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럭’ 진구 “연쇄살인범 연기하다 실제로 미칠뻔”

  • 입력 2008년 9월 8일 08시 02분


차세대 충무로를 이끌 차세대 스타 1순위로 꼽혀온 하정우. 영화 ‘추격자’의 연쇄살인마역할로 기대주의 꼬리를 확실히 땠다.

#2008년 9월 25일

2003년 ‘올인’의 ‘리틀 이병헌’으로 출발. ‘비열한 거리’, ‘기담’으로 매년 충무로 기대주로 꼽힌 진구. 영화 ‘트럭’의 연쇄 살인마 역할에 도전한다.

국내에서는 유독 인기 없던 스릴러 영화. 그리고 배우들이 대부분 꺼렸던 살인범 역할. 하지만 이제는 잘만 하면 단번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연쇄 살인범 연기는 준비 과정이 어렵다. 직접 만날 수도 없고 그 심리를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진구가 선택한 방법은 어두운 곳에 스스로 갇히기. 두터운 커튼을 달아 햇빛을 막고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모두 없애고 라면 한 박스만 갖고 전등도 켜지 않고 20일을 혼자 보냈다.

진구는 “햇빛을 보지 못한 지 3일 정도 지나자 극심한 우울증이 몰려왔다. 열흘이 넘어서는 무료함 때문에 거의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무시무시한 외로움이 어떤 건지 알았다. 그 때 느낀 외로움은 촬영할 때 정말 소중한 재산이 됐다”며 웃었다.

-그래도 20일을 갇혀 지내면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

“연쇄살인범 연기는 정말 어렵다. 한 번 하면 다신 캐스팅 제의가 안 들어올텐데 라는 생각으로 했다.”

-‘트럭’은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는 스릴러로 태생적으로 ‘추격자’와 비교된다.

“시기적으로 두 영화의 촬영이 비슷했다. 하정우 선배의 연기는 대단했다. 만약 ‘추격자’를 먼저 보고 ‘트럭’을 촬영했다면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추격자’가 온 몸을 쓰며 질주하는 영화라면 ‘트럭’은 작은 공간에서 온 얼굴의 미세한 근육까지 꿈틀거리며 표현한 작품이다. 주로 상체만 나오니 액션이 제한적이다.”

- 트럭기사를 맡은 유해진과 호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선배와 호흡하며 많이 배웠다. 유해진 선배는 다리가 다쳐 입원을 했는데 단 몇 초 등장하는 장면 때문에 병원을 나와 촬영하고 돌아갔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연쇄살인범 연기. 망설여지지 않았나?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동안 가장 오래 따라다닌 이미지는 ‘리틀 이병헌’이다. ‘올인’ 병헌형 아역으로 데뷔한 지 6년 가까이 됐는데 요즘도 병헌 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리틀 이병헌’은 행복한 타이틀이지만 조금씩 깨나가고 있다.”

- 아버지 진영호 촬영감독이 연기 등 조언도 아끼지 않으실 것 같다.

“단 한번도 제게 연기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영화계 선배로 해준 유일한 말은 ‘인사 잘하고 다녀라’였다. 어렸을 때 훌륭한 사람 되라는 말을 ‘안성기 같은 사람이 되라’로 배우며 자랐다. 인사 하나만은 항상 잘 하려고 한다. 그래서 매년 기대주로도 뽑아주신 것 같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관련기사]진구 “살기 찾아 20일간 감금생활”

[관련기사]진구 “어리바리한 수습기자 어울리나요”

[관련기사]진구, 영화 ‘초감각커플’ 주연 맡아

[화보]스릴러 영화 ‘트럭’의 연쇄살인범 역할, 진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