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 구역” vs “살인하긴 싫어”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렛 미 인’의 미소녀 뱀파이어 이엘리(왼쪽)와 ‘트와일라잇’의 미소년 뱀파이어 에드워드.
‘렛 미 인’의 미소녀 뱀파이어 이엘리(왼쪽)와 ‘트와일라잇’의 미소년 뱀파이어 에드워드.
흡혈귀 영화 ‘렛 미 인’ ‘트와일라잇’ 주인공 가상 대담

엄동설한 극장가에 흡혈귀가 난장이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스웨덴 흡혈귀 영화 ‘렛 미 인’은 개봉 2주 만에 전국 관객 5만 명을 돌파했다. 수입가 1000만 원에 손익분기점은 관객 1만 명. 13개였던 상영 스크린이 33개로 늘어났다.

11일 개봉하는 ‘트와일라잇’은 미국산 흡혈귀 영화다. 지난달 미국 개봉 후 10일 만에 1억2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3일 서울 동대문구 한 극장에서 열린 ‘트와일라잇’ 시사회는 미소년 뱀파이어를 한발 먼저 보러 온 여성 관객으로 북적였다.

‘렛 미 인’의 12세 미소녀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와 ‘트와일라잇’의 17세 미소년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가상 대담을 엮었다.

▽이엘리=오빠도 한국 왔네. 여긴 내 구역이에요. 뱀파이어 세계에서는 먼저 맡은 사람이 임자인 거 알죠?

▽에드워드=난 채식주의 뱀파이어야. 경계하지 마.

▽이엘=야채를 먹어요? 난 사탕만 먹어도 토하는데.

▽에드=비유적 표현이야. 우리 가족은 동물 피만 먹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뱀파이어가 되긴 했지만 살인하기는 싫으니까. 수십 년에 한 번쯤, 피를 빨아먹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기 힘든 ‘특별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엘=잔인하다. 난 좋아하는 사람의 피는 절대 먹지 않아요. 그가 내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더라도 말이에요.

▽에드=좋아하는 친구 오스칼이 땅에 떨어뜨린 핏방울을 게 눈 감추듯 핥아먹어놓고 딴소리는. 난 사랑하는 벨라의 혈관을 입에 물고도 끝내 참았어. 그런데 너 몇 살이니?

▽이엘=꽤 오랫동안 열두 살이었는데…. 생일상 받아본 지 워낙 오래돼서.

▽에드=그럼 연상일 수도 있겠네. 나는 열일곱 살로 91년 살았어. 올해 백여덟 살.

▽이엘=흥. 의사 양아버지 둔 티를 꼭 그렇게 내야 하나. 그나저나 요즘 인간들 왜 이렇게 우리를 보고 싶어 하는지 몰라. 난 정말 한국을 금방 떠날 줄 알았거든요.

▽에드=뱀파이어를 사냥하는 ‘블레이드’ 시리즈로 망쳤던 이미지가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 나왔던 레스타트(톰 크루즈) 형님이 격려 전화 했더라.

▽이엘=그 아저씨 아직 살아있어요? 태양 빛에 타 죽지 않았나?

▽에드=미국인이잖아. 유럽 출신인 너는 드라큘라 백작처럼 태양 빛에 타버리지만 나는 태양 빛을 받으면 피부가 보석처럼 빛나.

▽이엘=그건 당신을 창조한 소설가 스테파니 마이어 씨가 드라큘라를 안 읽어봤기 때문이잖아요. 나 같은 순종 뱀파이어는 초대받지 않은 방에 들어가면 온몸에서 피를 흘려요. 그리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인기는 레스타트가 아니라 루이스(브래드 피트) 덕분이었어요.

▽에드=그래…. 루이스도 순정파였지. 우리처럼.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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