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함께 뒹굴었더니 어느새 하나로”…영화 ‘소명’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아마존 정글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강명관 선교사가 강가에서 바나와 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 제공 명성교회
아마존 정글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강명관 선교사가 강가에서 바나와 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 제공 명성교회
아마존 오지서 생활하는

4만관객 다큐 ‘소명’ 주인공

강명관-심순주 선교사 부부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된 두 선교사가 있다. 아마존 정글의 바나와족 마을의 강명관(46) 심순주 씨(42) 부부다.

1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부족.

강에는 식인 물고기 피라니아와 악어가 들끓고 밤에는 표범이 배회한다. 전기도 없다.

한국에서 그곳까지 가려면 미국, 브라질 상파울루, 선교센터가 있는 포르트벨류를 거쳐 다시 경비행기를 탄다. 가는 데만 사흘이 넘게 걸린다. 이곳을 배경으로 두 선교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소명’은 4월 한국에서 개봉한 뒤 2개월여 만에 관객 4만 명을 넘어섰다. 스크린도 20여 개로 늘어났다. 포르트벨류 선교센터에서 바나와 마을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두 선교사를 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1 “하나님, 벌레 때문에 죽겠어요.”

이들이 바나와족 마을로 온 것은 2006년. 이들을 괴롭힌 것은 피라니아나 악어가 아니었다. 벌레였다. 하지만 그냥 벌레가 아니라 사람의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 알을 낳고 기생하는 독충이었다.

“내가 죽는구나. 하나님 말씀을 제대로 전하기도 전에 작은 벌레 때문에 가려워서 죽겠구나.”

강 선교사의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과 음식, 문화적 차이는 극복하고 있지만 벌레는 아직도 무섭다. 주변에서 가장 흔한 물고기가 피라니아라며 자주 요리해 먹는다는 심 선교사도 벌레에게는 두 손을 들었다. 아이들 머리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독충 상처를 치료하는 의사 역할도 해야 한다.

강 선교사는 아침은 분유와 시리얼로 간단히 때우고 바나와족 사람들과 사냥을 나간다. 피라니아와 쿠치라는 큰 쥐를 자주 잡는다. 멧돼지 같은 큰 짐승을 잡으면 작은 마을은 축제 무드가 된다.

“여기 사람들은 뱀, 개구리, 메뚜기는 안 먹어요.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식성은 우리가 더 좋다고 합니다.(웃음) 무엇을 먹고, 안 먹고는 정말 문화적 차이에 불과합니다. 사실 여기서는 무엇이든 없어서 못 먹죠.”

뱀-개구리-메뚜기 먹는 것 보고

주민들이 “식성 좋다” 더 놀라

#2 예수 오노 파케

바나와족은 문자가 없다. 수의 개념도 하나 둘뿐이고, 셋을 넘어가지 않는다.

굳이 열까지 따질 만큼 복잡한 일도 없다. 나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없다. 두 선교사는 바나와족이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 특히 정이 간다고 말했다. 몽고반점도 있고 ‘아비’(아빠), ‘어미’(엄마)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사랑한다’나 ‘믿는다’는 말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좋아한다는 의미를 지닌 말은 발견했다. ‘예수 오노 파케’ 하면 “예수 좋아해요”라는 의미다.

신앙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일요일 예배도 선교보다는 함께 생활하는 것에 가깝다. 오전부터 같이 모여서 노래하고 성경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누가복음에 관한 영상을 바나와 말로 더빙한 테이프를 소형 발전기를 이용해 본다.

“우리 식으로 믿는다, 안 믿는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설명하고 점점 예수님을 좋아하게 되면 그걸로 충분한 거죠.”(강 선교사)

나눠 먹고 노래하고 성경 듣고

예배라기보다 ‘생활’이지요

#3 냉장고가 있으면…

2000년 두 사람은 명성교회 선교사로 브라질에 갔다. 외국어고 교사로 재직하던 그가 선교사의 길을 선택하고 아마존 정글로 갈 것을 고집하자 아내는 처음엔 반대했다.

“정말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아내도 지더군요.”

가장 큰 걱정은 두 아이, 예슬(17)과 한솔(16)이었다. 둘이 다니는 학교는 바나와 마을에서 1000km 거리에 있다. 1년에 두 차례 방학 때면 네 식구가 함께 모인다.

심 선교사는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잘 적응하고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아이가 심하게 아팠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바나와족의 말과 포르투갈어를 결합한 성경을 번역해 남기는 것이다. 선교센터는 믿음의 자치를 강조하고 있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누구를 바꾸기보다는 성경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최고의 번역 성경은 예수님 자신과 그 말씀인 것 같습니다.”(강 선교사)

“바나와 마을에서 주일 오후에 나만의 일이 있습니다. 항상 먹을 것을 걱정하는 인디오들에게 예배 전 한 끼라도 함께 음식을 나누고 싶어 죽을 끓입니다.…재료를 구할 수 있는 가게가 한 곳이라도 있었다면,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있었다면….”(심 선교사)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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