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非아시아권 조명 물꼬… 배우-관객-감독 ‘대화의 바다’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최다 355편 상영… 부산국제영화제 내일 폐막

《최다 상영작(355편), 최다 예산(99억5000만 원), 관객과의 대화 최다 이벤트, 지난해(19만8000명)에 버금가는 관객 수…. 올해로 열네 살이 된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커진 몸집만큼 볼거리도 많았다. 코스타 가브라스, 다리오 아르젠토와 같은 노장 감독이 한국을 찾았으며 틸다 스윈턴, 조시 하트넷 등 인기배우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아시아 영화인이 모이는 ‘총동창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제의 중심축이 남포동에서 센텀시티에 있는 백화점 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이동한 것도 올해 달라진 점으로 꼽힌다. 16일 폐막을 앞둔 제14회 PIFF를 짚어본다.》

가브라스 등 거장들 참여
아프리카-타지키스탄 등
소외지역 영화도 첫 소개
상영관 백화점에 집중
“축제 분위기 사라져” 비판도

○ 아시아를 뛰어넘다

‘아시아 대표’로 자리 잡은 PIFF는 올해 두 가지 변화를 꾀했다. 유일한 경쟁부문이던 ‘뉴커런츠’와 별도로 비(非)아시아권 영화를 소개하는 ‘플래시 포워드’를 경쟁부문에 추가했다.

‘뉴커런츠’가 아시아의 젊고 유능한 감독의 첫 번째, 두 번째 작품을 선정했다면 ‘플래시 포워드’는 아르헨티나 캐나다 루마니아 등 비아시권 지역의 신예 감독을 발굴한다는 취지다. ‘카메룬의 사랑’ ‘침묵의 군대’ 등 아프리카 타지키스탄 등 다른 영화제에서 소외됐던 비아시아 지역 영화도 처음 상영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아시아의 좋은 영화를 발굴하고 제작을 지원한다는 정체성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러나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서 소외된 비아시아권 영화를 지원하고 교류를 모색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와 유럽지역 프로듀서의 공동 워크숍(EAVE)을 출범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PIFF의 고유 브랜드 ‘눈높이 대화’

PIFF에는 있지만 칸, 베를린 등 다른 영화제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은? 관객과 감독, 배우가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아주담담 토크’ ‘오픈토크’ ‘관객과의 대화(GV)’ ‘핸드프린트 행사’다. 올해의 ‘아주담담 토크’는 특히 ‘우리 시대의 로맨스’ ‘한국영화 속 B급’ ‘최선의 동료들’ 등 신선한 주제로 관객의 호응이 컸다. 11일 오후 열린 김지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오픈토크’에서 두 감독은 사소한 영화 취향에서부터 장르영화, 할리우드 제작시스템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GV도 지난해에 비해 40여 건이 늘어난 210회가 열렸고 박찬욱 박찬옥 봉준호 윤제균 노홍진 감독과 원빈 하정우 이선균 등 배우가 참여했다.

○ ‘백화점 영화제’ 눈총도

영화제는 36개 상영관에서 열렸다. 수영만요트경기장 내 야외상영장 한 곳, 메가박스 해운대점(10개관), 남포동 대영시네마(3개관)와 씨너스(3개관)를 제외하면 총 36개 상영관 중 20개가 해운대 센텀시티 내 2개 백화점에 몰려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세계 최대의 백화점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프레스센터와 상영관, 기자회견장 등이 들어서 영화제 상영의 허브 구실을 했다. 영화를 보러 온 김에 백화점의 다양한 매장과 서점, 식당을 이용할 수 있어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관객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 김숙정 씨(51)는 “백화점 영업시간이 끝나면 영화관 주변이 썰렁해져 예전 남포동에서 느낄 수 있었던 영화제 특유의 축제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영화제 사무국은 “커져가는 영화제 규모 때문에 나온 고육책”이라며 “영화제 전용관인 ‘두레라움’이 완공되면 일정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올해 PIFF는 지난해까지의 포털사이트나 영화관 홈페이지를 통한 개별적 예매 방식이 아닌 영화제 전용 티켓 예매 통합망을 구축했다. 국내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현장 구입만 할 수 있었던 외국인도 올해부터 인터넷 예매가 가능해졌다. 반면 자원봉사자와 행사 스태프의 미숙한 행사 진행은 해마다 제기되는 과제로 남았다.

부산=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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