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사극, 내년엔 궁궐 담장 넘어 저잣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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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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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여성 중심 스토리 벗어나 노비-백정 등 천민 주인공 늘어

내년 1월 6일 시작하는 KBS2 ‘추노’는 도망가는 노비 송태하(오지호·오른쪽)와 이를 쫓는 노비 사냥꾼 이대길(장혁)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제공 영화사 하늘
내년 1월 6일 시작하는 KBS2 ‘추노’는 도망가는 노비 송태하(오지호·오른쪽)와 이를 쫓는 노비 사냥꾼 이대길(장혁)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제공 영화사 하늘
내년 상반기 TV 사극의 주인공들은 올해와 비교해 신분이 크게 낮아진다.

올해 방송한 MBC ‘선덕여왕’, KBS2 ‘천추태후’, SBS ‘자명고’는 모두 왕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높은 신분의 여성이 주인공인 사극이 대거 편성된 데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여성의 사회 요직 진출이 늘어난 것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초 방송 예정작은 신분이 낮은 인물들이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 고뇌하는 모습과 그들의 성공담에 주목하고 있다. 1월 6일 첫 방송을 하는 KBS2 ‘추노(推奴)’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도망간 노비와 이를 쫓는 노비 사냥꾼의 이야기를 담았다. 노비 송태하(오지호)가 사력을 다해 도망가고 노비 사냥꾼 이대길(장혁)이 뒤쫓는다. 여주인공 언년이(이다해)는 여종이다.

조연출 김종연 PD는 “궁중 사극이 아닌 길거리 사극을 하고 싶다는 제작진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드라마는 감정을 다루는 장르인 만큼 시대를 이끌고 가는 위인이나 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작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작가 천성일 씨는 “사극은 ‘어떤 시대를’ 쓰는지보다 ‘어떤 시대에’ 쓰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의 희망은 작고 부질없지만, 그것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2일 첫 방송을 하는 KBS1 ‘명가’에서 주인공 최국선 역을 맡은 차인표. 사진 제공 KBS
내년 1월 2일 첫 방송을 하는 KBS1 ‘명가’에서 주인공 최국선 역을 맡은 차인표. 사진 제공 KBS
1월 2일 첫 방송을 하는 KBS1 ‘명가’는 병자호란 직후 광작(廣作) 농업으로 부를 일궈 ‘경주 최부잣집’을 만든 최국선(차인표)과 몰락한 양반 집안의 딸로 비단점을 운영하는 한단이(한고은)의 이야기를 다룬다.

KBS 드라마국 이강현 EP는 “그동안 많았던 왕조사 중심의 사극과 달리 국민에게 의미를 주는 드라마를 기획했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한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에 귀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명가’ 후속으로 3월경 방송하는 ‘만덕’은 비천한 기녀에서 제주도 물품과 육지 물품을 교역하는 유통업으로 거상이 된 뒤 어려운 이들을 도운 김만덕(1739∼1812)의 삶을 그린다.

1월 4일 첫 방송을 하는 SBS ‘제중원’은 구한말 근대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백정의 아들이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의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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