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의 씨네에세이] “나의 길을 뚜벅뚜벅 간다” ‘바람’ 이성한 감독의 뚝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7시 00분


“내가 어항 속 금붕어처럼 사는데 아들에게 꿈을 갖고 살라 얘기할 수 있겠나.”

지난해 액션영화 ‘스페어’로 주목받은 이성한 감독의 말입니다.

어린 시절 액션스타 청룽(성룡)의 영화를 보며 키웠던 감독의 꿈을 여전히 놓지 않은 채 그는 자신의 첫 아이가 태어나고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감독의 길에 나섰습니다.

그 첫 작품이 ‘스페어’였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성한 감독은 당시 “영화감독하고는 결혼하지 않겠다”던 아내와 함께 자신의 영화 포스터가 내걸린 해운대 거리를 거닐며 감동을 했다고 합니다. 결혼 10년 만이었다지요.

사실 그의 이력은 좀 특별합니다. 건설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어느 날부터인가 한 신문사의 문화센터를 다니며 영화를 공부했습니다. 결국 23억원의 제작비를 지인들로부터 빌려 ‘스페어’를 완성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고 이는 자신의 꿈을 현실화하려는 각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두 번째 영화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26일 개봉하는 ‘바람’은 부산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의 성장기입니다. 어설프나마 ‘침 좀 뱉는’ 신입생이 불량서클에 가입해 졸업하기까지 겪는 좌충우돌 성장기가 아버지 혹은 가족의 이야기와 버무려져 알싸한 추억담으로 읽힙니다.

‘바람’은 그가 문화센터를 다닐 때 ‘스승’인 김영철 촬영감독과 함께 ‘스페어’에 이어 다시 한 번 작업한 작품입니다. 또 영화 경력이 전무했던 자신만을 믿고 ‘스페어’의 주연을 맡아준 배우 정우와도 다시 손잡고 만든 영화이기도 하지요.

정우는 자신의 경험담을 감독에게 들려주었고 결국 이는 ‘바람’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덕분인지 정우는 ‘스페어’에 이어 개성 강한 그리고 기본기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또 ‘바람’은 ‘스페어’보다 더욱 정제된 스토리와 구성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듯합니다. 배우들의 맛깔진 사투리 연기도 제법 볼 만합니다.

이성한 감독은 ‘바람’ 역시 거대 투자배급사와 손잡고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가 설립한 필름 더 데이즈가 투자하고 배급하며 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제작한 것인지 여부는 이제 중요하지 않을 듯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갈지도 중요치 않을 겁니다.

다만 자신의 꿈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의 뚝심에 박수를 보낼 뿐입니다. 오로지 신뢰로써 뭉친 여러 사람의 힘이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이들의 꿈이 아름다운 결실을 보길 기원합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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