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돌아온 ‘터미네이터’ VS 매력적 ‘사이보그’ 그녀

  • 입력 2009년 5월 14일 17시 24분


(박제균 앵커) "I'll be back." 액션을 좋아하는 영화 팬이라면 아마 누구나 이 대사를 기억할 겁니다. 세 편의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한번씩 반복했던 유명한 대사죠. 그 터미네이터가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습니다.

(김현수 앵커) 21일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기대만큼 우려도 많았던 영화입니다. 3편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이 허술한 연출로 '시리즈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겠다'는 비난까지 낳았기 때문입니다. 4편의 만듦새는 어떤지, 문화부 손택균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손 기자, 6년 만의 새 시리즈인데… 결과가 어떤가요?

(손택균) 먼저 영상부터 보시죠. 터미네이터는 장르를 딱 잘라서 하나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액션, SF, 전쟁, 공포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 드라마 구성도 탄탄한 작품이죠. 시리즈 2편이 액체금속을 표현하는 몰핑 기법으로 시각효과의 새 장을 연 한편, 1편은 '미래에서 온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서 자식을 잉태시키고 스스로를 희생한다'는 로맨틱한 스토리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무려 25년 전에 만들어진 이 1편에서 이미 위기의 인류를 구원할 저항군 지도자로 예언됐던 '존 코너'가 이번 4편의 주인공입니다. 새 배트맨 시리즈로 신세대 블록버스터 영웅의 입지를 굳힌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주연을 맡았는데요, 배역에 100% 몰입하는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배우답게 배트맨의 자취를 말끔히 지우고 미래 영웅의 신선한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박 앵커) 볼거리뿐 아니라 이야기와 연기도 기대하고 볼 수 있는 영화겠군요. 그런데 전작들에 비해 화면이 매끈하지 않고 조금 거친 느낌이 드는데요.

(손)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던 3편과 비교해 보면 그런 질감이 의도적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자 터미네이터가 등장했던 3편은 화면이 깔끔하고 시각효과가 화려했지만, 진부한 얘기로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었습니다. 맥 빠진 만화영화 같았던 3편에 비해 이번 4편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리얼리티에 충실한 전쟁영화를 보는 느낌을 줍니다. 특히 전투 장면에서 핸드 헬드 카메라를 많이 쓴 것이 눈에 띄는데요. 육박전을 벌이는 주인공 옆으로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이 바싹 붙어서 따라다닙니다. 긴박한 전투 현장에 실제로 함께 하는 듯한 사실적인 영상입니다.

(김 앵커) 터미네이터 하면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이제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정치인이니 이번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았겠죠?

(손)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상황이라서 마음 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익숙한 '아놀드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아놀드가 1편에서 연기한 터미네이터 'T-800'이 완성되는 시점까지가 이번 영화에서 그리는 이야기인데요. 영화 막판 클라이맥스에서 T-800과 존 코너의 일대일 대결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때 등장하는 아놀드의 이미지는 실제 출연한 배우가 아니라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CG로 다시 불러낸 젊은 아놀드의 모습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박 앵커) 오늘 마침 터미네이터를 재미있게 따라 한 한일합작 영화가 한 편 개봉한다면서요?

(손) 예 '엽기적인 그녀'로 인기를 모았던 곽재용 감독이 일본에서 만든 영화 '싸이보그 그녀'입니다. 미래에서 온 '그녀'가 한심한 소심남 주인공과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인데요. 특수한 재질로 만든 괴력의 사이보그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터미네이터의 첫 등장 장면을 모방했습니다. 미래에서 과거로 온 사이보그가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한다는 설정도 똑같습니다. 이야기 짜임새가 허술하지만, 많은 남자 관객이 관심을 갖고 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여자 주인공인 사이보그를 연기한 배우 아야세 하루까 때문인데요. 일본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여배우의 매력에는 정말 '참을 수 없이 허술한 이야기를 참고 보게 만드는' 뭔가가 있습니다. 가벼운 오락영화입니다만, 데이트 영화로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박 앵커) 손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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