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행자’의 조성하 “날 보고 도망치는 사람들… ‘집행자’ 훈장이겠죠”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7시 00분


영화 ‘집행자’에서 살인마 장용두 역을 맡아 사실감 넘친 연기로 강한 인상을 준 배우 조성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영화 ‘집행자’에서 살인마 장용두 역을 맡아 사실감 넘친 연기로 강한 인상을 준 배우 조성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분은 좋지만…외롭습니다.”

스릴러물의 단골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연쇄 살인범이 아닐까. 영화의 뼈대가 되는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때론 반전의 열쇠를 쥐는 연쇄 살인범은 때문에 혐오감이나 공포심 보다는 고도의 ‘지능범죄인’이란 쪽에 초점이 주로 맞춰져 있었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집행자’에도 살인마는 등장한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절대 악 장용두.’ 극의 박진감보단 ‘리얼리티’에 무게를 둔 인물이기에 보는 이들은 영화 속 살인마에게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인데도 마치 처음 접하는 듯한 ‘낯선 위협감’을 느끼게 된다. 제작진의 이러한 의도는 한 배우의 연기를 통해 온전히 스크린에 구현됐다. 조성하가 그 주인공. ‘집행자’가 개봉되고 난 후 영화를 감상한 이들의 반응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도 제 옆에 오려고 하질 않더군요. 기분은 좋지만 외롭습니다, 하하.”

그가 ‘집행자’에서 보여준 연기 내공은 이렇다할 잔혹한 장면 없이 가슴에 단 빨간색 수검표만으로 공포감을 낳았다. 그리 많지도 않은 대사에 녹여낸 수많은 표정 연기가 그 비결이었다.

악역 캐릭터도 사랑받는 요즘 같아선 “왜 나쁜 놈이 됐는지 나름의 정당성을 극 속에 풀어내 ‘본전’을 찾는 게 대세”인데 ‘집행자’의 조성하는 정반대였다. 본의 아니게 ‘기피 인물’(?)이 될 정도로 그토록 악해야했는지 궁금했다.

“선을 빛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극한의 악을 표현해야 했지요. 감독도 말렸지만 자처한 일이었으니까요.”

조성하는 최근 들어 국내 영화계에서 일명 ‘성격파 배우군’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그는 ‘집행자’에 이어 내년 초 개봉하는 영화 ‘된장’에선 ‘선덕여왕’ 이요원과 호흡을 맞추었다.

특히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2009년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에서 그는 ‘추격자’의 하정우-김윤석 콤비와 삼각 구도를 이루게 됐다. 나홍진 감독의 새 작품인 ‘황해’가 그것.

‘황해’에서도 조성하는 ‘집행자’ 못지않은 성격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출세작으로 삼겠단 각오다. “죄질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에도 나쁜 놈”이라며 그는 ‘씩’ 웃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