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재벌, 제조업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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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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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홈쇼핑… 리조트… 제작지원사 업종과 같아
고객과 직접상대 서비스업 ‘브랜드 노출’ 중시 탓

SBS 주말연속극 ‘여인의 향기’ 주인공인 강지욱(이동욱·왼쪽)은 여행사인 ‘라인투어’의 본부장으로 나온다. SBS 제공
SBS 주말연속극 ‘여인의 향기’ 주인공인 강지욱(이동욱·왼쪽)은 여행사인 ‘라인투어’의 본부장으로 나온다. SBS 제공
“A그룹 회장은 지방의 공장을 방문해 제조 현장을 둘러보고 종업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경영에 나섰다….” 안전모와 작업복 차림의 대기업 오너 사진과 함께 신문에 흔히 실리는 재계 동정 기사다. 하지만 TV 드라마에서 작업복 차림으로 제조 현장을 둘러보는 경영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은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며 관광상품 개발을 독려하거나(SBS ‘여인의 향기’ 강지욱·이동욱 분), 홈쇼핑 상담원으로 입사해 현장경험을 쌓은 뒤 경영 일선에 나선다(MBC ‘불굴의 며느리’ 문신우·박윤재). 식품 기업의 경영권을 놓고 야망을 불태우고(SBS ‘내사랑 내곁에’ 고석빈·온주완, MBC ‘당신 참 예쁘다’ 박치영·김태훈), 리조트 기획실장으로 우아하게 일한다(MBC ‘천 번의 입맞춤’ 장우진·류진).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업종별 국내총생산(GDP) 구성비율은 제조업이 31.1%로 가장 높다. 유통업과 음식업, 숙박업은 합쳐 GDP의 11.2%에 그친다. 하지만 드라마 속 재벌은 대다수가 제조업이 아닌 유통업과 음식업, 숙박업 등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이 같은 현상은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는 업체가 대부분 서비스업 관련 기업인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드라마의 주요 ‘돈줄’이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을 결정하고 줄거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내사랑 내곁에’는 설렁탕업체인 ‘신선설농탕’이 제작을 지원하는데 극중 식품기업도 설렁탕업체를 모태로 설립된 것으로 설정됐다. ‘당신 참 예쁘다’의 지원 업체는 해산물 뷔페 프랜차이즈 ‘토다이’로 극중 외식업체도 뷔페식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온다. 드라마 속 업체 이름도 ‘티데일리(T-Daily)’로 ‘토다이’와 비슷하다.

‘여인의 향기’의 제작 지원업체는 ‘하나투어’. 이 드라마의 주인공 강지욱은 ‘라인투어’ 본부장이다. 붉은색 타원에 ‘LNT’를 새긴 라인투어 로고는 붉은색 타원에 ‘HNT’를 새긴 하나투어 로고와 유사하다. 곤지암 소재 리조트 기업이 나오는 ‘천 번의 입맞춤’은 곤지암 리조트가, 홈쇼핑업체가 배경인 ‘불굴의 며느리’는 GS홈쇼핑이 제작 지원을 한다.

서비스업체의 드라마 제작 지원이 활발한 이유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업종의 특성에 따라 많은 사람이 보는 드라마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제조업체는 기업 간 상거래가 많아 시청자 대상 마케팅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드라마 제작사로서는 기업 협찬을 통해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제작사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도 생긴다. ‘여인의 향기’는 특정 여행지에서 ‘풍경 정말 좋다’는 등의 대사를 반복적으로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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