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도 세수해야 예쁘죠”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EBS ‘극한직업-고공 외벽청소부’ 20, 21일 방영

최근에는 도시의 빌딩들이 성냥갑 같은 천편일률적 외양을 벗어나 화려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눈을 즐겁게 한다.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건물의 유리창과 외벽을 닦는 청소부들이다. EBS는 외벽 청소부들의 작업과 고충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극한 직업-고공 외벽 청소부’ 1, 2부를 20, 21일 오후 10시 40분 각각 방영한다.

“요즘엔 건물을 형이상학적으로 예쁘게 짓는데 그러면 저희가 일하기엔 더 힘들죠.”

외벽 청소부 경력 4년의 김기덕 씨는 건물 외벽이 평평하지 않고 복잡할수록 청소가 어렵다고 말한다. 청소부들이 ‘마징가’라는 별명을 붙인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과 강남 신사동의 J타워는 작업이 힘든 대표적 건물이다.

외벽청소부들은 1.8cm 굵기의 로프에 안전대를 걸고 그 위에 앉아 작업을 한다. 청소부들은 자칫 추락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어 로프를 안전한 곳에 고정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인다. 본격적인 청소를 하기 위해서는 폭이 20∼30cm가량인 난간 위를 걸으며 작업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도 위험 요소다.

외벽 청소부들은 허공 위에서의 고된 작업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담력이 필요하다. 신입 외벽청소부 선발 최종 면접에서는 안전교육을 거친 뒤 5층 건물 옥상에서 로프에 달린 안전대를 타고 내려가는 실전 테스트를 한다. 응시자 중 여기서 중도 포기하는 이들이 절반이 넘는다.

외벽청소부들은 5월이 가장 바쁘다. 휴일도 없이 고된 작업을 계속하는데 물을 뿌리면 바로 말라버리는 탓에 작업 시간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하는 데다, 유리벽이 햇볕을 받아 뜨겁게 달궈진다. 비가 오면 로프가 미끄러워 위험하지만 건물 벽의 때가 물에 불어 오히려 청소하기는 수월하다.

청소부들에게 경기 수원 역사를 청소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통행이 많아 작업은 밤에 한다. 어둠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낮보다 신경이 더 쓰인다. 신입 청소부들의 첫 야간작업이어서 선배들은 더 긴장한다. 첫 열차 시간이 다가오자 승객들이 몰려들고, 작업을 마치지 못한 청소부들은 자칫 물이 떨어져 피해를 줄까 걱정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