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월드 스타 김윤진] “‘생얼’ 출연…사실, 땅 치며 후회했죠”

  • Array
  • 입력 2010년 1월 18일 07시 00분


월드 스타 김윤진 영화 ‘하모니’와 삶

영화 ‘하모니’에서 정혜 역을 맡아 진한 모성을 보여준 김윤진은 시사회에서 여러 번 눈물을 삼켰다고 했다.
영화 ‘하모니’에서 정혜 역을 맡아 진한 모성을 보여준 김윤진은 시사회에서 여러 번 눈물을 삼켰다고 했다.
‘월드스타’라는 표현. 1987년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뒤 언론이 붙여준 별칭이다. 이후 많은 한국 배우들이 해외, 특히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할리우드로 날아가 작품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 배우만큼 ‘월드스타’라는 이름에 값하는 이가 있을까. 김윤진, 인기 드라마 시리즈 ‘로스트’로 세계 215개국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그녀에게 ‘월드스타’란 별칭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김윤진은 ‘로스트’ 매 시즌 촬영이 끝나면 한국으로 와서 관객을 만나왔다. 한국의 관객과 팬이 해외 활동에 커다란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윤진은 설 연휴를 한 주 앞둔 28일 새 영화 ‘하모니’(감독 강대규·제작 JK필름)로 관객을 다시 만난다. 전작 ‘세븐데이즈’ 이후 또 다시 모성의 연기를 펼치는 그녀는 이달 초순께 귀국한 이후 숨가쁜 인터뷰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 조금 피곤해 보인다.


“미국 하와이에서 진행된 ‘로스트’ 시즌6 촬영을 마치고 귀국했다. 시차도 그렇고, 각종 화보 촬영에 인터뷰까지…. 조금 힘들긴 하다.”(웃음)

- 이제는 그렇게까지 홍보활동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위치인데.

“과찬이다. 그건 아니고, ‘하모니’로 관객을 만나는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출연 배우들 가운데 출연료를 가장 많이 받았다. 하하! 그만큼 흥행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물론 돈을 받지 않고 촬영해도 즐겁지만 말이다. 홍보도 열심히 하라고 출연료 주는 거 아닌가. 모두 내 책임이다.”

- 출연료는 얼마나 받았나.

“하하! 왜 그러나. 영화 (흥행이)잘 돼야 한다.”

- ‘하모니’를 보고 울었나.

“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다. ‘눈물이 고여 흐르면 화장도 망가질까, 그래서 창피하지 않을까’ 생각해 바로 닦아냈다. 뭔가 가슴을 쿵쿵 치더라. 촬영할 때도 이렇게 주책맞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도 처음이다. 창피할 정도로 감정 조절이 안되더라.”

- 재소자 역이니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을텐데, 부담은 없었나.

“보면서 너무 후회했다. 하하! 생얼로 가겠다고 용기 있게 나섰지만. 특히 분만 장면은 완전 생얼이다. 현실감도 좋지만 너무 생얼이라…. 하하! 재소자복은 당연히 입어야 했지만 난감하긴 했다. 나중에 모범수가 되어 핑크색 의상을 입었는데 그땐 정말 기뻤다.”

- ‘하모니’는 모성에 관한 영화다. 전작인 ‘세븐데이즈’ 역시 결국 모성의 이야기였다.

“노숙자 역을 한다고 해서 거리에서 생활해봐야 하는 건 아니잖은가. 사실 2002년작 ‘밀애’에서도 엄마 역을 연기했다. 엄마 역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없다. 내가 만일 극중 캐릭터의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감정도 이입되기 마련이다.”

- 여성 재소자들이 합창단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실제 노래 실력은.

“정말 소질이 없다.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른 적도 없고. 극중에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을 부르면서 단원들이 춤을 추지 않나. 연습하면서 많이 신나기는 했지만 한 편으로는 슬펐다. 극중 캐릭터의 상황이 서글펐던 거다.”

- 노래 연습은 얼마나 했나.

“부담이 많았다. 연습도 많이 못했고. 그래서 ‘로스트’를 찍는 동안 하와이에서 개인 레슨을 받았다. 최단 시간 내에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무리 기를 쓰고 연습해도 강예원이나 박준면 같은 배우들을 보면서 ‘타고나야 하는 거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잘 부르고 싶은데….”

- 노래까지 잘 하고 싶나? 너무 욕심이 많은 거 아닌가.(웃음)

“내가 못 하는 걸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

- 2007년 책도 냈지 않았나.


“그거야 8개월 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쓴 건데…. 최근엔 한 출판사에서 책을 쓰자고 제안해왔다. 정중히 거절했다.”

- 자주 슬퍼하는 편인가.


“그건 아니다. 내 주변 사람들보다 조금 더 밝고 긍정적일 거다. 감정 기복이 심한 배우들도 있잖나. 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뭔가 좋지 않을 때에도 극복이 빠른 편이다. 계속 그것만 생각하면 내가 피곤하다. 진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잔다. 오기도 좀 있는 편이어서 뭐든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성격이다. 뭐, 해보고 아니면 말지 한다.”

- 요즘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뭔가.

“‘로스트’가 끝난 뒤 뭘 해야 하지? 이런 거다. 또 캐스팅을 새로 시작해야 하니까.”

- 그게 배우의 운명 아닌가.

“한국에선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되잖아. 고를 수도, 거절할 수도 있고. 미국에선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어서.”

- 오랜 만에 어머니와 한국에서 새해를 맞았다고 들었다.


“어머니는 한국과 하와이, 뉴욕 등을 오가시며 사는 게 낙이다. 나와 언니 가족 등을 돌아보시며 사는 게 좋으신가보다. 어머니를 보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어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래서 결과는 뻔하더라도 시도해보는 게 좋다, 뭐든. 주변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그래서 내가 행복한 게 곧 어머니의 행복 아닐까.”

- 어머니의 바람 중에 당신의 결혼도 있을텐데.


“아직 일 때문에 생각을 못하고 있다. 말했지만 내가 행복한 게 가장 큰 효도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하하!”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