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박희순 “소금밭서 뒹굴며 연기 온몸이 배추처럼 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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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7시 00분


■ 숨막히는 몸싸움…조선의 장수로 돌아왔다

소금밭 결투 찍고는 응급실로 실려가
차기작 ‘의뢰인’ ‘가비’는 스릴러·사극

“여배우와의 사랑연기 잘할수 있는데…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 꼭 하고 싶어요”

배우 박희순은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혈투’에 이어 스릴러 ‘의뢰인’과 미스터리 사극 ‘가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는 “주연을 맡는 작품이 생기면서 좋은 조연을 놓치고 있다”며 남다른 연기 욕심을 가진 그다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배우 박희순은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혈투’에 이어 스릴러 ‘의뢰인’과 미스터리 사극 ‘가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는 “주연을 맡는 작품이 생기면서 좋은 조연을 놓치고 있다”며 남다른 연기 욕심을 가진 그다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희순(41)은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연기자 가운데 한 명이다. 연극 배우로 활동하다 남보다 늦은 30대 초반에 영화로 활동영역을 넓혔지만, 해를 더할수록 작품 수를 늘려 이제는 스크린에서 확실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

박희순은 2011년 어느 때보다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올해 그의 출연작 세 편이 잇따라 개봉한다. 지난해 슬럼프도 겪었다. 지금이야 유쾌하게 웃으며 “충격이 컸다”고 말하지만,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맨발의 꿈’의 흥행이 저조하면서 겪은 심리적 고통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여행이었다. 훌쩍 떠나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이십 일 간 여행했다.

“처음 혼자 떠난 여행이었는데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아등바등 살았다는 걸 알았다.”

여행의 잔향을 오래 간직하던 그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차드에도 다녀왔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 연기자 고 박용하가 차드에 학교를 만들려던 계획을 대신 지켜주기 위해서다.

박희순은 “차드에서 비로소 (박)용하를 온전히 보내줄 수 있었다”고도 돌이켰다.

● 소금밭 액션 장면, 온 몸이 염분에 절어 응급실행

24일 개봉하는 그의 새 영화 ‘혈투’.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전쟁터에서 낙오된 병사 세 명이 벌이는 심리 대결을 담았다.

박희순은 “모험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건 나오지 않는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혈투’가 그리고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이는 심리 싸움은 그동안 한국 영화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독특한 장르다.

“눈밭을 배경으로 전쟁터의 객잔에 갇혀 벌이는 싸움이에요. 몸싸움이 결국 칼싸움으로 이어지면서 관객에게 긴장을 줍니다. 누굴 뒤쫓는 게 아니라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서로 언제 칼을 뽑을지 눈치를 보죠, 마치 서부영화 속 룰렛 싸움 같아요.”

영화에서 박희순은 조선의 장수다. 친구역의 진구가 전쟁 중 부상을 당해 둘은 적들을 피해 객잔에 숨고, 그 곳에서 탈영한 조선군사 고창석을 만난다. 셋이 마지막 혈투를 벌이는 무대는 눈밭이다. 지난해 봄에 촬영한 영화에서 하얀 눈밭 장면은 눈 대신 굵은 소금으로 만들었다.

“세 명이 뒤섞여 소금밭에서 결투를 벌이는 클라이맥스 장면을 찍는데 소금에서 뒹구니까 온 몸이 배추처럼 절어졌어요. 웬만한 액션 연기보다 몇 배의 체력이 필요했어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고창석과 진구 손을 잡고 근처 병원 응급실에 가서 링거까지 맞았다니까요.”

박희순은 ‘혈투’의 액션을 “개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와이어 액션도, 배우들끼리 동작을 맞춘 액션도 아니다”며 “액션스쿨에서 했던 칼 연습도 실전에서는 감정까지 섞여 막무가내로 나왔다”고 했다.

● “촬영장에서는 ‘내 꺼나 잘하자’는 주의”

박희순은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다. 감독과 대화도 많이 하지만 자신의 역할에 관한 얘기가 아니면 참견하지 않는 편이다.

“나와 관계되지 않는 것은 입 다물고 있다”는 그는 “이번엔 체력이 떨어지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촬영장에서 오히려 춤을 추고 긴장을 풀며 지냈다”고 했다.

‘혈투’ 개봉 이후에는 스릴러 ‘의뢰인’으로 다시 관객을 찾는다. 살인사건에 휘말린 검사와 변호사, 용의자의 대결을 다룬 작품으로 범인 검거에 혈안이 된 검사 역을 맡았다. 그 뒤에는 미스터리 사극 ‘가비’의 개봉이 기다리고 있다. 조선 말 혼돈의 시기를 다룬 작품으로 여기선 고종황제를 맡았다.

박희순은 각각의 영화에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인물의 개념이 뚜렷하다. ‘의뢰인’으로는 “강직하고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싶지만 정의를 위해서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검사”를, ‘가비’서는 “무능하고 소극적으로 인식된 고종황제가 남몰래 갖고 있던 인간적인 외로움과 그 나름의 정당성”을 목표로 연기했다.

“다작을 하고 싶다는 것 보다는 아쉬운 마음을 줄이고 싶어요. 주연을 맡는 작품이 생기면서 굉장히 좋은 조연 역을 놓치고 있어요. 아깝죠. 여건만 맞는다면 비중에 상관없이 좋은 역들을 하자고 마음을 바꿨어요.”

‘오픈 마인드’ 박희순이 진짜 꿈꾸는 장르는 한 번도 못해본 로맨틱 코미디.

“저도 여배우와 사랑 연기 좀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그는 “액션이나 스릴러 말고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는 제 마음을 많은 관계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며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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