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실종’ 추자현 “독한 연기 전문, 훈장이자 멍에죠”

  • 입력 2009년 3월 5일 07시 27분


“어! 진짜야!”

“뭐라고? 아, 그렇네.”

배우 추자현은 무덤덤했다.

피투성이 분장의 맨발로 시골의 거친 자갈길을 내달린 추자현에게서 “진짜” 피를 발견한 건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제작 활동사진)의 분장 스태프였다. 끈적이는 시럽으로 만들어진 분장용 혈액을 몸 이 곳 저 곳에 발랐지만 이리저리 긁히고 찢긴 상처에서는 ‘진짜’ 피가 묻어났다. 추자현은 그런 줄도 모르고 극중 동생을 납치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남자 문성근에 맞섰다. 그러는 동안 추자현은 찢기고 또 긁혔다.

“분장 스태프가 분장을 계속 지워내는데도 닦아지지 않아 봤더니 진짜더라.”

이렇게 말하는 추자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그 분’이 온 것처럼 눈빛이 변하는” 선배 문성근의 연기에 맞서려면 그런 아픔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 작품마다 새로운 한계에 도전..“‘임팩트’ 있는 연기에 대한 남다른 욕심 때문”

19일 개봉하는 영화 ‘실종’으로 추자현은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사생결단’의 ‘독한’ 연기에, ‘미인도’의 처절한 사랑의 아픔에 비해 ‘실종’이 남겨준 ‘영광의 상처’는 결코 뒤지지 않을 거라고 추자현은 믿고 있다.

‘사생결단’에서는 마약중독자의 이미지를 떠올렸고 ‘미인도’는 멜로영화라는 점에서 연기자로서 마땅한 상상을 펼쳤다. 하지만 ‘실종’에선 그렇지 않았다. 가족이 납치된 상황을 그 누구도 현실에서 경험하기란 치떨리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상상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며 끔찍하기만 하다.

추자현은 “대체 경험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다”면서 “헛구역질만 나오지 않을 뿐이지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며 힘겨웠던 과정의 일단을 드러냈다.

“난 왜 이렇게 매번 힘들어야 하지?”라고 기자에게 반문한 추자현은 이내 스스로 답을 던졌다. “그런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심 나 스스로 그런 연기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라고. 관객에게 그런 이미지로 남는 것도 사실은 “임팩트 있는 연기”에 대한 욕심과 취향 때문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렇다고 거기에 만족하는 건 절대 아니다. 추자현은 “얼마라도 여유를 남겨야 하는데 너무 올인하는 것도 같다”는 말은 그 단적인 표현이다. “사랑스런 이미지로 비치는 여배우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이젠 다른 기회를 찾고 싶다”는 희망도 거기에서 나온다.

○ 나이 서른에 꿈꾸는 진정한 멜로 연기

추자현은 이제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진정한 멜로 연기를 꿈꾸고 있다. 한때 코믹 연기자로, 또 ‘사생결단’ 이후 ‘센’ 연기로서 각인됐지만 이제는 “정말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저 “사랑받고 여성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정말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말이다. 지금, 서른의 나이에 어색하지 않게 잘할 수 있을 거다”고 그녀는 확신하고 있다.

그동안 자신의 연기 일정을 돌봐줄 매니지먼트사를 찾지 못했던 추자현은 최근 비로소 보금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평소 잘 하지 않았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건강한 몸을 만들고도 있다.

모두 준비의 차원일 게다. 그것은 “인형처럼 예쁘지 않지만 개성으로 매력을 내뿜는 여배우, 멜로 연기로서 자신이 매력을 더욱 더 드러낼 줄 아는 여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나서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사랑을 해봐야 좀 더 진정성 가득한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개인적으로도, 일과 관련해서도 남자를 만날 계기가 없다”며 슬쩍 웃는 추자현. “뭐, 사랑에 나이가 상관 있겠느냐”며 환한 미소를 드러내는 추자현에게선 이전과는 또 다른 여유가 묻어났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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