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정려원과 키스신 아내 모르게 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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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7일 07시 00분


영화 ‘통증’ 권·상·우
그의 일과 사랑 그리고 삶

미안해서 미리 말 못해…사심은 없었어요, 하하
씻지도 않고 촬영? 내겐 망가지는 연기도 매력적
차기작은 청룽 제작영화…내년엔 美·中 공략할 것

권상우. 스포츠동아DB
권상우. 스포츠동아DB
“저 같은 배우도 한 사람쯤 필요하잖아요.” 그동안 자신의 성격 때문에 손해보는 일이 더 많았는데도 그는 여전히 말에 거침이 없었다. 권상우(35)는 “나다운 걸 없애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공식적인’ 대화의 자리인 인터뷰에서도 권상우는 감정을 감추는 대신 드러내려 애썼다.

주연 영화 ‘통증’(감독 곽경택)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였지만 그는 영화보다는 배우로서 앞으로 도전할 계획이나 그 과정에서 겪고 있는 개인적인 감정 그리고 아내 손태영과 연기자 부부로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꺼냈다.

○“이런 영화를 대체 왜 거절한거지?”

9월8일 개봉하는 ‘통증’은 권상우가 정려원과 만들어가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만화가 강풀이 원안을 썼고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연출했다.

“시나리오가 제 앞으로 온 게 아니었어요. ‘그냥 읽어보라’는 매니저의 말에 읽었고 마지막장을 덮자마자 바로 하고 싶다고 했죠. 다른 배우가 먼저 받은 시나리오였는데 그 분이 왜 거절했는지 의아했어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자신감은 넘친다”는 그의 말처럼 ‘통증’에 대한 권상우의 자신감은 상당해 보였다. 영화에서 그는 실수로 가족을 잃은 뒤 어떤 상처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남순을 연기했다. 상대인 정려원은 작은 상처에도 강한 통증을 느끼는 여자. 둘은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다.

“말랑말랑하게 시작하는 멜로 영화는 많잖아요. ‘통증’의 구조는 달라요. 제 첫 대사는 ‘돈 내놔’라고 욕하며 시작합니다. 남자 주인공이 엉엉 우는 건 촌스럽잖아요. ‘동갑내기 과외하기’ 때만큼 웃긴 장면도 많아요.”

○“영화는 감독의 것, 배우가 현장서 참견하는 것 안 좋아”

그동안 강한 남자 이야기를 주로 스크린에 담았던 곽경택 감독은 권상우와 함께 작업한 ‘통증’에서 새로운 남자의 모습을 그렸다. 권상우는 “연출에서 자기 계산이 정확한 사람”이라고 곽 감독과의 작업 경험을 돌이켰다.

“소위 영향력 있는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대화를 빙자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도 하잖아요. 저는 배우가 영화에 참견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감독의 것이잖아요. 다행히 곽 감독님과 제가 바라보는 남순의 모습은 같았어요.”

권상우에게 ‘통증’ 촬영장은 남다른 경험이었다. 머리를 감지 않고 나간 적도 있었고 세수도 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선 때도 있었다. 남순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배우하는 남자들, 다들 자기가 잘 난 줄 알고 살지 않느냐”고 장난스레 말을 꺼낸 그는 “영화에서 망가지는 걸 꺼리는 배우도 많지만 저는 어떤 이야기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고 했다.

그에게 “결혼이 멜로 연기에 영향을 미치느냐”고 물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촬영장에서는 전혀 모르겠어요. 이번에 정려원과의 키스 장면이 있는데 솔직히 아내에게 미리 말하지는 못했어요. 미안하니까. 우연히 아내가 키스 장면이 있는 걸 알게 됐는데. 뭐…. 하하. 설마 제가 사심을 담겠어요? 다 이해하죠.”

○“그동안 난 우물 안 개구리…세계가 무대인 청룽이 목표”

권상우는 ‘통증’ 촬영을 끝내고 이틀 뒤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어권 스타 장바이즈와 영화 ‘리핏 사랑해’를 촬영했다. 이어 프랑스로 이동해 청룽이 연출하고 제작하는 ‘12차이니즈 조디악 헤즈’(이하 12차이니즈)를 소화했다. ‘통증’ 개봉 이후 그는 다시 중국 베이징과 두바이로 가서 ‘12차이니즈’ 촬영에 참여한다.

“내년부터 해외와 국내 활동의 비중을 7대3 정도로 할 거예요. 해외 시장에 70% 주력하려고요. 일본 시장도 있지만, 연기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적어요. 배우가 언제까지 팬미팅만 할 수 없잖아요.”

권상우는 특히 중국 시장을 욕심내고 있다. ‘12차이니즈’가 중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동시 개봉한 이후 이를 발판으로 더 넓은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힐 생각이다.

“오래 전부터 중국 쪽에서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미지의 세계 같아 거절했었다”는 권상우는 “돌이켜보면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했다.

‘12차이니즈’ 이후 해외 활동 계획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권상우는 “아직 모든 걸 밝히긴 어렵지만 내년 초에 할리우드 영화 한 편과 중국 드라마 출연이 확정 단계”라며 “잘 되든 안 되든 목표는 큰 게 좋지 않겠느냐”고 운을 띄었다. 그러면서 “제 목표는 세계가 무대인 청룽이나 이소룡 같은 배우”라고도 했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madeinharry)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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