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E1’ 첫 단콘 스탠딩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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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8일 14시 42분


코멘트

● 세계적 뮤지션 첫 단독콘서트에 '직접광고' 끼어 넣은 '몰상식'
● 뚜렷한 스토리텔링이나 메시지 없이 '놀자'만을 반복한 '공허함'
● 형식이나 내용 양쪽 모두 부족함을 내비친 '아쉬움'

영국에서 그녀들의 무대를 보기위해 날아온 '셰릴 조이 톰슨' 부녀. 17살인 그녀는 가수를 꿈꾸며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2NE1'을 꼽았다.
영국에서 그녀들의 무대를 보기위해 날아온 '셰릴 조이 톰슨' 부녀. 17살인 그녀는 가수를 꿈꾸며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2NE1'을 꼽았다.
"어디서 오셨어요?"(기자)

"영국 런던에서 왔어요. 오로지 '투애니원' 공연을 보기 위해서 일주일 휴가를 내고 왔다니까요. 허허"(한 외국인 부녀)

8월26일 저녁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내에 자리한 올림픽홀. 올해 17살인 쉬라 조이톰슨의 부친은 가수가 되고자 하는 딸의 '한국행'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한다.(그리고 기적과 같이 셰릴은 영국한국문화원이 지난 6월 3일 개최한 'K팝 라이브' 콘테스트에서 지나의 '꺼져 줄게 잘살아'를 불러 우승을 차지해 한국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결국 이들 부녀는 2NE1의 첫 콘서트를 보기 위해 12시간의 비행을 감수하고 난생처음 한국이란 나라에 당도했다.

이는 최근 케이팝(K-pop) 스타들의 콘서트에서 쉽사리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웃인 일본이나 대만 등 아시아 국가 팬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서구권 국가에서도 케이팝을 즐기기 위해 본고장인 서울로 몰려든다.

특히 아시아를 뛰어넘어 서구권 음악 팬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기획사가 존재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현석(41)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YG엔터테인먼트' 일명 'YG패밀리'다. 전 세계 팝시장의 중심흐름인 '힙합(Hip Hop)'을 앞세운 이들은 남성아이돌 '빅뱅'과 여성그룹 '투애니원(2NE1)'을 쌍두마차로 삼아 유튜브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어느새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뷔 6년차를 맞이한 '빅뱅'의 실력과 인기는 이미 검증됐다. 그렇다면 이제 데뷔 3년차, 겨우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 2NE1은 어떤 성장경로를 거치게 될까?

현재 그녀들은 사상 최고의 해를 보내는 중이다. 미니앨범으로 나온 '어글리(ugly)'는 수록된 5곡이 모두 국내음악차트 '올킬'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내가 제일 잘 나가(I'm the Best)'는 빌보드 세계음악 차트진입은 물론 전 세계적인 '따라하기(커버)'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그녀들을 '케이팝 최고의 블루칩'으로 격상시켰다.

짜임새 있는 보컬, 격정적인 무대매너,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세련된 작사와 작곡까지…. 2NE1은 사상 최초로 케이팝이 배출한 세계적인 뮤지션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론가들의 기대와 칭찬이 쏟아졌다. 그리고 8월26일부터 3일간 약 4000석 규모의 올림픽홀 전석을 매진시키며 역사적인 '단콘(단독콘서트)'를 시작한 것이다.

\'투애니원\'의 첫 콘서트이 열린 올림픽 홀에는 26일부터 28일 3일간 1만3000여명의 팬들이 좌석을 가득채우며 이들의 역사적인 \'단독\' 무대를 축하했다.
\'투애니원\'의 첫 콘서트이 열린 올림픽 홀에는 26일부터 28일 3일간 1만3000여명의 팬들이 좌석을 가득채우며 이들의 역사적인 \'단독\' 무대를 축하했다.

전 세계적인 음악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콘서트 중심으로 변화했다. 적어도 5000명 이상의 관객을 앞에 둔 대형공연의 성공적인 진행 여부가 세계적인 뮤지션으로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키워드가 된 셈이다. '소녀시대'가 아시아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던 배경에도 1만 명 이상의 대형무대에서의 완벽한 퍼포먼스와 시각적 쾌감 때문이었다.

여성그룹으로 '소녀시대'의 뒤를 이을 주자로 '2NE1'이 첫손에 꼽혔다. 기자 역시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트존' 스탠딩석을 정성스럽게 예매했다. 세계적인 뮤지션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의 첫 번째 '단콘'이라는 희소성과 역사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껏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2%가 아닌 12%가 부족한 무대였다. 물론 가수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총체적인 운영과 컨셉의 문제였다.

■ 아쉬움1> 콘서트 입장 절차 더 세련될 수 없나?

공연장 입장을 위해 가방 검사를 받고 있는 외국인들. 주최측은 촬영제한이나 가방검사 및 소지품 보관에 대해 보다 세밀하고 세련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연장 입장을 위해 가방 검사를 받고 있는 외국인들. 주최측은 촬영제한이나 가방검사 및 소지품 보관에 대해 보다 세밀하고 세련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연 2~3시간 전에 올림픽홀에 당도한 스탠딩 관람객들은 종이팔찌를 교부받고 각 구역별로 순서대로 대기해 입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무거운 소지품이나 촬영 장비를 가진 관람객은 다시 보관대에 가서 물품을 맡겨야 한다. 최근 콘서트장의 풍경은 '카메라와의 전쟁'으로 묘사된다.

주최 측은 "공연 무대 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니 카메라는 보관소에 맡기고 오라"는 경고방송을 이어갔다. 실제 공연장에서 무대를 즐기지 못하고 '몰래 촬영'에 매진하는 것은 타 관객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다. 특히 무대가 첫 '단콘'이니만큼 모든 관람객이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무척이나 복잡했고 유려하지 못한 점이 엿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콘서트홀 가방검사는 보편적인 통과의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이유가 촬영 장비를 통한 콘텐츠 유출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테러'의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두 가지 검사는 최대한 절도 있고 세련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획사측은 끊임없이 컨텐츠 불법유출에 대한 경고방송만 일삼았지 관람객에게 굴욕적일 수 있는 가방검사에 대한 세련된 조치가 충분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물품보관소는 유료로 운영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팬들이 몰려왔음에도 영어를 통한 알림방송이나 고지는 상당히 미흡했다.

■ 아쉬움2> 일본 카메라 회사가 주최한 콘서트인가?

콘서트장의 분위기는 빠르게 달아올랐다. 그녀들의 단독 콘서트를 기대한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반증이다. 이제까지 한 무대에서 3~5곡을 부른 경우는 많았지만 2시간 이상 대형무대의 단독 주인공이 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독콘서트란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충분한 히트곡, 역동적인 무대매너와 개인기 그리고 그 무대를 충분히 함께 즐긴 수천수만의 열혈 팬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예술성과 상업성 그리고 뮤지션의 성숙도가 최고조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2NE1의 '단콘' 데뷔는 무척이나 빨랐고 그 폭발력에 대한 기대감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나 4번째 노래인 '렛츠고 파티(Let's go party)'를 부르는 순간 그 분위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생뚱맞게도 박 봄이 팬들을 향해 "우리 함께 사진 찍어요!"라고 소리친 것이다. 그 순간 거대한 카메라가 조형물이 무대 중앙에 등장했다. 그 카메라에는 'NiOOO'이라는 한 일본 거대 카메라 제조사 브랜드가 박혀 있었다. 순간 일부 팬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필자 역시 수없이 많은 라이브 콘서트장을 다녀봤고 세계적인 뮤지션의 공연도 다수 관람해봤지만 무대의 주인공이 가수가 아닌 경우는 단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물론 뮤지션이 특정 브랜드 음료수를 마신다거나 특정 상표가 나붙은 악기를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특정상표가 부착된 조형물을 등장시키고 가수가 그 상품을 홍보한다는 것은 정통 콘서트에서는 상상조차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단지 노래 한 곡에 불과했다고 항변할지 몰라도 그 순간 세계적인 팝 유망주인 '2NE1'의 단콘은 그저 일본 카메라 회사의 광고판역할로 전락했다. 실제 무대 바깥에는 이 'N'사의 거대 조형물에 세워져 있는 것은 물론 입장권을 대신한 팔찌에도, 장내에서 뮤지션을 기다리던 관객들에게도 N사의 광고가 빈번히 노출됐기 때문에 그 불쾌감은 더욱 가중됐다.

최근 마케팅기법이 진화하면서 아예 노래 자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독 '힙합'을 앞세웠다는 YG가 이 같은 행태에 적극적인 것은 아이러니하다. '2NE1'은 데뷔초기 '롤리팝(Lollipop)'이란 노래를 휴대폰 광고로 활용하더니 '돈스탑 더 뮤직(Don't stop the music)'의 뮤직비디오는 아예 일본 스쿠터 브랜드 홍보물이 됐다.

이 같은 홍보성 퍼포먼스는 팬들과의 '성실-신의' 관계를 배신한 셈이다. 무려 9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티켓 비용을 지불하고 2시간 이상 기다려 입장한 성실한 팬들에겐 일종의 모욕이자 폭력이었다. 게다가 관객들의 카메라가 이미 공연장 입구에서 제지당한 상황에서 "함께 사진을 찍자"는 발언의 아이러니함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아쉬움3> 공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놀자'라는 컨셉에 맞게 공연 내내 신나고 흥겨웠지만 '2NE1'에게 집중된 높은 기대에 부응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놀자'라는 컨셉에 맞게 공연 내내 신나고 흥겨웠지만 '2NE1'에게 집중된 높은 기대에 부응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CL(채린)'의 도발적인 눈빛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스탠딩 좌석의 가장 큰 의미였다. '민지'는 선배 태양과의 댄스배틀을 선보이며 '첫콘'의 실질적 주인공이 됐다. '박봄'의 웨딩드레스와 산다라의 솔로곡 '키스'도 기대 이상의 매력을 선사했다.

필자가 서 있는 '하트존'은 메인 무대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가수들이 가끔 중앙무대로 걸어 나오는 순간은 그야말로 군중들의 출렁임으로 심한 몸싸움을 겪어야 했다. 그나마 필자는 남자인데다가 키도 큰 편이었기 때문에 공연을 즐길 만 했다. 상당수 여성팬들은 공연 중간 중간 탈진되어 빠져나갈 정도로 격렬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애당초 이 무대의 이름은 '놀자(NOLZA)' 콘서트로 명명됐다. '투애니원'과 함께 즐겨보자는 뜻이다. 오랜만에 힙합 분위기에 걸맞은 무대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단콘'에 대한 흥분과 긴장이 앞섰는지 무대운영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보였다. 진행자(MC)가 없는 무대에서 가수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야 했지만 이들의 표현력은 "여러분 놀아요!", 잘 놀고 있나요?", "즐거웠나요?" 정도의 방송용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이 같은 미숙함은 기획자의 컨셉과 무대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벌어주는 '영상으로 보완해야 했다. 그러나 기획자 역시 '역사적 첫 번째 단콘'이라는 의미에 흥분한 듯 보였다. 2NE1이 이제까지 그녀들이 걸어온 길, 성과 그리고 이들의 커버송 UCC 등을 편집해 보여줬지만 그 수준은 팬클럽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힙합'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그녀들을 둘러싼 무대장치는 평범한 아이돌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4000석 규모의 올림픽홀 규모에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값비싼 무대장치를 투입했음에도 뚜렷한 스토리텔링 효과를 전달 받을 수 없었다. 또한 기존의 뮤직비디오에서 이미 경험했던 이미지의 반복 등장으로 그녀들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아쉬움4> '2시간'이란 공연시간은 한참 부족했다


스탠딩 무대에서 2NE1에 열광하는 팬들. 2시간을 기다려 입장한 것에 비해 공연시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평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스탠딩 무대에서 2NE1에 열광하는 팬들. 2시간을 기다려 입장한 것에 비해 공연시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평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오후 8시12분에 시작된 공연은 9시50분이 되자 일단 막을 내렸다.

1시간 40여분이란 시간은 '단콘'라고 표현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량이다. 같은 회사 선배인 빅뱅이 30여곡 2시간 30분, 경쟁자인 소녀시대가 40여곡 3시간을 채운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팬들은 '앵콜' 혹은 '더 놀자'라는 구호를 선창했고 3분 뒤 CL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분 더 놀까요?"라는 답으로 나머지 공연을 이어갔다. 그 앵콜송조차도 두 곡에 불과해 팬들을 실망시켰다.

이른바 '앵콜 무대'란 라이브 콘서트의 기본 공식이 된지 오래다. 팬들의 호응을 높일 뿐만 아니라 가수들은 내친김에 무대 참가자의 무대 인사까지 겸하며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할 수 있다. 문제는 불과 20곡 남짓 1시간 30분 남짓 노래 부르고 무대를 마감하고 앵콜을 유도하는 모습이 지나치게 도식적 구도 속에서 흘러갔다는 사실이다.

2NE1이 안고 있는 '단콘'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서 엿보였다. 잘 알려진 대로 2시간 이상 무대를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히트곡과 개인기도 필수적이지만 그보다 강철 같은 체력과 성대가 우선시된다. 여성 솔로들의 단독무대가 쉽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소녀시대'는 9명의 멤버들을 골고루 활용하며 3시간 라이브 콘서트라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멤버 전원이 충분한 개인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앨범이나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2시간용 '첫콘'은 풍성하지 못했고 빈약해 보였다. 차라리 큰 무대 투자 없는 1시간용이었다면 기대감도 작았겠지만 만족감은 더 컸을지 모른다.

■ 아쉬움5> 미흡한 음향시설…강렬한 뮤비(M/V) 이미지 극복해야


공연이 끝난 무대를 아쉬워 하는 팬들. 2NE1이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획사와 팬들의 보다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공연이 끝난 무대를 아쉬워 하는 팬들. 2NE1이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획사와 팬들의 보다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올림픽홀이 대중음악전문 공연장으로 변신을 했다지만 팬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 또한 선명하지 못했던 음양시설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멤버들의 목소리가 일부 뭉개졌고 반주소리도 지나치게 커서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연이 흥겨웠음에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정작 따로 있어 보였다. 다름 아닌 기존의 '2NE1'의 노래들이 강렬한 뮤직비디오 이미지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010년 정규 1집 '고 어웨이(Go away)' '박수쳐' '캔 노바디(Can't nobody)' 라는 세 개의 타이틀곡이 이른바 그녀들의 뮤직 비디오 이미지를 대표한다. 올해 '어글리'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YG는 뮤직비디오 제작에 최고의 역량을 집중했고 그 전략은 '유튜브'라는 신질서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녀들의 패셔너블하면서도 파워풀한 이미지의 상당부분은 비디오 이미지전략의 성과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지 전략은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콘서트 시장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힙합그룹이란 오히려 음향이나 조명 장치보다는 뮤지션들의 순수한 음악적 역량과 퍼포먼스 그리고 특출한 감수성을 발현시켜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번 무대가 뮤직비디오보다 더 매력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이번 무대를 통해 YG는 그녀들을 대형콘서트장의 주인공으로 삼고 싶다는 야심을 내비쳤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이 오히려 관객의 집중도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팬들은 무대의 주인공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오히려 무대 장치에 가려서 충분하게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기존 뮤직비디오 찾아볼 수 없었던 공민지와 태양의 '댄스 배틀'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지나치게 짧았다. 여전히 기자에게는 '카메라 브랜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되고 말았다.

'첫콘'과 '단콘'에 주어지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직도 10대인 CL과 공민지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들은 대단히 성공적인 데뷔무대를 가진 셈이다. 단 1시간59분 만에 끝난 무대를 빠져나오면서 처음 들어가기 전에 만났던 외국인들을 찾아 잠시 서성거렸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후기'는 들을 수 없었다.

과연 2NE1의 '첫 단콘'은 한국 팝 역사에 어떤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인가? 아직은 확실치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충분히 달려왔다고 생각했음에도 아직 갈 길은 멀고 고지는 높아 보인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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