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영화속 ‘아동학대’ 美 뉴욕주에선 법으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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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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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는 아버지가 어린 딸을 무릎에 앉혀 마주 본 채 아이의 엉덩이를 더듬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김복남 역을 맡은 배우 서영희(왼쪽)가 딸아이를 안고 도망가려 하고 있다. 필마픽처스 제공
지난해 개봉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는 아버지가 어린 딸을 무릎에 앉혀 마주 본 채 아이의 엉덩이를 더듬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김복남 역을 맡은 배우 서영희(왼쪽)가 딸아이를 안고 도망가려 하고 있다. 필마픽처스 제공
《한국 영화의 아동 폭력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아동 성폭력을 다룬 영화 ‘도가니’(22일 개봉)가 폭행 장면 등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해 이를 연기한 아역 배우들이 영화 출연 이후 겪게 될 정신적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본보 지적이 계기가 됐다.
▶본보 26일자 A13면 아동 성폭력 고발…
‘도가니’ 이전에도 아동에 대한 폭력과 선정적인 묘사를 담은 영화들이 발표돼 여러 차례 문제가 됐지만 논란은 금세 시들해지고 폭력적인 영화는 계속 제작되고 있다.》
○ 영화 속 아동대상 폭력 지나치다

29일 개봉하는 전도연 정재영 주연의 영화 ‘카운트다운’에는 정재영의 아들로 장애인 아역 배우가 나온다. 영화에서 술에 찌들어 집안을 돌보지 않는 정재영은 아이에게 “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 같은 ××야”라고 욕을 한다. 영화적인 설정이지만 아역 배우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개봉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는 아버지가 어린 딸을 무릎에 앉혀 마주 본 채 아이의 엉덩이를 더듬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연상시키려는 의도였지만 “아버지 주머니에서 딸의 속옷이 나온 장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원빈 주연의 ‘아저씨’에선 엄마가 드라이어 등으로 고문당하는 장면을 초등학생 딸아이가 목격하는 장면이 나와 논란이 됐다.

2007년 최양일 감독의 ‘수’에서는 횟집 주인이 초등학생 아들에게 회칼을 집어주며 주인공인 지진희를 공격하라고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1996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장선우 감독의 ‘꽃잎’에서는 이정현이 당시 16세의 나이에 전라의 연기를 펼쳐 논란을 불렀다.

박선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위원장은 “이번 ‘도가니’ 사건을 계기로 아동 폭력 영화 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영등위도 등급 분류 기준의 강화 등을 논의하는 문제를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도가니’는 청소년에 대한 폭력성 묘사 정도가 높다는 이유 등으로 영등위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다.

○ 어린이·청소년 배우 보호도 시급

어린이와 청소년 연기자들이 촬영 현장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챔프’에서 차태현의 딸로 출연한 아역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밤샘 촬영 중 잠을 참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연예산업에 종사하는 어린이, 청소년의 노동 시간을 학기 중에는 하루 3시간, 주 18시간 이하로 엄격히 제한한다. 학기 중이 아닐 때는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촬영도 오전 5시∼오후 10시에만 가능하다. 뉴욕 주는 곡예, 승마, 줄타기 등 위험한 장면과 외설, 부도덕한 장면의 출연을 법으로 금지한다. 장애 아동을 출연시키는 것도 안 된다.

영국은 아역 배우들의 경우 리허설을 포함해 하루 3시간 30분 이상 활동할 수 없으며, 연령대별로 휴식시간을 정해 규제하고 있다. 일본에도 아역 배우가 하루 7시간 이상 일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

국내에서는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등이 지난해 12월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 등을 골자로 한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시행규칙 등을 마련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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