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우즈? 잘됐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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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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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자니윤 "요즘 개그프로 배울게 없어"

"제가 외국의 수많은 자선 쇼에 참가했지만 정작 모국에서는 못했어요. 늦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죠."
자니 윤 씨(73·본명 윤종승)는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새로 시작하는 '나눔 프로젝트-자니 윤'의 출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년 1월 지역 MBC를 통해 방송할 예정인 이 프로는 선행을 펼치는 일반인을 초청해 얘기를 나누거나 소외 계층의 가정을 직접 찾아가 찍은 영상을 방영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성금도 전달할 계획이다.
1999년 18살 연하의 줄리아 윤과 결혼한 윤 씨는 경기 구리시 도농동에서 살고 있다. 당분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집을 오가며 생활할 예정이다. 윤 씨는 "아내가 잘해주지만 항상 좋은 일 많은 있는 게 아니다. 싸우고 또 화해하고 사는 게 결혼생활 아니겠나"며 웃었다.
충북 음성 출신의 윤 씨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보릿고개가 있어 저녁도 못 먹고 자고, 학교에 도시락도 못 싸가곤 했지요. 지금도 어렵게 사는 이웃들이 많은 만큼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9년 KBS '자니 윤 쇼'를 통해 국내 토크 쇼의 막을 올린 그는 이듬해 SBS 옮겨 '자니 윤, 이야기 쇼'를 1992년 12월까지 진행했다. 2002년 iTV의 '자니 윤의 왓츠 업' 이후 7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 쇼를 맡게 된 것.
윤 씨는 1일 '나눔 프로젝트-자니 윤'의 첫 녹화를 했다. "아침 10시에 나와 이튿날 새벽까지 촬영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메이크업도 안 지우고 침대에 쓰러졌지요.(웃음)"
윤 씨는 1959년 미국에 간 뒤 가수와 코미디언 활동을 하다 1970년대 당시 인기 프로였던 자니 카슨의 '투나잇 쇼'에 출연하며 '미국을 웃긴 최초의 한국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국내에 복귀한 지금 TV 예능 프로를 꼼꼼히 모니터하며 다시 '공부'하고 있다.
"요즘 제대로 된 토크 쇼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요. 얼마 전 박중훈 쇼도 끝났고요. 말로 하는 코미디보다 과장된 몸동작이나 거친 대사로 시청자를 자극하는 개그 프로가 대세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는 "유머라는 게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줘야 하고 우리가 듣고, 웃고, 배울 점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프로를 찾기 어려워요. 개그콘서트나 웃찾사나 과장된 행동만 있고, 예능의 토크 쇼는 연예인들이 나와 '나 어제 뭐하고 놀았다'라고 털어놓는 식인데 그런 방송이 사회 발전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윤 씨는 최근 예능 프로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은 그것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고품격 코미디'는 무엇일까. "저는 행동보다 말로 하는 코미디가 파급력이 크고 건전하다고 봐요. 개그콘서트 같은 것은 두 사람 이상이 행동으로 주고받으며 하는 개그라서 한번 웃고 끝나지만, 말로 하는 개그는 방송을 본 사람이 보지 못한 사람에게 '어제 방송 이런 말이 나왔는데'하면서 개그를 전달해 줄 수 있잖아요.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계속 얘기가 전달되면 결국 사회 전체가 웃을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윤 씨는 최근 뉴스를 보고 생각해냈다며 개그 한 토막을 선보였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성 파문으로 고개를 숙였다라고 비판들 하는데 저는 그게 옳지 않다고 봐요. 골프 선수가 고개를 숙이면 '헤드 업'이 안되니까 우즈에게는 잘된 것 아니겠어요.(웃음)"
그는 개그 소재가 생각 날 때마다 메모를 한다며 주머니에서 손바닥만한 메모지를 꺼내 보여줬다. 메모지 위에는 '우즈가 고개 숙여' '헤드 업' 등 방금 말한 개그의 중요 키워드가 적혀있었다. 그는 "메모지와 펜 혹은 보이스 레코더는 개그맨으로 활동하기 위한 필수품"이라며 "모든 개그맨들이 메모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 비결을 묻자 "제가 소면, 칼국수, 자장면 등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다 좋아해요. 마음만 먹으면 세 그릇도 먹을 수 있는데 나이를 생각해서 한 그릇만 먹어요. 고기도 좋아하지만 가급적 잘 먹지를 않죠"라고 말했다. 그는 음식 조절과 함께 하루 30분 스트레칭을 빼놓지 않고 가끔 필드에 나가 골프를 즐긴다고 했다. 골프 실력은 잘 맞을 때 78타 정도다.
그는 "열정이 있는 사람은 쉽게 늙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방송 욕심이 있고 하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후배도 키우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개그 프로가 젊은 층 위주라서 중장년층이 보려고 하지도 않고 또 봐도 잘 이해가 안돼는 부분도 많아요. 제 프로는 중장년층이 즐길 만한 노래와 웃음이 있습니다. 많이 보시고 맘껏 웃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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