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고등 울려도 도발적 질문 ‘콕’

  • Array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용석 의원엔 “19대 총선 안될 것” 홍준표 前대표엔 “그만두니 인기 하늘 찔러”채널A 화제의 ‘시사토크 쾌도난마’ 진행 박종진 부장

유창하고 매끄럽게 풀어놓는 언변은 아니다. 투박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솔직담백한 입심으로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하는 ‘쾌도난마’ 진행자 박종진 채널A 경제부장. 2일 방송에서는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왼쪽)을 불러내 경고등이 울리는 아슬아슬한 시사 토크를 나눴다. 채널A 제공
유창하고 매끄럽게 풀어놓는 언변은 아니다. 투박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솔직담백한 입심으로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하는 ‘쾌도난마’ 진행자 박종진 채널A 경제부장. 2일 방송에서는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왼쪽)을 불러내 경고등이 울리는 아슬아슬한 시사 토크를 나눴다. 채널A 제공
“꿈이 뭡니까.”(박종진 채널A 경제부장)

“단기적으로는 일단 19대 총선에서….”(강용석 의원)

“제가 볼 땐 안 될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미리 안 된다고 생각하시고….”(박 부장)

삐, 삐, 삐…. 스튜디오 데스크 위에 올려진 경고등이 빨간불을 반짝이며 경고음을 냈다. ‘위험 수위니 발언을 자제하라’는 제작진의 메시지다.

채널A ‘박종진의 시사토크 쾌도난마‘(월∼금 오후 5시)의 지난주 방영분 일부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시사 주제에 대한 쉬운 풀이와 진행자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한창 화제몰이 중이다.

“‘방송사고’를 오히려 즐기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생방송은 못하죠.”

2일 오전에 만난 박 부장은 기다렸다는 듯 “출연진과 주먹다짐을 하는 한이 있어도 생방송으로 그대로 나가는 솔직한 방송이 좋다”고 한술 더 떴다.

‘쾌도난마’는 도입부인 뉴스 브리핑에서부터 그의 입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지난주 월요일에는 월급만 준다면 감옥도 갈 수 있다는 청년 실업 문제를 소개하며 스타벅스에서 미끄러진 남성이 85억 원의 배상금을 받는다는 해외 소식을 전한 뒤 “내일부터 젊은이들이 스타벅스에서 미끄러지는 연습을 할까 걱정”이라고 튀는 코멘트를 날렸다. 한나라당 최연소 비상대책위원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26)에 대해서는 “사람이 똑똑하면 ‘싸가지’가 없다고 하는데, 참 대단하다”며 낮에는 회사일, 밤에는 무료 과외를 한 프로필을 전하기도 했다.

매일 그는 게스트와 일진일퇴의 ‘전투’를 치른다. 재킷도 입지 않고 진행한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강 의원, 영화배우 신성일,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 입담으로 이름난 인사들을 자리에 앉혔다. 홍 전 대표에게는 “대표를 그만둔 뒤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강 의원에겐 “이젠 ‘또라이’라는 얘길 들어도 이상하지 않죠?”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졌다.

최근 출간한 책 ‘청춘은 맨발이다’에서 옛 애인이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 지운 내용을 언급했던 신성일과의 인터뷰도 화제가 됐다.

“시간을 되돌리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박)

“그땐 지금과 달라 국제전화도 어려웠다. 시간을 되돌리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은 온당치 않다.”(신)

그러자 박 부장은 책의 본문을 들어 “‘이 자리에서 고백한다. 난 죄인이다. …그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아이를 낳도록 해야 했다’, 이렇게 분명히 적지 않았냐”고 받았다. 순간 신성일은 말문을 닫았다. 정적이 8초간 지속됐다.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 당황할 만큼 긴 순간이다. 그러나 이 정적도 방송에 밝은 박 부장의 ‘애드리브’였다.

“일부러 기다렸어요. 그 정적이 주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기다리다 10초를 넘기면 방송 사고니 그냥 넘어갔죠.(웃음)”

대본도 보지 않고 툭툭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박 부장은 인터뷰에 많은 공을 들이기로 이름나 있다. 방송 중반쯤이면 셔츠 겨드랑이가 땀으로 흥건하게 젖는다. 그는 “이틀 전부터 땀 흡수 패드를 끼는데도…”라고 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서는 ‘막말 지존’ ‘비 내리는 겨드랑이’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MBN 청와대 출입기자와 정치팀장, 국제부장을 거쳐 뉴스와이드 앵커를 지낸 그의 방송 좌우명은 ‘솔직한 방송’ ‘용기 있는 방송’이다. 그는 “경고등이 아직 생각보다 많이 울리지 않고 있다”며 “‘욕먹을 걸 걱정하기보다는 시청자의 시선에서 방송하겠다”고 말했다. 오늘도 그는 경고등과 함께 카메라 앞에 앉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