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그 뜨거움을 말하다 “2PM팬 때문에 힘들다? 난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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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7시 00분


‘닉쿤 퍼포먼스’로 시달리다 홈피 폐쇄? 그것은 오해 … 핫티스트들 되레 응원

와플처럼 달콤한 매력으로 새롭게 팬들 앞에 나선 아이비(왼쪽)는 “인생은 오르막길이다”면서 앞길을 헤쳐나가는 삶을 원하고 있었다. 오른쪽은 본지 김원겸기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와플처럼 달콤한 매력으로 새롭게 팬들 앞에 나선 아이비(왼쪽)는 “인생은 오르막길이다”면서 앞길을 헤쳐나가는 삶을 원하고 있었다. 오른쪽은 본지 김원겸기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얼굴은 V라인∼. 몸매는 S라인∼. 아주 그냥 죽여줘요∼!’

트로트 가수 박현빈의 ‘샤방샤방’ 가사처럼 아이비(27·박은혜)는 ‘샤방샤방’했다. “예뻐졌다”는 인사에 아이비는 웃음으로 답했다. 3개월이지만 닭가슴살, 고구마, 바나나, 계란흰자 등으로 치열하게 식단관리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 몸을 만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체중은 3kg가 줄었지만, 체질이 ‘근육질’로 바뀌면서 체형미가 한층 매력적으로 살아났다.

아이비는 나무탁자 위의 와플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 ‘애써 만들어놓은 몸매, 망가지겠다’고 하자 “이 정도는 괜찮다”며 또 웃었다. 2년의 공백 끝에 지난달 3집 음반을 발표한 아이비를 25일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센 질문을 준비했다”는 으름장에 “얼마든지”라며 여유를 부린다. 닉쿤과의 퍼포먼스 이야기부터 꺼냈다. 21일 Mnet ‘아시안뮤직어워드’에서 그는 드라큐라로 분해 닉쿤에게 키스를 하려다 목을 물어뜯는 장면을 연출한 뒤 2PM의 일부 팬으로부터 ‘악플 테러’를 받고 미니홈피를 일시 폐쇄했다.

-그냥 퍼포먼스인데, 괜한 마음고생을 했겠다.

“아니다. 미니홈피에 써놓은 ‘핫티스트 고마워요 당분간 홈피중단’이란 글은, 칸이 모자라서 띄어쓰기를 못한 것인데 핫티스트(2PM 팬클럽)를 비꼬는 것처럼 비쳐 아쉬웠다. 2PM 팬들이 악플러들을 대신해 사과도 하면서 ‘공연 잘봤다’고 응원을 많이 해줘 너무너무 고마웠다. 미니홈피로 팬들과 소통해왔는데, 그 퍼포먼스 이후 너무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의 새로운 사진이나 근황을 올릴 수 없어 당분간 닫아놓으려고 했을 뿐이다.”

-2PM 재범이 ‘악플테러’로 순식간에 미국으로 떠나는걸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을 것 같다.

“….” (아이비는 대답 대신 미소만 보였다. 그리고 화제를 돌렸다.)

-악플, 이젠 지겨울 때도 된 것 같다.

“(악플에)상처받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인터넷 상에 오른 건 사실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것 같다. 내가 거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긍정으로 받아들인다.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억울하고 답답해도, 연예인으로 일하려면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터넷은 참 무서운 공간이다.

“지난 2년간 롤러코스터 같은 생활을 살면서…, 예전엔 나도 가수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 (타인을) 험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겪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만나보지 않고 그 사람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건 건방지고 위험하고 나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공백기 중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이 몰래 찍은 사진으로 나오고, 뒤에 이른바 ‘스폰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당시는 내가 많이 불안정한 상황이었는데…,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여자로서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이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이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겨내고 돌아올 수 있었던 힘은.

“신앙이었다. 그리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잘 이겨냈다고.”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지난해 이맘때 2주간 요르단 터키 이스라엘 그리고 그리스 등 유럽을 다녀왔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어서 였다. 처음 보는 자연환경, 사해 바다…. 그 위대함, 마음이 시원해지고 넓어지는 느낌을 얻고 돌아왔다.”

-3집을 발라드로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1, 2집처럼 하던 대로 하자고 생각했기에 고민은 안했다. 발라드로 컴백했으면 많이들 아쉬워했을 것이다. ‘아이비는 퍼포먼스’인데 말이다.”

-신비함이 매력이었는데, 요즘 리얼리티 프로(Mnet ‘아이비 백’)에서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 아닌가.

“‘가수 아이비’는 그간 사랑받았지만, 나의 본 모습을 너무 보여주지 않아 ‘사람 아이비’는 보호받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무대와 실제 모습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더라도 나 자신을 보여주는 건 의미 있다.”

-공백기 중 손담비의 활약을 예사롭지 않게 봤을 것 같다.

“언론에서 자꾸 그런 시선으로 보는데, 아니다. 언제까지 내가 섹시한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인기도 백년만년 누릴 수는 없다. 뛰어난 후배가수가 나와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다. 질투심보다는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방송이 너무 아이들 위주로 이뤄진다.

“지금의 판도를 바꿀 만한 센세이셔널한 가수가 빨리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한일 합작 드라마 ‘도쿄 여우비’를 재미있게 봤다.

“난 손발이 오그라들었는데.(웃음) 연기는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함부로 도전하기는 싫다. 준비가 됐을 때 해보겠다. 뮤지컬도 하고 싶다. 박경림 언니의 ‘헤어스프레이’ 연습현장을 다녀왔는데 갑자기 열정이 불타오르더라. 로맨스보다는 색깔이 강한, 뚜렷하고 컨셉트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통통 튀면서 거친 여자, 사내아이 같은 여자 역할 말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다.

“내 인생이 특별하구나 생각했다. 평탄하고 늘 사랑만 받았다면 몰랐을 법한 일도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내가 참 특별하다는 걸 깨달았다. 산을 하나 넘으면 또 하나의 산이 있다. 그런데 달리 보면 인생이 참 다이내믹하다. 사람은 심심하면 술을 마시거나 일탈거리를 찾는데,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일탈거리를 찾기보다 항상 문제를 풀어나가야 했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인생도 매력 있는 것 같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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