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포기한다는 건 또다른 성장의 출발”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조제, 호랑이…’ 호흡 맞춘 日 이누도 감독-우에노

이번엔 ‘구구는 고양이다’로 부산국제영화제 참가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세 번째 날인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 이누도 잇신(48) 감독이 “인터뷰 기사 PDF 파일을 보내 달라”며 e메일 주소를 내밀었다. e메일 주소는 ‘josee-tiger-fish@…’.

2004년 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킨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주소였다. 이누도 감독은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우에노 주리(22)와 함께 부산을 찾았다. 두 사람은 “부산은 처음인데 많은 팬이 반겨줘 놀랍고 기뻤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영화제 초청작인 ‘구구는 고양이다’(16일 개봉)로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우에노는 열일곱 살 때나 지금이나 연기에 완전히 몰입하는 자세가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좀 더 ‘깊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이누도 감독)

“다음에 꼭 어떤 역할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어요. 그냥 그때그때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는 게 좋아요.”(우에노)

우에노는 ‘구구는…’에서 만화가 아사코(고이즈미 교코)의 견습생 ‘나오미’를 연기했다. 영화는 아사코와 나오미의 사연을 교대로 엮는다. 이누도 감독은 “체념을 통한 삶의 일보 전진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뭔가 포기한다는 건 정체된 상태에서 벗어나 전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영화에서 암에 걸린 아사코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임으로써 훌쩍 성장하죠. 나오미는 재능의 한계를 깨닫고 체념한 뒤 힘차게 다른 인생으로 나아갔고요.”(이누도 감독)

우에노는 “왜 꼭 앞으로 나아가고 또 위로 올라가야 하죠? 저는 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생기를 전하고 싶어서 배우가 된 거예요. 그냥 그런 지금의 일에 성실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진지해지는 인터뷰가 따분했는지 우에노는 벌떡 일어나 옆에 놓여 있던 고양이 케이크의 목을 자른 뒤 접시에 담아 기자에게 내밀며 헤헤 웃었다. 일본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장난기였다.

“놀랐죠? 드세요. 으악. 그런데 맛은 없다!”(우에노)

부산=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영상 취재 : 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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