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키의 굴욕’ 팬들이 막았다

  • 입력 2008년 10월 6일 08시 09분


스모행사장서 꾸지람 반말호통 들어, 팬들 맹비난…협회 “잘못했다” 사과

‘X-재팬’의 팬심이 요시키(사진)의 굴욕을 막았다?

부활한 일본의 록그룹 ‘X-재팬’의 리더 요시키가 스모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가 톡톡히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28일 요시키가 요코즈나(일본 씨름의 최고 지위, 한국의 천하장사와 같은 지위) 하쿠호의 승리 축하 이벤트에서 행사 관계자에게 반말 명령을 들은 게 계기가 돼 발발한 ‘요시키 굴욕 사건’이 우여곡절 끝에 요시키 측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요시키 대 스모 협회의 갈등은 2일까지 4일에 걸쳐 일본 연예관련 보도의 선두를 달릴 만큼 빅 화제를 자아냈다.

사건은 요시키가 평소 절친했던 요코즈나 하쿠호의 요청을 받아 스모의 전당인 국기관을 찾은 데서 불거졌다.

이날 요시키는 하쿠호의 우승을 기념하는 단체 사진 촬영을 위해 행사장에 들어섰는데 구두를 벗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행사 관계자에게 “구두 벗어!”, “빨리 안 해?”따위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

사실 처음 하쿠호를 중앙에 둔 단체사진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만해도 일본 방송은 “아니, 저 옆에 찍힌 분은 요시키가 아닙니까?”하며 스모 관련 사진에 요시키가 왜 생뚱맞게 엑스트라처럼 등장했는가에 대해서만 가벼운 호기심을 비쳤다. 신비주의 거물스타 요시키가 이방의 행사장에 가서 사진까지 한 방 촬영했다는 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지난 29일 요시키 측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쭉 돌려 행사 당일의 수모를 공론화했다. 스모협회 관계자의 무례에 대해 항의하며 사과를 공식 요구한 것이다.

자신의 나이조차 ‘X’로 미지에 부치는 요시키는 보도자료를 통해 “혼잡한 현장의 분위기에 휘말려 구두를 벗는 게 좀 늦었을 뿐 무지에서 결례를 범하려 한 게 아니다”며 “포목점 집안의 장남 출신으로서 아무리 미국에서 오래 살았다고 해도 그만한 예의를 모르지 않는다”고 이례적으로 사적인 배경까지 거론하는 반발 성명을 냈다.

가뜩이나 스모 선수의 대마초 흡연 사건 등으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스모협회의 입장에서는 요시키의 항의가 곁가지의 성가신 가시와 같았을 터이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근육질의 육중한 덩치만큼 단단한 뱃심으로 가녀린 로커 요시키의 공격을 퉁겼다.

“우리한테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는 식으로 사과를 회피한 것이다. 요시키의 분노가 이글이글 가중된 것은 물론이었다.

이 대목에서 요시키의 결정적인 원군으로 등장한 것은 팬이었다. 팬들은 스모협회의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맹렬히 항의를 퍼부었고 언론도 스모협회의 거친 언동에 대한 관례 등을 문제 삼으며 요시키의 편에 섰다.

결국 스모협회는 요시키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요시키는 “액땜한 셈 치겠다. 빨리 녹음 작업을 재개하고 싶다”는 비교적 부드러운 코멘트를 발표하며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반말 몇 마디 들은 일이 이토록 큰 이슈로 부상한 것은 요시키의 영향력이 역시 대단함을 보여준 사건에 불과한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반말 몇 마디라는 사소한 문제도 잘잘못을 냉정하게 가려 바람직한 교정의 결론을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은 꼭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였다는 인상만 주지는 않는다. 예능 전문가로서 프라이드를 세울 줄 아는 일본 연예계의 모습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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