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시’, 한국영화 첫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

  • Array
  • 입력 2010년 5월 24일 02시 42분


코멘트
영화 ‘시’ 포스터.
영화 ‘시’ 포스터.
이창동 감독의 ‘시’가 한국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24일 오전 2시15분(이하 한국시각)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주상영관인 팔레 데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 및 경쟁부문 시상식에서 ‘시’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감독상(‘취화선’), 여우주연상(‘밀양’), 심사위원상(‘박쥐’) 등을 받은 한국영화가 각본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창동 감독은 수상직후 “함께 한 스태프에 감사하다. 특히 주연배우 윤정희 씨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막 전부터 티에리 프레모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예심에서 ‘시’를 관람하고 찬사를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미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던 ‘시’는 공식 상영회를 거치면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팀 버튼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 공식 상영회에 참석한 데다 2000여 관객의 박수와 함성은 수상의 기대감을 갖게 할 만큼 충분히 따뜻했다.

이튿날 AFP통신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10대의 성폭행과 시의 조합이 냉담한 비평가들을 홀리며 칸 영화제를 뒤흔들어 놓았고, 황금종려상을 노리는 아시아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며 황금종려상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했다.

로이터통신도 “이창동 감독은 16년 만에 컴백하는 ‘한국영화계의 대모’ 윤정희를 주연으로 캐스팅함으로써 영화를 한 차원 높은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며 윤정희에 대한 찬사를 내놓았다.

2007년 ‘밀양’에 대해 ‘지루했다’고 혹평했던 니스 지역 일간지 ‘니스 마텡’마저도 ‘마음의 황금종려상’이라고 평할 만큼 수상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결국 시상식 당일인 23일 오후 7시 ‘시’ 제작진이 영화제 측으로부터 시상식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상에 대한 성급한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시’는 인간 본질에 관한 성찰이 화두였던 올해 칸 영화제의 경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 ‘시’는 60대 중반의 여성 미자가 죄의식 속에서도 시를 쓰기 위해 아름다움을 찾아야 마음의 긴장과 갈등을 보여준다.

시를 쓰기 위해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는 미자의 마음과, 손자의 파렴치한 행위를 알게 되면서 찾아오는 분노와 가책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 작품이다.

한편 이날 ‘시’의 각본상 수상에 앞서 23일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공식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1등상인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첫 번째 장편을 연출한 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 수상에 기대를 모았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은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다.

칸(프랑스) |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