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가족오락관’ 26년만에 막내린다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KBS 봄 개편… ‘사랑과 전쟁’도 폐지

26년 장수 오락프로그램 KBS1 ‘가족오락관’이 18일 방영하는 1237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KBS는 2일 “20일 시행하는 봄 개편을 맞아 가족오락관을 폐지하기로 했다”면서 “조만간 가족오락관이 지향했던 가족 대상 오락프로그램을 새로 구성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족오락관(토 오후 5시 10분)은 1984년 4월 첫선을 보인 뒤 현재 1235회(3월 28일)까지 전파를 탔다. 오세영 KBS 예능제작국장은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개편안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아쉬움이 크지만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족오락관은 지상파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이 젊은 시청자 입맛에 맞는 리얼 버라이어티쇼 위주로 흐르는 가운데 중장년층 눈높이에 맞춘 오락물을 표방했다. ‘스피드 게임’ ‘이구동성’ ‘도전 릴레이 노래방’ 등 독특한 게임 형식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특히 유행어 “몇 대 몇”으로 인상 깊은 MC 허참의 구수한 진행은 1회 때부터 이 프로그램을 살린 매력 포인트였다. 허참과 호흡을 맞춘 여성 진행자도 정소녀 손미나 등 20여 명에 달한다.

1985년부터 가족오락관 대본을 쓴 오경석 작가는 “내부적인 고민이 컸기 때문에 시원한 측면도 있지만 30년을 채우지 못한 게 섭섭하다”면서 “나이 지긋한 출연진도 시청자도 편안하게 함께하던 방송인데 이런 프로그램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KBS는 가족오락관과 함께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하던 KBS2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도 폐지하기로 했다. 1999년 10월 처음 방송돼 10년 동안 이어진 사랑과 전쟁은 다양한 갈등으로 이혼 법정에 선 부부들의 이야기를 현실에 가깝게 묘사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불륜 등 지나치게 선정적인 소재를 내보낸 경우도 있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이 시간대에는 3월 6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던 코미디 프로그램 ‘웰컴 투 코미디’가 편성될 예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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