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원 “드라마 출연 하냐 마냐 가족회의 세 번 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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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7시 00분


데뷔 52년 만에 안방극장에 처음 도전한 연기자 남궁원. 그는 “연기에 대한 패기와 열정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데뷔 52년 만에 안방극장에 처음 도전한 연기자 남궁원. 그는 “연기에 대한 패기와 열정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남궁원, 데뷔 52년 첫 드라마 ‘여인의 향기’

아들 국회의원 홍정욱, 처음엔 반대
이젠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 됐죠
저 아직 멋있죠? 다음엔 로맨스 도전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라는 별명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멋있었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훤칠한 외모, 무게 있는 목소리 등 중후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연기 생활 52년 만에 드라마에 처음 출연하는 배우 남궁원(77). 안부 인사 겸 인터뷰 요청 차 연락을 했더니 “집으로 오라”며 흔쾌히 만남을 승낙했다.

“뭐가 궁금한 게 있느냐”면서 넉넉한 웃음을 가진 남궁원은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책임감에 어깨만 더 무거워졌다”고 했다.

# 세 번의 가족회의 거쳐 ‘OK’

인터뷰가 있던 18일 남궁원은 오전 6시 경기도 여주에서 첫 야외 촬영을 하고 돌아왔다. 이동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포함해 새벽 3시에 일어났는데도 피곤한 기색이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16일부터 촬영을 했어요. 신인 때보다 더 떨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 설렘을 잊지 못해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역시 연극배우는 무대에서 죽고, 영화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돌아와서도 잠도 못 자고 공중에 붕 뜬 느낌이랄까. 하하하”

곁에 있던 스튜어디스 출신인 부인 양춘자 씨는 이번 출연을 두고 “한다, 안 한다. 몇 번이나 망설였는지 모른다”며 적지 않았던 남편의 고민을 살짝 공개했다.

남궁원이 드라마 출연을 고민하자 결국 가족회의까지 열렸다.

“아들딸들 온 가족이 모여 가족회의를 몇 번이나 했어요. 아들이 TV는 영화와 시스템도 다르고 템포도 빠르다며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힘든 일 하실 수 있느냐’며 말렸죠. 제 집사람만 ‘지금이 기회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TV 속 제 모습이 궁금했고요.”

# “열정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줄 것”

드라마 출연을 반대했던 아들 홍정욱 의원(한나라당)은 지금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촬영을 마치고 오면 ‘어땠냐, 힘들지 않으셨냐’고 계속 묻죠. 드라마가 끝나면 고생하신 분들에게 작은 파티라도 열어주겠다고 응원하더군요.”

물론 가족의 격려만이 드라마 도전을 결정한 이유 전부는 아니다. 남궁원은 1959년 데뷔해 3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대종상, 부일상 등 각종 영화제 연기상을 수상한 화려한 이력의 연기자다.

그는 “남궁원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과 연기에 대한 열정도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 세대에 영화하던 사람들은 TV 출연은 생각도 안 했어요. 게다가 제 또래 연기자들이 TV에서 자주 나오는 것을 보니까 경쟁심리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훗날 ‘저 사람 참 멋있네’라는 소리를 들으면 좋겠어요.”

# “로맨스 연기 도전하고 싶어”

23일부터 시작하는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남궁원은 냉혹한 재벌회장 임중희 역을 맡았다.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주는 비중 있는 캐릭터다.

“경력이 오래됐다고, 대우만 원하면 안 돼요. 유명할수록 커갈수록 머리를 숙어야 진정한 배우죠. 분량 신경 쓰지 않고 내 역할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첫 방송을 가족들과 함께 봐야하는데 ‘아빠 나와요!’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화면에서 사라지면 조금 부끄럽긴 하겠죠. 하하하”

남궁원은 이번 드라마 이후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기를 쓰고 연기 한번 해보자’는 다짐을 했어요. 그리고 ‘내 나이에서 30세를 빼고 시작하자’라고 마음먹었죠. 마흔 살이면 열정과 패기를 보여드리기 적당한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니까 로맨스 연기도 도전하고 싶고요. 젊은이들한테 지면 안 된다는 정열이 생겼어요.”

이정연 기자 (트위터 @mangoostar)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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