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욕설, 그리고 로큰롤.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15세 이상)을 지배하는 3대 요소다. 언뜻 인디밴드 멤버들끼리 시시덕거리며 노는 것처럼 보이는 이 독특한 다큐를 보고 극장을 나올 때쯤이면 ‘참 잘들 논다…. 그래, 좀 즐기며 살자’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디밴드 뮤지션이던 리규영은 애인이 갑자기 임신을 하는 바람에 먹고살 길을 고민하다 음악을 그만두고 2007년 고향 인천으로 돌아와 부평 모텔촌에 라이브클럽이자 인디레이블인 루비살롱을 설립한다. 이곳에 로큰롤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쥬스’가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일상이 다큐의 줄거리를 이룬다.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 한경록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한국의 독립 장편에 주는 후지필름 이터나상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이 다큐를 만든 백승화 감독(28·사진)을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계원디자인예술대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그는 독립영화 스태프로 활동해 왔고 첫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기획 각본 촬영 연출 편집을 혼자 했다. 타바코쥬스의 드러머이기도 하다.
백 감독은 “밴드 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거나 불쌍하게 보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고 말했다. “밴드 한다고 하면 라면만 먹고 지하실에서 ‘음악만이 살길이다’를 외치며 연습하는 모습을 다들 떠올리잖아요. 록 밴드가 그런 취급 받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예전에 방송국에서 저희 밴드를 촬영해 갔는데 뉴스에 ‘인디밴드의 명과 암’이라는 제목으로 나오더라고요. ‘장기하와 얼굴들’이 명(明)이었고 저희 타바코쥬스가 암(暗)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우린 나름대로 재미있게 살고 있거든요.”
백 감독은 인천영상위원회의 인천 영화 제작 지원 사업에 응모해 당선된 것을 계기로 다큐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100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을 지원받아 개인 용돈도 집어넣었다. 총제작비는 1000만 원을 웃돌았다. 2008년 4월부터 1년간 6mm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다녔다. 녹음은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로 해결해 주위의 잡음이 그대로 들린다.
“우리끼리 이 다큐를 보면 친한 사람들이 나오니까 정말 재미있어 죽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과연 우리를 모르는 관객이 봐도 재미있을지 걱정했죠. 여러 영화제에서 관객 반응을 보니까 다행히 인디밴드의 진솔한 모습을 신기해하면서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네요.”
이건 ‘당신들만의 영화’ 같은데 관객들이 돈 내가며 봐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백 감독은 “사람들이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사는 게 안타깝다. 잘 즐기는 게 뭔지 조금이나마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22일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 씨네코드 선재, 아리랑 시네센터 등 5곳에서 개봉하며 5월 13일부터 CGV 대학로와 인천에서도 상영한다. 25일 오후 7시에는 상상마당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 타바코쥬스, ‘아폴로 18’, ‘치즈스테레오’, ‘와이낫’ 등이 출연하는 개봉 축하쇼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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