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이 나이에 CG괴물과 사투 그래도 잘 했어,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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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7시 00분


안성기는 눈에 보이지 않은 괴물을 상대로 연기를 펼치느라 NG를 많이 냈지만 자신의 액션연기에는 만족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안성기는 눈에 보이지 않은 괴물을 상대로 연기를 펼치느라 NG를 많이 냈지만 자신의 액션연기에는 만족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 영화 ‘7광구’ 안성기, 베테랑 캡틴이 돌아왔다

실감나는 총격 반동 액션
ROTC 장교 출신 경험 살려

‘예스맨’ 안성기
결혼식 주례만큼은 NO!
“남의 인생을 내가 어찌 감히…”


쏟아지던 폭우가 한 걸음 쉬어가듯, 모처럼 화창하게 갠 날 오후.

안성기는 예의 사람 좋은 미소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가톨릭 신자인 그를 대부로 모시고 싶다는 지인의 성당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난 더 공부를 해야 해서 거절하려고 했지. 성당 신부님께서 더욱 열심히 한다는 조건 아닌 조건을 말씀하셔서 하는 수 없이 대부로 나서기로 했어. 하하!”

어떤 부탁이든 거절하지 못할 것 같은 미소. 여전히 젊다.

4일 개봉하는 영화 ‘7광구’(감독 김지훈·제작 JK필름)는 여전히 젊은 안성기가 다시 한 번 액션 연기를 펼쳐놓은 마당이다. 석유시추선에 나타난 괴생명체, 이에 맞서는 시추대원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 속에서 안성기는 7광구의 베테랑 캡틴 역을 맡았다.

석유에 대한 일념으로 평생을 살아왔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안성기는 다른 배우들처럼 촬영 당시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을 상대로 연기를 펼쳤다.

시추선과 괴물을 CG(컴퓨터그래픽)로 그려내기 위해 설치한 그린매트를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괴물에 맞서 사투를 벌인 셈이다.

“거리감도 달라서 대사 톤도 상황에 맞춰야 했어. NG도 그 만큼 많았고. 그래도 (액션연기는 내)나이(에) 대비(해보면) 그래도 잘했어. 하하!”

● ROTC 장교 출신 경험, 총격 액션신에서 발휘

“육체적으로 힘들지도 않았다”고 말하지만 다른 작품 때보다 더욱 집중력이 필요했을 현장이었을 것이다. 촬영에 앞서 후배 배우들, 스태프와 함께 실제 시추선을 견학하기도 한 그는 총을 쏘는 장면에서는 군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ROTC 장교 출신인 안성기는 군 복무 시절, M1 소총의 반동을 생각했다. 총격의 효과도, 소리도 입히지 않은 오로지 총격의 액션만으로 표현하는 상황이었다. 총을 쏜 뒤 어깨가 밀려나는 실감나는 액션은 그렇게 나왔다.

“군에 제대로 갔던 경험이 역시 제대로 나온 거지.”

삶과 연기, 작품과 인생을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을 그에게도 ‘7광구’의 경험은 새롭다. CG가 마치 배우의 연기처럼 중요한 3D 영화에서 특수시각효과를 담당한 스태프의 얼굴이 반쪽이 됐을 정도로 새로운 기술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오락영화로서 우리의 기술력을 확인하게 해준 영화”라는 설명이다.

이런 경험을 젊은 배우들과 공유하는 즐거움도 크다는 안성기. 한국영화에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한국 영화의 큰 마당 안에서 안성기라는 배우가 차지하는 영역, 관객에게 가져다주는 울림은 적지 않다.

“영화만 해온 배우로서 자리매김한 게 아닐까 싶어. 나 역시 노력하면서 내 에너지를 잃지 않은 채 후배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것.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꾸준히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지. 실제로 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니 또 새롭기도 하고. 내가 매력을 줄 수 있다면, 또 느낄 수 있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지.”

● 남의 부탁 거절 못하지만 유일한 예외는? “결혼식 주례”

그에게도 후배 연기자들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다.

“작품을 거절할 때에도 직접 만나서 하라는 거지. 좀 더 정확한 거절의 이유를 설명하면 모두가 상처받는 일은 없을 거야. 인간관계도 더 쌓아갈 수 있을 것 같고.”

거대 매니지먼트의 높은 장벽에 둘러싸인 톱스타급 일부 배우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기획사에 의존하지 말고, 소중한 창작의 기회를 갖고 싶어 하는 기획자나 제작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라는 당부의 말이기도 하다.

“모두 사람의 일인데 중간에 (대화의 기회가)단절되면 그들의 절망감도 클 게 아냐”라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 그에게도 단호한 거절의 대상이 있다. 바로 결혼식 주례다.

“끝이 없을 것 같아서”라며 밀려드는 주례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설명한다. “누군 해주고 또 누군 해줄 수는 없잖아”라며 웃는다.

“내가 결혼식 사회는 할 수 있지만 주례는 못해. 주변에서 주례를 해보신 분들 말씀으론 정말 스트레스이기도 하더라고. 인생을 어떻게 살라고 하는 건, 하느님만이 이룰 수 있는 말인 것 같아. 하하!”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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