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꽃이라구? 이젠 남자가 꽃이 된다

  • 입력 2009년 2월 19일 17시 11분


'꽃이 된 남자'들을 보는 보통 남자들의 속마음은?

이모(32·경기도 용인시) 씨는 최근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다가 부부싸움을 할 뻔했다. 이씨가 "저런 현실성 없는 드라마가 있냐"며 채널을 돌리려고 하자 부인이 드라마 시청에 방해된다며 "조용히 하라"고 면박을 주어서다. 이씨는 "드라마 주인공인 F4와 옆에 앉은 나를 비교하는 것 같아 드라마 방송 시간이면 자리를 피한다"며 "돈 많은 꽃미남에 푹 빠진 부인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고 말했다.

'꽃남' 열풍은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인 10~30대 여성들이 몰고 왔으며 이들의 욕망이 '꽃남'에 투영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여성들이 뛰어난 외모, 타고난 재력을 가진 '꽃남'들을 통해 일상 탈출을 꿈꾼다는 것이다. 반면 현실 속 남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꽃남'이 될 수 없다는 좌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꽃녀'가 아니라 '꽃남'을 보는 남자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 여자가 꽃? 요즘은 남자가 꽃이 된다.

정모(33·서울 양천구) 씨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인 구준표(이민호)가 도대체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만약에 내가 구준표처럼 행동했으면 욕만 먹었을 텐데…. 결국 여자들이 계층 상승의 망상을 꾸며 좋아하는 것 아니냐"며 신랄하게 반응했다.

안모(35·서울 성북구) 씨는 "구준표가 윤지후(김현중)보다 인기가 많은 것은 자신감 때문인 것 같다"며 "능력이 많아 저절로 갖게 되는 매력인데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남자들이 여자들의 꽃이 되는 역전형상이 적응이 안 된다는 반응도 있다. 이모(32·서울 동작구) 씨는 "구준표는 여자들이 남자에게 바라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며 "요즘 같은 불황에 현실 도피 심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씨는 또, 하루하루가 고달픈 샐러리맨으로서 자신이 그런 남자가 되기를 부인이 바라는 것은 아닌가 싶어 사실 울화통이 터진다.

●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러나 현실은 현실, 환상은 환상일 뿐이라며 드라마 보기를 즐기는 남성도 많다. 송 모(32·경기도 부천시) 씨는 '꽃보다 남자'가 재미있는 학원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송씨는 "화려한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여자들의 환상을 훔쳐보는 것도 흥미롭다"며 "어차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전혀 불쾌하지 않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민모(36·서울 광진구) 씨는 "F4처럼 잘 생기고 부유하게 태어나 절절한 연애를 한 번 해보고 싶다"며 "여자들이 구준표랑 사귀고 싶다면 남자들은 구준표처럼 태어나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팍팍한 일상에 판타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모(31·서울 강남구) 씨도 부인과 함께 드라마를 시청한다. 만화 '꽃보다 남자'를 이미 봤던 신씨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에 없었던 신선한 소재"라며 "만화가 어떻게 드라마로 구현되는지 비교하며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적인 남자, 이상적인 여자는 언제나 존재하지 않았냐"며 특별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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