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는 어떻게 여신의 자리에 올랐나?

  • 입력 2009년 8월 1일 21시 12분


*순식간에 태희 혜교 지현 대체한 신민아, 왜?

"다른 애에게 가르쳐주면 안 돼~"

키스를 나누는 도중 여성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손에 쥐었던 커피를 살짝 미끄러뜨린다. 순간 카메라가 정지하고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인다. 공중파에서 키스 신이 일상화된 지 오래지만 설정을 극대화한 CF에서의 키스장면은 왠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남자 주인공 원빈과 짝을 이룬 여성은 최근 CF계의 여왕으로 떠오른 신민아(25)다. 올해 데뷔 10년차인 신민아는 은근슬쩍 누구도 주목하지 못한 사이에 경쟁자를 물리치고 각종 CF를 석권하는 중이다.

최고의 여신만이 등장한다는 소주와 샴푸 광고는 물론이고, 지적인 이미지의 소유주만 가능하다는 노트북 광고와 커피 광고까지 싹쓸이했다. 말 그대로 승승장구다. 광고계에선 "(김)태희 (송)혜교 (전)지현을 대체한 사람이 바로 신민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여기에 다음 주에는 올 여름 기대작 가운데 하나인 영화 '10억'이 개봉될 예정이어서 주연급으로 출연한 신민아의 주가는 생애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한류의 대폭발로 인해 미녀들의 춘추전국 시대가 길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신민아를 대한민국 최고 섹시스타로 부각시킬 만한 그 어떤 화제작도 대중의 뇌리엔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의 CF퀸들 역시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를, 송혜교는 '순풍산부인과' '풀하우스' 등의 드라마를 히트시켰다. 10년 연기 내공을 가진 신민아가 자력으로 히트시킨 작품을 대중의 뇌리에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녀의 성공스토리가 조금은 복합적일 뿐만 아니라 미래 또한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 전지현을 따라 CF 주력 코스로?

2001년 17세의 나이로 하이틴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신민아는 데뷔 초부터 될성부른 떡잎이라 불린 재원이었다. 작품 운도 좋은 편이어서 데뷔 직후 당시 화제작인 '화산고'의 주연급인 검도부 주장으로 출연해 참신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데뷔작에 쏟아진 호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뒤 수없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마치 이제는 영화계에서 멀어지고 CF퀸으로 자리매김한 전지현처럼 말이다.

최광희 전 필름 2.0 기자는 "신민아의 연기력은 아직 독자적인 카리스마로 영화를 이끌어갈 주연급 배우 수준으로는 성장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단독주연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영화 '10억' 역시도 신민아 외에도 5명의 주인공이 더 등장하는 집단 주연 체제다.

이러다보니 신민아의 CF싹쓸이 현상에 대해서는 악평도 들릴 수밖에 없다. 한 스포츠신문 연예담당 기자는 "불황기에 출연료가 저렴하면서도 인지도가 적당한 참신한 배우를 찾다 보니 신민아가 당첨된 것일 뿐, 그녀의 저력이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평가한다.

CF이미지가 워낙 강하다보니 주위에선 "신민아가 전지현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전지현은 신민아와 비슷하게 하이틴 드라마에서 활약했지만 이후 섹시이미지를 앞세운 CF계의 공주에 그쳤을 뿐 뚜렷한 배우역량을 폭발시키지 못해 CF퀸으로서의 수명까지 짧아진 케이스다.

이런 우려에 대해 신민아 측은 조금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그간 2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연기변신을 시도해 왔다는 것이다.

신민아를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린 영화는 2006년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달콤한 인생'이다. 그러나 당시 이병헌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신민아에 대한 평가는 혹독한 편. 왜 이병헌이 신민아에게 매달리는지 모르겠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이른바 팜프파탈 역을 맡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개봉해 화제를 모은 '고고 70'에서 신민아는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라 불리는 조승우와 짝을 이뤄 육감적인 고고댄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개봉당시에는 '신민아=섹시'란 등식이 성립하지 못한 상황. 영화가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하고 실패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 송혜교를 따라 앳된 표정에 육감적인 몸매로 승부?

그런 신민아의 이미지가 고고 70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섹시 이미지로 옮겨갔다. 신민아는 최근 각종 CF와 스타화보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배우다. 갑작스럽게 폭증한 섹시 이미지 덕에 각종 전문가들이 선정한 '이기적인 몸매의 여성스타'나 '청바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키스하고 싶은 여배우' 1~2등을 다툴 정도가 됐다.

신민아는 흔히 송혜교와 비교되기도 한다. 보조개가 패인 달갈형의 앳된 마스크를 갖고 있지만 168cm의 시원한 키와 이상적인 몸매로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 성형회과 의사는 "신민아의 허리와 힙의 비율은 학계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0.72:1보다 더 이상적"이라고 공언할 정도다. 억지로 '뽀샵질'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영화 고고70이나 키친을 통해 성인 연기에 도전하는 이유도 섹시스타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고, 소주광고에 등장한 이유도 신민아의 저력을 기획사나 광고계에서 그만큼 인정했다는 반증이라는 얘기다.

광고기획사 펜타브리드의 최영일 이사는 "여배우의 성장곡선에서 중요한 점은 대중에게 배우로 각인되는 한두 번의 대폭발인데 신민아는 수애나 윤소희 등과 함께 아직 터지지 않은 배우군에 속한다"고 정의하며 "결국 CF 이미지만으로는 CF퀸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10억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태희와 비슷한 지적인 여대생 이미지가 전부

따지고 본면 이제 막 30줄에 진입한 김태희는 신민아의 행로와 가장 비슷한 배우 중의 하나다. 김태희는 소주광고로 인지도를 높이고 명문대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드라마나 영화판에 이름을 내건 케이스. 지금도 지적이고 발랄한 여대생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신민아 역시 광고계와 영화계에서 '가장 여대생 이미지를 지닌 여배우'로 이미지가 각인된 배우 중의 하나다. 2008년작 '무림여대생'을 필두로 그녀가 맡은 거의 모든 역이 여대생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대생을 겨냥한 CF에 픽업됐고 오히려 CF에서 가장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지적인 여대생 이미지나 귀엽고 섹시한 이미지만으로 20대 후반을 버티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현 혜교 태희 모두 실패한 길을 또다시 신민아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신민아는 2009년 현재 가장 많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CF스타에 머물지, 혹은 이영애나 김혜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 거듭날지, 영화계와 광고계는 신민아의 '한방'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신민아, 제 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기념 화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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