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같은 9명 탈락시켜야 상금 1억 독차지”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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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오디션 최종 10인의 숨막히는 24시간

합숙소에 전화-인터넷 없어
생방송 앞두고 연습 구슬땀
내달 9일 우승자 가려져

휴대전화도 반납했고 인터넷과 TV도 이용할 수 없다. 숙소에는 달력조차 없어서 한 참가자는 “오늘이 며칠인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오전 7시 반에 일어나 밤 12시에야 잠자리에 드는 빠듯한 일정이지만 표정은 밝았다.

지난달 21일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의 본선에 오른 10명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안무 연습실 ‘보이스이펙트’에서 만났다. ‘슈퍼스타K’는 미국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일반인의 노래와 춤 실력을 평가해 가수로 데뷔시켜 주는 프로그램. 이들은 71만3503명의 예선 참가자 가운데 살아남았다. 하지만 4일부터 매주 생방송을 통해 1∼3명씩 탈락자를 가리는 ‘살얼음판’ 생존게임을 벌여야 한다. 이들은 대학생 4명, 고등학생 1명, 대입준비생 1명, 가수 지망생, 거리 공연가, 댄서 등이다. 우승자는 10월 9일 최종회에서 가려진다. 우승자는 상금 1억 원과 싱글을 제작 발표하는 기회를 얻는다.

○ “쫄쫄 굶거나, 배터지게 먹거나”

남녀 각각 5명인 이들은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서대문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합숙하고 있다. 오전에는 2, 3시간씩 선릉역 인근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연습실에서 노래와 안무 연습을, 밤에는 숙소로 돌아와 시청각 교육을 받는다. 외출은 고사하고 통화도 금지된 ‘격리 생활’이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체중 관리다. 특별히 뚱뚱한 사람도, 마른 사람도 없어 보였지만 ‘카메라에 잘 받는 외모’를 위해 살을 빼거나 찌우라는 ‘제작진의 조치’가 시행됐다.

서인국 씨(23)는 7kg을 빼야 한다. 그는 아침은 안 먹고, 점심은 다이어트용 시리얼과 과일, 저녁은 사과 하나, 오후 9시 야참 시간에는 두부 한 모를 먹는다. 변변히 먹지 못한 채 강행군을 하다 보니 ‘사고’도 생겼다. 정선국 씨(23)는 “공복에 오전 운동을 하다가 저혈당 증세로 쓰러져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 갔다”고 말했다.

56kg에서 4kg 이상 불려야 하는 조문근 씨(25)는 먹는 게 괴롭다고 한다. 하루 네다섯 끼, 끼니마다 밥을 2공기 이상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 즉석밥에 카레와 스팸을 넣어 비벼 먹는다. 조 씨는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 좀처럼 살이 붙지 않는다”고 고민했다. 이들은 체중 관리뿐만 아니라 피부과에도 다닌다. 신인 가수가 데뷔를 준비하듯 철저한 관리 아래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 “생방송 부담감에 살 떨려요”

여성 래퍼인 길학미 씨(21)는 “평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볼 때 ‘저 참가자가 떨어질 것 같다’며 즐기면서 봤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니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며 “생방송이 다가오면서 압박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서로 형, 동생이라 부를 정도로 친해졌지만 ‘남이 떨어져야 내가 올라가는’ 경쟁자 사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기획사 이알에스의 조준성 팀장은 “살을 걱정하는 이들은 모처럼 맛난 음식을 사줘도 서로 눈치만 보지만, 살을 불리려는 이들은 경쟁하듯이 먹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가수가 꿈”이라고 말했지만 상금 1억 원도 매력이다. 고시텔에서 생활했다는 서 씨는 “어머니가 박스와 재활용품을 모으며 힘들게 지낸다”며 “작은 가게라도 하나 마련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누가 우승할 것 같냐’를 두고 본인을 포함해 2명씩 투표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서인국(6표) 정선국(5표) 길학미(3표) 조문근 이진(이상 2표) 박태진 박나래(이상 1표) 순이었다. 세 명은 한 표도 나오지 않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작 마케팅에 40억… 지상파 시청률 맞먹어▼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 K’는 지난달 28일 본선 진출자 10명을 확정한 6회 방영분에서 전국 가구 기준 4.9%의 시청률(AGB 닐슨미디어)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방영한 SBS ‘스타부부 쇼 자기야’(10.8%), ‘MBC 스페셜’(10.6%), KBS1 ‘뉴스라인’(6.3%)보다는 낮지만 KBS2 ‘코미디쇼 희희낙락’(4.4%), KBS1 ‘미디어비평’(3.8%)보다는 높았다. 이 시간대 전체 시청률이 51.5%였던 것을 보면 TV를 켠 가구 중 열 집당 한 집꼴로 ‘슈퍼스타 K’를 시청한 셈이다. 케이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를 넘으면 성공, 3%를 넘으면 대박이라는 상황에서 5%에 육박하는 시청률은 ‘초(超)대박’이라는 분석이다.

총 12회에 제작과 마케팅 비용 등 40억 원을 투입한 ‘슈퍼스타 K’는 시각장애인, 길거리 공연가, 70대 할아버지, 아이돌 그룹 멤버의 어머니 등 이색 참가자들로 관심을 끌었고, 참가자들의 가족애, 동료애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화보]스타가 되기 위한 치열한 서바이벌 ‘슈퍼스타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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