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샵’ 시절 도망치고 싶어 스튜어디스 시험봤죠”

  • 입력 2009년 3월 18일 07시 26분


가수 이지혜는 인기 혼성그룹의 리더였다. 그러나 2002년 불미스러운 일로 팀이 해체한 후 솔로의 길을 7년째 걷고 있다.

1998년 고등학생 시절 데뷔해 ‘연예인’이라는 꼬리표를 단 지도 벌써 11년. 이지혜는 “참아야 할 것도 많고, 사람에게 상처 받은 것도 많고, 감내해야 하는 것도 많은 세월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근 디지털싱글 ‘사랑100%’를 발표하고 햇수로 3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그녀는 한층 여유로워보였다.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지혜는 편안하게 웃을 수 없었다. 이 해체하면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이 지금까지도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최근 서울 압구정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이지혜는 직접 선택한 술인 청하를 한 잔, 두 잔을 마시며 그룹시절 이지혜부터 서른 살 현재의 이지혜까지 마음 속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냈다.

얼굴이 좋아졌다.

“살이 쪄서 그래요. 예전에는 몸무게 42kg대에서 안 늘었는데 지금은 51kg예요.”

예전 허리 사이즈가 22인치여서 화제였는데.

“어렸을 때는 그랬죠. 그런데 지금은 몇 인치지? 25인치예요.(웃음)”

요즘 편한가 보다.

“편한 것보다 편안해요. 나이가 서른이기도 하고요.(웃음) 이제 어떤 일은 해야겠고,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겠고 그런 게 눈에 보여요. 미성년자 때 연예계 일을 시작했잖아요.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산 것 같아요.”

최근 싱글 ‘사랑100%’를 발표했는데. 2년 만이다.

“햇수로 3년 정도예요. 소속사 문제가 있어 1년 동안 활동을 못했고요. 또 가수가 하기 싫어서 연기 공부를 하느라 2년이 걸렸어요.”

가수가 하기 싫었다니 뜻밖이다.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 험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았어요. 하지만 사람한테 너무 깊은 상처를 받아 다시는 무대에 못 오를 것 같더라고요…. 최근 소속사를 옮기고 여러 사람의 격려 덕분에 다시 음반을 낼 수 있었어요.”

예전 멤버 장석현이 피처링을 해주었다.

“(장)석현이한테 정말 고마워요. 그룹 때부터 저를 많이 도와주고 응원해준 친구예요. 녹음을 한다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응해주더라고요. 그런 친구가 잘 돼야 되는데….”

장석현 목소리가 있어 그런지 노래 들으면 예전 생각이 나더라.

“저도요. 녹음하면서 설레더라고요. 주책없이. 감회가 새로웠어요.”

팀이 해체한 지 7년인데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솔직히 말하면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그때는 너무 어렸고, 아무 것도 몰랐고, 너무 예민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전 지금이 더 좋네요.”

어떻게 보면 이지혜의 전성기였는데.

“그런 걸 느낄 수조차 없던 시기였어요. 눈 뜨면 일을 시작해 밤늦게까지 스케줄 소화하고 틈틈이 밀린 잠을 자거나 허기를 달랬으니까요. 인기가 있었다는 것도 요즘 들어 ‘아! 그때가 나의 전성기였구나’ 생각하지 그때는 전혀 몰랐어요.”

그렇게 힘들었나.

“그룹 활동하면서 도망치고 싶어서 항공사 스튜어디스 시험도 봤어요. 만약 그 시험에 붙었더라면 제 인생은 완전 달라졌을 거예요.(웃음)”

만약 시험에 붙었더라면 가수를 그만뒀을까.

“그러려고 시험을 본 걸요. 그만큼 괴로웠어요.”

그룹 시절 눈 화장이 조금만 잘못돼도 하루 종일 신경을 쓴다는 얘기로 유명했는데.

“하하. 너무 예민했어요. 예민함 때문에 저만 괴로우면 되는데 주위 사람들도 피곤하게 하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분들이 배려를 해준거에요. 죄송하고 그래요.”

뒤늦은 얘기지만 해체할 때 좋지 않은 사건도 있었다. 그것도 예민함 때문이었나.

“…(잠시 침묵).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까요. 일단…, 그 사건 때문에 많이 괴로웠어요. 안티도 많이 늘고 이미지도 나빠지고. 다시 무대에 못 설 뻔도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는 건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생각해요. 겪어야 했던 시련이었던 거죠.”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는지.

“얼마 전에 화해도 했고(웃음), 더 이상 거론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사건 당시를 제외하고는 어떤 폭행은 없었다는 거예요. 사건 이후 폭력적이고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쳐지는데 절대 그런 건 없었어요. 하하. 단지 둘 다 너무 어려 서로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지 않았던 것 같아요.”

후회하나.

“안 하면 바보죠. 하지만 언젠가 해야 했던 (개인)활동을 좀 요란한 사건을 거쳐서 빨리 하게 된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한때는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던데.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그러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 한 친구(고 장자연)가 자살했다고 보도가 났을 때 여기저기서 전화 많이 받았어요. 다들 ‘괜찮냐’고 묻더라고요. 최진실 씨가 돌아가셨을 때도 (백)지영 언니가 전화 해서 제 걱정 많이 했어요. 제가 불안하대요. 예전에는 솔직히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연예인은 많이 참아야 하는 직업이다.

“그럼요. 하지만 그만큼의 달콤함이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게 하는 마력이 있어요.”

샵이 다시 모일 가능성은 있나.

“저희가 1998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11년이네요. 10주년에 모일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각자 소속사가 있고.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예쁜 것 같아요.”

솔로로 오랫동안 활동중인데 지금 하고 싶은 게 있나.

“저 ‘일’을 하고 싶어요. 제가 뛰어난 미인이거나 몸매가 정말 좋다거나 그런 연예인이 아니잖아요. 그냥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도 나름 하는 가수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어요.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게 돼버린 거예요. 연기에 도전하는 것도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예요. 뭐든지 일하고 싶어요. 이제 그 절실함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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