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시달린 문근영, “법적 대응은 고려 안해”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8시 06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꾸준히 거액을 기부해도 비난받고 의도와 심지어 배후까지 의심받는다. 바로 대한민국의 연예인이 놓여있는 현주소다.

어느새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된 온라인 악플. 많은 사람들에게 ‘선행천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혀온 문근영이 지독한 악플에 상처받고 있다.

그녀가 그동안 익명으로 8억5000만원의 기부를 했다는 선행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경기로 움츠러든 사회에 훈훈함이 전해진 것도 잠시였다. 곧이어 아무 근거 없는 원색적인 비난과 비아냥거림, 음모론을 제기하는 악플러들이 등장했다.

문근영의 기부를 비난하는 악플의 내용은 실로 참담하다. 우선 ‘연예인에게 8억원이 돈이냐’ ‘몸값 올리려는 언론 플레이’ ‘익명으로 기부하고 나중에 이름을 알리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등 흔히 연예인의 선행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비난들이 쏟아졌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들은 단순히 비난을 하거나 기부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수준을 넘어 그녀의 출신 지역과 가족사를 들먹이며 ‘색깔론’까지 제기했다.

문근영의 가족사는 그녀가 연예계에 데뷔할 때부터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런데 이를 새삼스레 거론하며 망국적인 악성 지역주의까지 가미해 ‘광주 좌빨’ ‘빨갱이 핏줄’이라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문근영 띄우기는 빨치산 심리전’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그녀의 선행을 칭찬했던 많은 누리꾼들은 악플을 보고 “이렇게 선행을 해도 비난하면 누가 기부를 하나”며 “착한 일 하는데도 배후를 따지는 것은 뭐냐”고 개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서도 논평을 내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은 17일 “문근영에게 ‘색깔론’을 덧칠하는 것은 사회적 병리현상”이라며 “비정상적인 인신공격을 제어할 사회적 중지가 모아져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민주노동당은 또 “굴절된 역사가 문근영의 가족사를 통해 투영됐다면 이는 민족사의 아픔으로 받아들여야지, 흑색선전과 비방이 판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부의 모진 악플에 대해 문근영의 입장은 ‘묵묵부답’이다. 문근영 측은 그녀가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측이 실명을 밝힐 때까지 ‘익명’을 고수했듯 어떤 악성 댓글이나 색깔 공방에도 “일절 반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근영의 또 다른 측근은 이번 파문과 관련된 그녀의 반응에 대해 “묵묵히 드라마 ‘바람의 화원’ 촬영에 임할 뿐 별다른 언급을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문근영에 대한 악플 자료를 수집 중이며 문근영 측이 고발 등 처벌을 요구할 경우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근영 측은 법적 대응이나 수사 의뢰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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