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디스 매캔]칸에서 만난 한국영화의 매력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뉴질랜드 영화계를 대표해서 칸에 간 것이 어느덧 5년째로 접어들었다. 올해 칸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반영한 듯 예년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었다. 칸에 초대받은 한국영화는 달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명감독과 명배우가 뿜어내는 스크린 속의 열정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올드보이’로 유명해진 한국의 박찬욱 감독은 올해에도 자신의 이름을 수상자 리스트에 올렸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섬세한 구성으로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킹콩 등 세계적인 흥행을 이룬 영화 제작의 모태로 지난해 한국과 공동영화제작협정을 맺었다. 두 나라의 합작영화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뉴질랜드의 주요 성장 분야로 자리매김한 영상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장편영화에서 광고, TV,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노련한 스태프, 아름답고 다양한 풍광을 지닌 천혜의 자연, 세계적 기술 수준을 보유한 프로덕션을 인프라로 갖고 있다.

뉴질랜드는 1978년부터 영상위원회를 설립해 영화 판매, 마케팅 및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교육과 기술 개발을 지원했다. 2003년부터는 뉴질랜드 법인은 물론 뉴질랜드에 적을 두고 있는 외국 기업에도 비교적 큰 규모의 영화 제작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출범한 뉴질랜드 영상제작 인센티브 펀드(Screen Production Incentive Fund)는 한국을 비롯해 이미 뉴질랜드와 협정을 맺고 있는 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화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뉴질랜드가 정부 차원에서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에 적극 나설 정도로 큰 애착을 갖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한국영화는 비교적 역사는 짧지만 뛰어난 창의력과 섬세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드높였다. 뉴질랜드 영화계의 한 사람으로서 양국 간의 협력이 지난해 9월 이후 성공적으로 이어져 왔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뉴질랜드의 앞선 인프라를 이용한 한국영화가 많이 나와서 칸에서의 감동을 진하게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주디스 매캔 뉴질랜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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