나무궁화 역의 한혜린(24). 드라마 세 편에 나오는 동안 단역, 조연을 거쳐 주연까지 성장했다.
“역할을 맡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빠르다와 느리다는 상대적인 것인데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 속도를 원해서 달리고 있다. 빠르다는 말 보다는 그 만큼 절실했다고 하는 게 맞다”며 웃었다.
한혜린은 ‘당신뿐이야’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진짜 기뻐서 울어본 적 있으세요? 사실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 쉽지만 저는 처음이었어요. ‘신기생뎐’이 끝나고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던 시기여서 더 기뻤어요.”
한혜린은 주인공으로서 “매일 매일 나의 한계를 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요즘 심경을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일찍 포기했을법한 상황들이 매일 펼쳐지는데 그걸 넘고 있어요. 내 안에 틀을 깨는 작업들인데 그게 바로 책임감인 것 같아요.”
그는 ‘신기생뎐’ 때만 해도 자신을 완벽한 프로 연기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업 연기자’라고 하기엔 뭔가 어색한 연습생 같은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연기자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묵직한 책임감과 즐거움을 함께 느끼고 있다.
“사실 이 작품 전까지는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시야도 좀 넓어졌고 순발력도 생기더라고요. 과정은 꽤 고통스러웠지만 짜릿한 희열을 느끼고 있어요.”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일단 부딪혀보는 성격은 극 중 나무궁화와 많이 닮아있다. 그는 나무궁화라는 인물에 대해 “작가님이 점점 저를 생각하면서 대사를 쓰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닮았다”고 했다.
한혜린은 용띠 스타 중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연기자로 꼽히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그를 찾는 러브콜이 많지만, 1년 동안 연기에만 올인할 계획이다.
“연기는 항상 새로워요. 가끔 날 집어삼킬 것처럼 무섭기도 하지만, 제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니까요. 올해는 그 산 하나를 제대로 넘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