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설정… 끝내 억지 해피엔딩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4분


MBC ‘사랑해 울지마’ 허겁지겁 화해로 막내려

MBC 일일연속극(오후 8시 15분) ‘사랑해 울지마’가 22일 시청률 18.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끝났다. 출생의 비밀, 불륜, 고부갈등이 이어졌던 이 드라마는 치열한 대립을 보였던 등장인물들이 허겁지겁 화해하면서 드라마 전개가 황당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처음 방송한 ‘사랑해 울지마’는 초반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두 남녀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따스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 자극적 소재와 억지 전개로 비난을 샀다.

드라마는 시어머니의 냉대를 겪는 조미수(이유리)와 이를 안타까워하는 남편 장현우(이상윤), 미수를 못 잊는 전 애인 한영민(이정진), 영민에게 집착하는 민서영(오승현)을 둘러싼 갈등을 복잡하게 그리다가 이들의 갑작스러운 화해와 용서로 막을 내렸다. “어머니가 널 예쁘게 봐주실 거라는 기대와 확신도 있었다”는 현우는 더는 미수를 고통스럽게 할 수 없다면서 이혼을 결심하고 유학을 떠났다. 서영도 영민을 만나 그동안의 일을 모두 잊고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자며 유학길에 올랐다.

특히 서영은 가장 돌변하는 캐릭터다. 서영은 영민을 잡기 위해 미수에 대한 거짓말을 하거나 온갖 방법으로 괴롭혔고, 영민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미수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영민의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기 어린 집착과 이유 없는 복수로 악다구니를 쓰던 그가 마지막엔 “편하게 살고 싶다”며 ‘쿨’하게 매듭을 짓자 비현실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드라마는 비 내리는 공항에서 미수와 영민이 ‘우연히’ 마주치면서 두 사람의 재회를 암시하는 듯한 장면으로 끝이 났다. 마지막 회 이후 게시판에는 ‘아무리 드라마지만 인물 설정이 너무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감동을 줄 수 없다’ ‘결혼하고 이혼하는 것이 참 쉽게 느껴진다’ ‘지나치게 성급한 결말이었다’ 등 억지 결말을 지적하는 글이 잇따랐다.

실제 부부들이 숱한 갈등을 겪으면서 살지만, 국내 지상파 드라마에선 유독 불륜과 출생의 비밀 같은 자극적인 갈등이 이어지다가 화해를 서두르기 일쑤다. 화해와 용서로 끝나는 결말을 반대할 시청자는 거의 없겠지만 그 과정이 설득력이 없으면 작위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랑해 울지마’ 후속으로 25일 처음 방송하는 ‘밥 줘’도 평범한 주부가 결혼 전의 애인을 만나는 남편의 불륜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벌써 결말이 궁금해지는 건 왜일까.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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