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72년 원조 영구 나온 ‘여로’ 눈물의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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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7시 00분


2001년 신파극으로 감동을 재연한 ‘여로’의 태현실과 장욱제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01년 신파극으로 감동을 재연한 ‘여로’의 태현실과 장욱제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영구’ 심형래 감독이 영화 ‘라스트 갓파더’로 돌아왔다. 2007년 영화 ‘디 워’로 미국에서까지 명성을 날린 그가 대표 캐릭터인 ‘영구’로 새로운 웃음을 선사할 것인가.

따지고 보면 코미디언 심형래를 있게 한 영구의 원조는 원래 따로 있다. 1972년 오늘, 그 영구가 안방극장에 진한 눈물을 안긴 KBS 드라마 ‘여로’가 막을 내렸다.

그해 4월3일 오후 7시30분 일일드라마로 첫 선을 보인 ‘여로’는 무려 211회 방송되며 당시 최장수 인기 드라마로 기록됐다. 태현실, 장욱제, 박주아, 송승환, 김무영 등이 출연한 ‘여로’는 이남섭 PD가 극본 및 연출을 맡았던 드라마.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분이(태현실)가 최주사집의 ‘모자라는’ 아들 영구(장욱제)와 결혼한 뒤 겪는 신산한 삶을 그린 ‘여로’는 두 부부의 감동적인 재회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이 기억되곤 한다.

그 감동 덕분에 ‘여로’는 1973년과 1986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2000년대 초반에는 악극으로도 재현돼 태현실·장욱제가 새롭게 추억을 자극하기도 했다.

1972년 당시 ‘여로’는 각 가정의 수도꼭지를 잠그게 했고 거리는 한산했다. 순전히 ‘여로’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TV 앞으로 모여 앉았다. 분이 역의 주인공 태현실은 모든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의 시선 속에 절망과 아픔을 딛고 일어선 새로운 여성 캐릭터로서 애정을 한몸에 모았다. 하지만 ‘여로’는 무엇보다 ‘영구’ 장욱제의 연기로 더욱 빛났다. 기계충 자국이 남은 머리, 덥수룩한 수염과는 어울리지 않는 앞니 빠진 입으로 내뱉는 혀짤배기 발음. 연기자 장욱제가 연기한 영구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사상 가장 명징한 ‘바보’ 캐릭터로 남았다.

또한 그 바보스러움은 가장 순수한 면모이기도 했다. “우리 샛시” 분이를 그리며 찾고 찾은 끝에 마침내 재회하는 순간, 영구가 보여준 순수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가슴은 더욱 찢어졌고 미어졌다.

영구와 분이의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한국전쟁을 겪으며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지나온 많은 시청자들의 삶을 되비춰준 것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38년이 지난 오늘, 심형래의 ‘영구’가 관객을 만난다. 영화 ‘라스트 갓파더’ 속에서 미국 마피아 대부의 숨겨진 아들이 영구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말이다.

1986년 영화 ‘여로’에 영구 역으로 출연하기도 한 그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유머1번지’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영구 캐릭터로 시청자를 사로잡기도 했다. ‘영구’ 심형래를 바라보는 요즘 관객은, 한없이 바보스러워서 더없이 순수했던 ‘영구’ 장욱제의 추억을 알고 있을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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